故事熟語 神話傳說

시지포스의 바위/탄타로스의 갈증/프로크라테스의 침대/사이렌

如岡園 2008. 3. 7. 11:15

          # 시지포스의 바위

 시지포스는 희랍신화의 무한지옥(無限地獄)에서 벌을 받고 있는 죄인 가운데서도 탄타로스와 더불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존재이다. 그가 하는 일이란 가파른 비탈길에서 커다란 바위를 밀어 올리는 것으로, 있는 힘을 다하여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면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그러면 다시 그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벌을 받고 있다. 즉 그는 영원한 노력에 종사해야 할 운명에 놓여 있는 것이다.

 시지포스는 본시 코린토의 왕이었는데 무척 꾀가 많고 교활하며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나이였다고 한다. 그가 그러한 벌을 받게 된 데 대해서도, 사신(死神)을 속여서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주신 제우스의 정사(情事)를 폭로했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아무튼 그의 영원한 고역은 옛부터 여러 사람으로부터 동정을 받아 왔으며, 근자에는 프랑스의 까뮈가 '시지포스의 신화'에서 그를 부조리의 영웅이며 운명에 도전하는 거인이라 찬양하고 있다.

 끝없는 집안 일에 파묻힌 주부, 입시지옥에서 헤매는 학생, 직장에서 일 속에 시달리는 현대인 모두는 어쩌면, 산정으로 운명의 바위를 끝없이 밀어올리는 시지포스일지도 모른다.

 

          # 탄타로스의 갈증

 희랍신화의 지옥 타루타로스에서 시지푸스와 더불어 이름난 것이 탄타로스이다. 그는 무릎까지 잠기는 물 속에 서 있는데, 바로 코끝에는 먹음직스런 과일이 달린 나뭇가지가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탄타로스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허리를 굽히면 물은 금새 땅 밑으로 빨려 들어가 마실 수가 없고, 과실을 따 먹으려고 손을 뻗치면 나뭇가지는 바람에 날려서 높이 올라가고 만다. 그리하여 탄타로스는 과실과 물을 눈 앞에 보면서도 영원히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려야만 한다.

 탄타로스는 본래 제우스의 아들로 프류기아의 왕이었는데 신의 사랑을 독차지하자 차츰 오만해져서, 하루는 신을 자기 집에 초대한 다음 자기 아들 페로푸스를 죽여 그 고기로 신들을 대접하여 시험하려 했기 때문에 신으로부터 노여움을 받아 그와같은 벌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흔히 손에 닿지 않는 젊은이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와 갈등을 탄타로스의 갈증에 비유하기도 한다.

 

          # 프로크라스테스의 침대

 희랍의 아티카라는 곳에 프로크라테스라는 괴상한 도둑이 있었다. 이 도둑은 나그네를 붙잡으면 그의 소굴로 끌고 가서 특별히 마련한 침대에 눕힌다. 나그네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작으면 잡아늘이고, 크면 밖으로 나온 머리와 다리를 자르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다. 그러다가 침대의 길이와 키가 꼭 같은 영웅 테세우스가 나타나서 프로크라스테스를 꼭 같은 방법으로 퇴치하고 만다.

 이처럼 어떤 절대적인 기준을 정해 놓고 모든 현상을 획일적으로 갖다 맞추는 것을 프로크라테스의 침대라고 한다.

 

          # 사이렌

 10년에 걸친 트로야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오뒤세우스는 희랍으로 돌아오는 항해 도중 폭풍을 만나 본대와 떨어져서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지중해 연안까지 이르렀는데 당시 그 곳에는 갖가지 괴물이 도사리고 있었다.

 특히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새인 괴물 사이렌(희랍어로는 세이레네스: Seirenes) 세 자매의 가까이로 배가 지나가면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선원들의 마음을 홀린다.

 일단 사이렌의 노래소리를 듣게 되면 저도 모르게 정신을 빼앗겨 바닷가 암초로 배를 몰고 가며 끝내는 난파하여 사이렌의 밥이 되고 마는 것이다.

 다행히 오뒤세우스는 마녀 사이렌이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그는 배가 사이렌의 소굴 가까이에 이르자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단단히 틀어막고 자신은 배의 중앙 돛대에 비끌어 매게 했다. 그런 다음, "내가 아무리 몸부림을 치거나 아우성을 쳐도 절대로 나를 풀어 놓아서는 안된다. 너희들은 힘껏 노를 젓기만 해라." 하고 단단히 일러 두었다.

 이윽고 사이렌의 노래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오뒤세우스는 그 소리를 듣자 미친 듯 몸부림치며 배를 그 곳으로 몰고 가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귀를 틀어막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선원들은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이리하여 배는 무사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고 약이 오른 사이렌은 자살해 버렸다.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 통금을 알리거나 화재 및 공습경보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 때로는 한가롭고 때로는 다급하게 느껴지는 사이렌 소리도 그 근원을 살피면 아득한 옛희랍 신화 속의 마녀에서 유래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