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두(流頭)
음력 유월 15일을 우리 나라 풍속에 유두일이라 한다.
생각컨대 <金克起集>에, "동도(東都 :慶州)에 전해 내려오는 풍속에 유월 보름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불길한 것을 씻어버린다. 그리고 계음(액막이로 모여 마시는 술자리)을 유두연(流頭宴)이라 한다" 고 했다. 조선시대의 풍속도 이것을 따라 토속적인 명절이 되었다. 경주와 상주에 이런 풍속이 아직 남아 있다.
멥쌀 가루를 쪄서 긴 다리같이 만들어 둥근 떡을 만들고 잘게 썰어 구슬같이 만든다. 그것을 꿀물에 넣고 얼음에 채워서 먹고 제사에도 쓴다. 이것을 수단(水團)이라고 한다. 또 건단(乾團)이라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물에 넣지 않은 것으로 냉도(冷도)의 종류이다. 혹 찹쌀가루로 만들기도 한다.
생각컨대 <天寶遺事>에, "궁중에서 매년 단오에 분단(粉團)과 각서(角黍 :여름 음식의 한가지)를 만들어 쟁반 안에 못으로 고정시켜 놓고 작은 각궁(角弓 :활)으로 화살을 쏘아 그 분단을 맞춘 사람이 그것을 먹는다"고 했다. 또 생각컨대 <歲時雜記>에, "단오날 수단을 만드는데 일명 백단(白團)이라고도 하고, 가장 정밀하게 만든 것을 적분단(滴粉團)이라 한다"고 했다. 또 생각컨대 장문잠(張文潛)의 시에, "수단이 얼음에 잠겨서 사탕으로 싸이네(水團氷浸砂糖裏)"라고 했다. 옛사람들이 각서(角黍)와 종(편수떡)으로 단오절의 음식을 삼아 서로 나누어 주고 한 것이 모두 이런 종류의 것이다. 다만 모가 지고 둥근 것이 다른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 풍속에서는 유두일로 옮겨졌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콩이나 깨에 꿀을 섞은 소를 싸서 찐 것을 상화병(霜花餠)이라 한다.
또 밀가루를 맷돌질하여 기름에 지지고 나물 소를 싸거나, 콩과 깨에 꿀을 섞은 소를 싸서 각기 다른 모양으로 오무려 만든 것을 연병(連餠)이라 한다.
또 잎 모양으로 주름을 잡아 오무려 붙이고 채롱에 쪄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이것들이 모두 유두날의 시절 음식이요 제사에 쓰기도 한다.
생각컨대 육방옹(陸放翁)의 시에, "'쟁반을 씻고 연전(連展)을 쌓아 놓는다'는 귀절의 주(註)에 회(淮) 땅 사람이 보리떡을 연전(連展)이라고 한다" 했으니, 그것이 바로 이런 종류 같다.
밀가루로 구슬같은 모양을 만들어 유두면(流頭麵)이라 한다. 거기다 오색의 물감을 들여 세 개를 이어 색실로 꿰어 차고 다닌다. 혹 문설주에 걸어 매어 액을 막기도 한다.
# 삼복(三伏)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개장(狗醬)이라 한다. 닭이나 죽순을 넣으면 더욱 좋다. 또 개국에 고추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서 시절 음식으로 먹는다. 그렇게 하여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것을 보충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시장에서도 이것을 많이 판다.
생각컨대 <史記>에, "진덕공(秦德公) 2년에 비로소 삼복 제사를 지내는데 성 안 4대문에서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막았다" 고 했다. 그러므로 개 잡는 일이 곧 복날의 옛 행사요, 지금 풍속에서도 개장이 삼복 중의 가장 좋은 음식이 된 것이다.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초복 중복 말복에 모두 먹는다.
또 <열양세시기>에 의하면, "복날에 개를 잡아 삶아 국을 끓여 양기를 돕고, 팥죽으로써 여역(유행성 열병)을 예방한다"고 하였다. 속담에, 대추나무는 삼복에 열매가 열리는데 비가 오면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충청도 청산 보은의 두 고을은 지리적으로 대추가 잘 열리어 그것으로 생업을 삼기에 적당하고, 많은 나무의 대추밭이 있는 곳이 서로 바라다 보이곤 했다. 그러므로 결혼 비용과 의식 문제까지도 그 대추 속에서 해결된다. 따라서 떠벌이기를 좋아하는 자가 이를 풍자해서 한 말에, "삼복에 비가 오면 보은 처녀의 눈물이 비오듯이 쏟아진다"고도 했다.
# 六月의 時食과 풍속
피 기장 조 벼를 종묘에 천신한다. 생각컨대 <禮記> 월령(月令)에, "중하(仲夏)의 달에 농촌에서 기장을 진상하면 천자께서 맛 보시고 먼저 종묘에 올린다. 또 맹추(孟秋)의 달에 농촌에서 햇곡식을 올리면 천자께서 새것을 맛보시고 먼저 종묘에 올린다" 고 했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다.
얼음을 각 관청에 나누어 준다. 나무로 만든 패(牌)를 나누어 주어 얼음 창고로부터 받아 가도록 한다.
밀로 국수를 만들어 청채(靑菜)와 닭고기를 섞고 백마자탕(白麻子湯 :어저귀국)에 말아 먹는다.
또 미역국에다 닭고기를 섞고 국수를 넣고 물을 약간 쳐서 익혀 먹는다.
또 호박과 돼지고기에다 흰떡을 썰어 넣어 볶기도 하고, 또 굴비 대가리를 섞어 볶아 먹기도 한다.
또 밀가루에다 호박을 썰어 넣고 반죽하여 기름에 부치기도 한다.
이것들이 모두 여름철의 시절 음식으로 참되고 조촐한 별식이다.
참외와 수박은 더위를 씻는 음식이다.
따라서 동부(옛날 서울 안의 구역을 東 西 南 北 中의 5부로 가른 東部)의 채소 과일과 칠패(七牌 :조선시대 남대문 밖의 시장 이름. 봉래동 1가 부근에 있는 어물시장. 巡邏軍의 七牌가 있었음. 옛날에는 배고개 종루와 함께 서울의 3대 시장으로 유명했음)의 생선은 이때 가장 번성하다.
천연정(天然亭 :서대문 밖 천연동 31번지에 있었던 정자)의 연꽃, 삼청동과 탕춘대(蕩春臺 :세검정 근처 서대문구 신영동 136번지에 있는 墩臺. 연산군이 지어 질탕하게 놀았고, 영조 때는 練戎臺라 하여 군대 훈련장으로도 사용했음)와 정릉의 수석(水石)에 산보객이 많이 모인다. 이는 하삭(河朔)의 회음(會飮)을 모방한 것이다.(주나라 무왕이 하삭에 묵으면서 여러 장수들을 모아 같이 마시면서 맹세한 고사)
서울 풍속에, 또 남산과 북악산 계곡에서 탁족(濯足 :여름철에 淸澗 玉水를 찾아다니며 발을 씻고 노는 모임을 濯足會라 한다)의 놀이를 한다.
진주 풍속에, 이 달 그믐날에는 남녀들이 강가로 나가 성이 함락당한데 대한 상서롭지 못한 것을 씻어버리는 행사를 한다. 그 때 원근 사람들이 몰려와 보느라고 시장을 이룬다. 이는 옛날 왜란(임진왜란) 때 이날 성이 함락되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하는 것이 상례가 되어 있다.
*** <東國歲時記>는 우리 나라 연중행사 및 풍속을 설명한 책으로 저자는 洪錫謨다. 1849년(헌종 15년)에 쓰여진 이 책은 정월부터 12월까지 1년 간의 행사 풍속을 23항목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어느 날의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은 月內라 하여 그 달 안의 끝에 몰아서 설명했다. 저자는 해박하게 많은 문헌을 이용하여 고증하고 반드시 始原과 유래까지 밝히려는 노력이 많아 당시까지의 민속을 서술한 歲時記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白眉로 보아 마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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