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56

노기다열(老妓多閱)/과여사언(果如師言)

# 노기다열(老妓多閱, 늙은 기생의 살아 온 이야기 )  신해년 봄에 내(副墨子)가 마침 영변에 가서 여러 달을 체류하였는데, 그 이웃에 老妓 옥매의 집이 있었다. 그는 이따금 내게 와서 혹은 노래도 해 주고, 혹 옛날 얘기도 하여, 나의 심심풀이를 해 주더니, 하루는 나를 향하여  "소인이 나이 칠십에 머리털은 이미 성성하여 사십 전과 같으니, 이것은 나 홀로만 그런 것이 아니고 기생은 반드시 다 그러하니이다." 한데, 내가 그 연고를 물으니 답해 가로되, "기생은 따르는 사람이 또한 많아서 재화를 탐해서 그를 따르고, 색을 탐내어 따르고, 그의 풍채를 사랑하여 따르고, 인정에 구애하여 따르고, 그 사람은 한없이 미우나 위엄과 호령에 겁내어 따르고, 우연히 옛날 사람을 만나 따르고, 이와 같고 저와 같..

유기선납(柳器善納) /시인자벽(詩人字癖)

# 유기선납(柳器善納, 유기그릇을 잘 납품하다) 금재 이장곤이 연산조에 문과 교리였더니, 연산의 의심을 입어 다시 붙잡히게 된고로 도망하여 함흥에 들어갈쌔 행로에서 심히 갈증이 나는데 우물가에 물을 긷는 처녀가 있거늘, 한 표주박의 물을 구한즉, 그 여인이 바가지를 들어 물을 담은 후에 버드나무 잎을 따서 물 위에 띄워 주거늘, 괴상히 여겨 그 이유를 물으니, 여인이 가로되, "갈증이 심하여 급히 마시오면 체하실까 하여 그리 하였습니다." 장곤이 놀래어 물어 가로되, '네가 뉘집 딸이뇨?" 대해 가로되, "건너편의 유기장이 집 딸입니다." 따라가 그 집에 가서 사위가 되어 몸을 의탁하니, 서울의 귀한 객으로 어찌 유기를 만들줄 알리오. 다뭇 나날이 낮잠자기로 일을 삼거늘 유기장이의 부처가 노하여 꾸짖어 ..

순사반친(巡使反櫬)/오비장전(吾扉將顚)

# 순사반친(巡使反櫬, 순찰사의 면례 금장) 한 순찰사가 장차 道內의 大村의 뒷산에 아비 무덤을 쓰려 하거늘 촌민이 걱정치 않는 자 없으니, 위세를 겁내어 입을 열어 말하는 자 없고, 나날이 으슥한 곳에 모여 앉아 함께 의논하기를, "순찰사또께서 만약 이 곳에 入葬하시면, 우리 대촌이 스스로 敗洞이 될 것이오. 누가 수백명이 양식을 싸 짊어지고 임금께 직소하거나 備局에 等狀하는 것이 어떠냐?"하고 紛紜(분운)할 때에 이웃에서 술 파는 노파가 이 소리를 듣고 웃으면서, "여러분이 사또로 하여금 禁葬케 하는 것은 아주 손쉬운 일이니, 무엇이 그리 근심할 게 있습니까. 여러분 한 사람 앞에 한 냥씩만 돈을 거두어 늙은 저를 주신다면, 제가 마땅히 죽음을 걸고 금장케 하리이다." 하니, 여러 사람이 "만약 능히..

치완성매(齒腕成媒)/반반견(般般犬)/웅벽력(雄璧靂)

# 치완성매(齒腕成媒, 잇빨과 팔이 중매를 서다) 어느 집에 계집 종이 있어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미끄럽게 흘렀다. 그런데 다뭇 그 여종이 이를 닦지 않아 황금니를 하고 있었다. 이웃에 홍서방이라는 자가 있어 또한 풍모가 가히 봄직하나 목욕을 즐기지 아니하여 팔과 손이 까마귀같이 때가 끼었었다.고 ㄱ이때 好事者가 있어 계집종에게 이르기를, "홍서방이 항상 그대의 자색이 천하일색이라고 칭찬하나 다만이가 누런 것이 한스럽다고 하더라." 하고, 또 홍서방 보고는, "아무집 종은 늘 그대의 풍모를 칭송치 않는 바 아니나, 다만 팔과 손에 때가 끼었음을 흠할 뿐이라고 하더라."고 말하니, 계집종과 홍 서방이 아울러 그 말을 믿고 나날이 이와 팔이 깨끗해져 갔었다. 어느 날 홍서방이 드디어 계집종을 찾아가 그 집 ..

거각형출(擧脚兄出)/탐문옹수(探問翁睡)/체모개산(髢毛蓋散)

# 거각형출(擧脚兄出, 다리를 드니 형이 나오다) 소년의 무리들이 서로 모여 앉아서 함께 외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한 소년이 "우리 형님 집에 한 童婢가 적이 美色인지라, 집밖에 불러내어 바야흐로 그 일을 하려고 다리를 드는데, 형님이 나오므로 능히 성사치 못하였다." 하거늘 듣는 자가 비웃었다. # 탐문옹수(探問翁睡, 영감이 잠들었던가를 물어보다) 한 늙은 부부가 한방에 함께 있는데 여인은 등불 아래에서 솜을 고르고 있고, 영감은 꼬부리고 누워 잠간 눈을 붙이었더니, 여인이 잘못하여 크게 방귀소리를 내고는 그 영감이 알까 저허하여 이를 시험코자 하여, 일부러 하품을 하면서 영감을 불러 이르되, "영감 주무시오?' "왜 부르오?" "홀로 쓸쓸히 누워 계시므로 불쌍해서 물어 보았소." "나를 불쌍..

개책아면(開冊兒眠)/상소성명(相笑姓名)/거선갱고(擧扇更高)

# 개책아면(開冊兒眠, 책을 펴들기만하면 아이가 잠든다 ) 한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아이가 밤낮으로 울기만 하거늘, 그 며느리가 한 권의 소설책을 가지고 아이의 앞에 펴 놓거늘, 그 시어미가 괴상하여 그 연고를 물으니, "이 아이의 아비가 평일에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이 책을 펴 들기만 하면 잠이 들어버립니다." 하니 시어머니가, "그애 아비야 그 문장의 재미를 알기 때문에 그렇지만, 아기야 어찌 그것을 좋아하랴?" 과연 책을 편 지 조금 후에 아이가 잠드는지라 며느리가 이르되, "노인은 망녕되이 사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중얼거렸다. # 상소성명(相笑姓名, 통성명을 하고 서로 웃었다.) 두 사람이 함께 주막에서 만나 서로 성명을 통할쌔, 한 사람이 가로되, "나는 方必正이오." "나는 洪汝廣이..

내병재오(內病在吾)/송이접신(松栮接神)

# 내병재오(內病在吾, 속병이 내게 있소) 옛적에 한 의원이 평생에 웃지 않는 것으로써 세상에 유명하거늘, 동네의 못된 소년의 무리들이 서로 의논하기를 "아무개 집 의원이 평생에 웃지 않으니 우리 가운데 능히 의원으로 하여금 웃게 하면 마땅히 큰 상을 차려 주리라." "맹세를 저버리지 않겠느뇨?" 하고 한 사람이 말하니 "어찌 그럴리가 있겠느냐? 하고 여러 사람이 말했다. 그 소년이 비단 수건으로 왼손을 겹겹이 동여매고 의원의 집을 찾아갔는데 의원이 단정히 앉아 물어 가로되 "그대가 무슨 일로 왔느냐?" "내환으로써 십분 증상이 위중하여 왔습니다." 소년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하니, "병세가 어떠하냐?" "뭐라고 형언할 수도 없고 內病이 내 몸에 있소이다." 하니 여럿이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의원이 괴..

윤행시합(輪行時合)/불교주죽(不較酒粥)/주담지곤(做談止困)

# 윤행시합(輪行時合,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같다) 한 선비가 촌집에 투숙하였는데, 이웃집 여인이 있어 잠간 주인집에 와서 두어 마디 하고 돌아가는데, 아름답기 그지 없는지라, 선비가 몰란 겨를에 정신이 기울어지고, 뜻이 쏠려서 그의 종을 돌아다보고 일러 가로되, "저 예쁜 여인이 나로 하여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니 어쩐 일이뇨?" 종이 가로되, "별일 있을라구요? 소인도 그 사람을 보고 마음 가운데 또한 불편하니, 주인님의 속이 불편하심은 정녕코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였다. #불교주죽(不較酒粥, 술을 마시는 것과 죽을 먹는 것을 어찌 비교한단 말인가) 蔡참의 충원이 밥을 잘 먹고 술을 즐기지 않는데, 일찌기 관동의 방백이 되었거늘, 조카인 호주 유후가 서울에 있어 그의 出巡함을 듣..

橋榜不出(교방불출)/三物俱失(삼물구실)/厠間瞻語(칙간첨어)

# 교방불출(橋榜不出, 교하방은 나오지 않았다.) 옛날에 한 선비의 아들이 글이 짧더니, 과거장에 들어가서 아침서부터 밤에 이르도록 소매 속에 시저(試楮,시험지)를 감췄다가, 가만히 다리 아래에 던지고 돌아오거늘, 榜이 나붙으매 여러 집에서 종을 보내어 방을 볼쌔 그 선비도 또한 종으로 하여금 가 보게 하니, 종이 말해 가로되, "교하방(橋下榜)은 아직 나오지 않았소이다." 한데, 듣는 자가 모두 웃었다. # 삼물구실(三物俱失, 세가지 물건을 모두 잃다) 한 선비가 완악한 종놈을 두었는데, 데리고 다른 집에 갔더니, 어두워 오매 경계해 가로되, "너 절대로 졸지 말고, 자지 말고, 釜子 鞍匣(말 안장 밑가리개) 및 大分土(가죽신)를 잘 보살펴라." 이튿날 아침에 종이 먼저 고해 가로되, "부자를 이미 잃..

郞官勝地(낭관승지)/士奴甕癖(사노옹벽)

# 낭관승지(郎官勝地, 낭관의 승지강산) 옛날에 두 재상이 우연히 한 곳에 모였더니, 다 일찌기 영남 방백(嶺南方伯)을 지낸 일이 있는지라, 그 한 사람은 진주 기생을 사랑했으므로 촉석루로써 승지 강산이라 하고, 딴 이는 밀양 기생을 사랑했으므로 영남루로써 가장 좋다 하여, 서로서로 자랑하며, 바야흐로 우열을 결하지 못하거늘, 자리에 한 낭관이 있어 또한 일찌기 이내 본도(本道)의 半刺를 지낸 바 있는지라, 二公의 말을 듣고 이에 가로되, "영남과 더불어 촉석은 비록 성지의 경개가 있으나, 제가 본즉, 다 尙州의 松院만 같지 못합니다." 하니, 이공이 놀라 가로되, "송원으로 말하면, 거친 언덕 끊어져 후미진 사이에 있고, 논과 밭두렁의 위에 있으니 먼 산과 큰 들의 아래들이 없을 것이고, 대나무와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