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세계

이솝 우화6) 늙은 사냥개/바람과 해/시골쥐와 서울쥐

如岡園 2014. 2. 10. 22:35

          # 늙은 사냥개

 아름다운 한 사냥개가 있었다. 비단같이 부드럽고 반질반질한 털을 갖고 있으며 또한 억세고 재빠르고 충실하게 심부름을 하는 개였다. 어디든지 주인이 사냥하러 갈 때마다 그 개는 주인을 따라가 사슴이랑을 잡았다.

 여러 해가 지난 뒤 사냥개는 늙고 약해졌다. 그러나 사냥개는 아직도 다른 개들과 같이 주인을 따라다녔다.

 어느날 숫사슴이 추격을 당하여 피곤해서 거의 쓰러지게 되었을 무렵에 늙은 개가 따라가서 잡았다. 그러나 이빨이 낡아 꽉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슴은 한 번의 앙탈로 무사히 도망칠 수가 있었다.

 때마침 주인이 말을 타고 올라와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매우 분노하여 주인은 자기의 충실한 늙은 사냥개를 말채찍으로 후려 갈겼다. 한참 얻어맞은 늙은 사냥개는 주인에게 말하였다.

 "아이고 주인님, 저를 때리지 마세요. 저는 한껏 노력했습니다. 내가 늙은 것은 저의 탓이 아닙니다. 지금 이렇게 된 저를 싫어하신다면 과거에는 제가 어떻게 하였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 兎死狗烹의 고사(故事)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 바람과 해

 어느날 북풍과 해가 서로 힘이 억세다고 핏대를 세우고 자랑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한 나그네가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하여 북풍과 해는 어느 편이 재빨리 나그네의 외투를 먼저 벗길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보자고 합의했다.

 먼저 거만한 북풍이 시험해 봤다. 북풍은 있는 힘을 다해서 가장 맹렬한 광풍을 불어대었다. 처음에 외투의 단추를 거의 다 벗겼다. 그러나 길손은 외투를 점점 더 꼭 잡고 있었기 때문에 북풍의 모든 힘은 헛되이 쓰여지고 말았다. 북풍은 자기가 그렇게도 간단한 일에 실패하였으므로 몹시 모욕감을 느끼면서 마침내 물러가고 말았다. 

 그러자 친절한 해는 몰려 있던 구름을 헤치고 가장 따뜻한 자기의 빛을 나그네의 머리 위로 보내었다. 길손은 갑자기 더위를 배기지 못해서 외투를 재빨리 벗고 가장 가까운 나무 그늘로 몸을 옮겨 놓았다.

 맹렬한 힘으로 밀어부친 북풍의 위력보다 따뜻한 햇볕의 온기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 이른바 햇볕정책의 모티프를 제공한 우화이다.  

 

          # 시골쥐와 서울쥐

 서울쥐가 시골에 있는 한 동무를 방문했다. 시골쥐는 서울쥐에게 과일과 곡식 등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했다. 극진한 대접을 받은 서울쥐는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시골쥐를 데리고 서울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

 난생 처음으로 서울구경을 하게 된 시골쥐는 야단스러운 서울거리와 수많은 차와 사람들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쥐가 사는 곳은 서울에서도 한복판 화려한 부잣집 광 속이었다. 그 넓은 광 속에까지 따라온 시골쥐는 거기서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광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드디어 서울쥐는 온갖 음식을 내놓고 잔치를 베풀었다. 시골쥐는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음식에 배를 채우고 이제는 서울쥐와 함께 술잔을 나누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모두 흥겹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광 문이 열리자 주인이 쑥 들어섰다. 

 "이크, 큰일 났다!"

 쥐들은 이리저리 도망쳐버렸다. 서울쥐는 광속의 판도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재난을 면했다. 그러나 시골쥐는 달아날 구석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하마터면 잡힐뻔 했지만 간신히 어느 으슥한 곳에 엎드려 숨을 죽였다. 잠시 후 주인이 나갔을 때 시골쥐는 큰 숨을 내쉬며 기어 나왔다. 

 시골쥐는 달달떨고 있었다. 너무 놀랐기 때문에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다. 아래윗니를 달각거리는 시골쥐한테 서울쥐는 말을 건넸다.

 "여보게, 그렇게까지 무서워할 건 없네. 이런 일쯤 언제나 있는 일인데 뭘 그렇게 무서워 떨고 있어?"

 "아니야, 이렇게 무서운 데서 어떻게 사나? 나는 그냥 떨리기만 해!"

 시골쥐는 여전히 떨면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하하하! 시골쥐는 정말 겁도 많네. 사람들에게 들키는 일이 있어도 이런 데서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놀 수 있는 건 얼마나 좋은가? 여기서 살아보면 세월 가는 줄도 모르게 된다네. 자 그럼 아까 먹던 술을 더 마셔 보자. 아직 시간도 멀었으니 한바탕 신나게 먹고 노래나 부르며 즐기세."

 서울쥐는 시골쥐에게 이런 말을 하며 먹던 음식을 다시 꺼냈다. 그러나 시골쥐는 무서운 생각만 나서 도저히 그런 데서 먹고 떠들 수가 없었다.

 "음식대접도 그만하면 실컷 받았네. 자네들은 이곳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급한 때를 당해도 예사지만, 나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니 이렇게 좋은 음식도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네. 보아하니 이집 주인도 쥐를 몹시 싫어하는 것 같은데 곳곳에 쥐잡이틀을 놓아두었을 것이고, 무서운 고양이도 있을 것이니 이런 데서 섣불리 놀다가는 내 목숨이 달아날 것만 같으네. 나는 시골서 살기 때문에 이런 무서운 일은 당해 보지 않았어. 사람이 오면 어디나 풀밭에 숨어도 되니 그런게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르겠네. 먹는 음식이 맛이 없어도 시골은 공기가 맑고 좋다네. 맑은 공기 속에서 지내는 것이 맛있는 음식보다 좋고 편하니 나는 역시 시골로 내려가야 하겠네. 그럼 잘 있게!"

 시골쥐는 보따리를 짊어지고 평화스런 고향으로 내려갔다.

   <- 송충이는 역시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