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한올 한올 검은 머리를 풀어 오랫만에
버짐처럼 얼룩얼룩 남겨진 붉은 조각들을
야금야금 삼키는 해질 무렵 예전의 둥지를 더듬었다
맘 먹으면 못할 게 없을 것 같던 사람들이
장마에 새장 속에 갇혔다 겨우 탈출해
구구절절한 변명들을 줄을지어 늘어 놓으며
자연의 섭리를 탓하니
지켜보던 하늘 심기가 몹시 불편했는지 서둘러
바다를 자꾸 끌어당기며 입맞춤을 보챈다
몸낮춘 바람이 간간히 머리카락을 스치며
귓볼을 간지럽힐 때마다 짜릿한 선을 타고 줄줄이 깨어 나는 세포들
건너편의 거대한 조선소의 불빛이 오색의 무지개로 뜨고
빛이 눈싸움을 할 때마다 팝콘이 터져 눈꽃처럼 내리던
영화속 장면이 연출되는 이 기막힌 무대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장승처럼 굳어버린 관객을 부인한 채
하늘은
물밑 생물들과 담소를 나누며 작별의 아쉬움에 미적거리던
바다를 얼러고 달래더니 아늑하게 품어
정성으로 미래처럼 열었던 날개를 서서히 접는다
*
*
어제 비가 잠시 멈추고 실로 오랫만에 햇볕이 쨍...
그러더니 오늘 새벽부터 또 다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장마도 막바지가 아닌가 합니다 웃는 날 되셔요
출처 : 스**침
글쓴이 : 여명의비밀 원글보기
메모 : 해질무렵의 사진, 나비부인 허밍코러스, 그리고 멋진 글이 한데 어우러진, '여명의 비밀'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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