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B(논문·편글) 99

젊은날의 비망록에서(52)

사람과 세상, 그리고 우리 서로서로를 효과적으로 조절해 나가는 것이 정신적 승리이며 인간의 최대의 행복이다. 우리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것이 건전한 것인가 아닌가를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행복과 불행이 이 세상에 굴러다니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으로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생각하기에 달렸고,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도 되고 불행도 될 뿐이다. 平溫하고 安樂한 生活은 아무래도 사람의 意志를 薄弱하게 만들고, 眞摯하고 誠意 있고 깊은 맛을 얻지 못하게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生活上의 努力도 不足해지며, 자기의 特色을 發見하려는 뜻이 죽어버리고 만다. 남의 衣服을 빌려 입은 것 모양 이러한 生活은 自己의 發見이 아니다. 조촐하고 깊이 있는 生活은 直接 間接으로 苦痛과 슬픔과 不..

젊은날의 비망록에서(51)

부지런한 습관을 기르는데는 몇가지 사소한 요령이 있다. 즉 첫째는 급하고 중요한 일부터 착수한다. 그 일을 할 때는 다른 일을 일단 뒤로 밀어둔다. 어떤 사람을 보면 늘 일에 관한 준비만 하고 착수는 않고 있다. 이럼으로써 사람은 게으런 습관이 생기기 쉽다. 하고자 하는 일에 정신을 집중시키고 우선 책상머리에 앉아서 글자 한 자라도 쓰든지 그어보라. 그럼으로써 얽혔던 실이 풀리듯 일이 풀려나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일에 대한 확신이나 감흥을 요구하는데 그런 것은 실지 일에 부딛친 뒤에 생기는 수가 많은 것이다. 일이란 처음에 예상한 바와는 달리 발전하는 것이 보통이며 쉬고 있을 때는 일에 열중하는 때만큼 가지각색의 사상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결코 망서리지 말고 착수할 것이 중요하다. ..

젊은날의 비망록에서(50)

평온한 감정으로 언제나 餘力을 몸에 지니고 있자. 초조하고 긴장하는데서 사람은 그 정력의 소모가 너무도 큰 것이다. 긴장하고 있으면 누워 있어도 피로하고, 마음을 여유있게 평온히 가지면 걸어도 지치지를 않는다. 역정은 조그만 안타까움이 쌓이고 쌓여서 폭발하는, 이를테면 초조감의 덩어리인 것이다. 초조한 감정의 하나 하나는 대단치 않은 것이지만 쌓이고 겹치면 불이 되고 만다. 그러기 때문에 초조한 감정이 머리를 들 때 선뜻 그 머리를 눌러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이 심리상태가 모든 일의 시작에 있어서 가장 나쁘다. 우리는 일에 지치기 전에 자기 자신의 심리에 지쳐버린다. 이 세상 모든 것에 일정한 템포가 있고 리듬이 있다. 교외에 나가서 대지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구름이 가는 속..

젊은날의 비망록에서(49)

고독이라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형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고독에는 불안이 따른다. 그대의 가슴 속에서 그대의 운명이 나온다. 運이란 무엇인가? 세상에는 運이라는 것이 없다. 오로지 試練 또는 刑罰 또는 補償과 先見이 있을 뿐이다. 人間은 矛盾과 不條理로 가득찬 存在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풀릴 바 없는 수수께끼이며 사랑하면 할수록 悲慘해지는 저주받을 존재이다. 애착과 信賴는 두어볼수록 空虛와 幻滅을 자아내는 存在이다.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의 기분을 너무 염려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다. 그 사람의 기분을 맞추려고 과도하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信念이 담긴 지속적인 性格을 머리에 두고 대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처세술이다. 남이 긴장하지 않고 대할 수 있는 너그러운 사..

젊은날의 비망록에서(48)

'나' 라는 존재의 밑바닥을 들여다 보면 虛無의 深淵이 가로놓여 있다. 무엇인가 나의 손에 잡히기를 願하며, 나는 손더듬을 하고 있다. 아무도 내가 의지할 물건을 던져 주지는 못한다. 아니, 비록 누가 던져 주기로 나는 그것을 받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것을, 나의 실존에 알맞는 것을 요구한다. 내가 기쁨과 신념으로 내 생명을 불태울 수 있는 내 영혼에 깊이 뿌리박을 수 있는 것을 원하고 있다. 人生은 장미꽃으로 덮인 말쑥한 길이 아니다. 우리들의 대부분은 기쁨도 희망의 빛도 없이 쓰디쓴 빈곤과 구원의 빛을 찾고 있다. 구질구질한 걱정으로 압도 당하고 있다. 우리는 구원의 빛을 찾고 있다. 비속한 일에 굴복할 수 없는 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매일매일의 투쟁으로 인생은 기록되고 있다. 두려워서 쪼그리고 있는..

젊은날의 비망록에서(47)

두 다리에 맡기고 마음도 가볍게 나는 큰 길을 활보한다. 건전하게 자유롭게 세계를 눈앞에 바라보며 나의 앞에 있는 흑갈색의 한 줄기 길은 내가 원하는대로 나를 멀리 인도한다. 나는 구태어 행운을 원치 않는다. 나는 행운 그 자체이다. 이제부터 나는 어물거리지 않겠다. 또 무엇이고 일없다. 강건하게 스스로 충만하여, 나의 큰 길을 여행하는 것이다. 그 누가 처음부터 영웅으로 태어났고, 그 누가 비열한 인간으로 태어났던가? 비열한 자는 자기를 비열하게 만들었던 것이고, 영웅은 자기를 영웅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오늘 비열하던 자도 내일은 비열한 노릇을 그만둘 가능성이 있고, 오늘의 영웅도 내일은 영웅이 안되고 말 가능성을 반드시 가지고 있다. 사람은 자기를 여하한 위치에 둘까를 모른다. 그는 확실히 방황하고 ..

젊은날의 비망록에서(46)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하나의 物體의 空間에 있어서의 絶對運動이라는 思考方式을 否定한 理論이다. 空間에는 絶對로 停止하고 있는 것은 없다. 地球의 運動은 太陽에 對해서이다. 太陽의 運動은 他의 恒星에 對해서이다. 一千億의 恒星을 갖는다는 銀河界의 運動은 他의 星運 宇宙에 對해서이다. 이 思考方式에서 보면 速度, 길이, 크기, 質量 그리고 時間 等 모든 것이 相對的인 것이 된다. 例를 들면 時間은 地球人이 觀測한다. 그 現象은 地球人에게 보였을 때에 그 별 위에서 發生한 일은 아니다. 빛은 每秒 30萬 킬로미터의 速度로 달리기 때문에 遠距離에 있는 별에서 일어난 現象이 地球에 傳해져 오기 까지에는 時間이 걸린다. 이 結論으로서 時間도 空間도 一方的으로는 存在가 不可能하며 서로가 依存해 있음을 알았다..

젊은날의 비망록에서(45)

잃어버린 自我 잃어버린 自我, 成層圈으로 破裂되고 이온의 犧牲이며 감마線에 걸린 羊 部分이며 全體 - 노뜨르담 네 灰色돌담에 아로새긴 無限의 幻想 네겐 밤도 아침도 없이 해가 저문다 해(年)는 눈도 내리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은 채 威脅하여 無限을 품안에 숨기고 있으니- 逃避로서의 世界 너의 끝나는 곳은 어디며, 어디가 자고, 네 限度는 어디까지 널브러졌는냐 - 喪失과 利得 - 野獸의 遊戱...... 永遠이란 鐵窓을 따라서의 逃避行이다 바로 野獸의 光景 星座는 臟腑에 숨어 들고 生과 創造의 主人公, 密林 속 彷徨 끝에 죽어 가고 人間, 民族相爭, 카탈라우눔 戰役도 野獸의 奈落으로 沈沒한다 世界를 思惟로 갈리어 찢었다, 領域과 時間 또한 人類가 머리 짜내 마련한 것 오로지 無限함의 한 가닥 기능에 不過하니..

젊은 날의 비망록에서(44)

사랑의 신비 곱다란 장난에서 어느덧 철석같은 결과가 생긴다 우리의 가는 길은 차츰 좁아진다 우리를 너그러이 한 그 마력은 금세 우리를 낮과 밤같이 지배한다 때로는 너무나 확실한 행복 때문에 몸을 떨며 다시금 싹트던 기분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최초에 솟아 오르듯 하던 그 명백한 기쁨으로 ...... 부질없는 생각! 生成의 부르짖음은 이미 울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하늘의 산들 바람과 같이 받아들인 것은 이제는 다만 그리움을 뼈저리게 하며 완성시키는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서로 헤어지려는 충동을 느낀다 미워하기 때문인지 사랑하기 때문인지 알쏭달쏭하다 고통의 말마디도 주고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의 참된 생명을 확인하기 위하여이다 속담에 수수께끼 같은 경고가 있으니 하였다 그러나 그 컴컴한 교훈도 우리를 놀라..

젊은날의 備忘錄에서(42)

不運한 靑春을 爲한 讚歌(4) 참된 벗을 얻은 자, 사랑하는 아내를 얻은 자, 땅 위에 오직 한 명의 사랑하는 이를 가진 자도 歡喜의 노래를 부르라. 그것을 알지 못하는 자는 슬피 울며 이 무리에서 떠나가라...... 베에토벤은 쉴러의 詩를 빌려 이렇게 고통을 뚫고 歡喜에로 이르는 벅차고 숭엄하기까지한 노래를 읊었다. 절망에 몸부림치고, 괴로움으로 밤을 새우며 사랑에 목말라 우주 밖에 홀로 나앉은 듯한 고독 속에 빠졌을 때, 한 줄기 눈을 찌르는 섬광이 나를 화악 태워버리는 것이다. 참된 기쁨, 참된 사랑이 폭풍우처럼 휘몰아 드는 순간이다. 참으로 고독한 자는 고독하지 않다. 참으로 사랑하는 자는 절망하지 않는다. 우리의 몸부림이, 우리의 불신이, 우리의 반발이, 우리의 그 모든 피나는 기억들이 그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