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15

치완성매(齒腕成媒)/반반견(般般犬)/웅벽력(雄璧靂)

# 치완성매(齒腕成媒, 잇빨과 팔이 중매를 서다) 어느 집에 계집 종이 있어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미끄럽게 흘렀다. 그런데 다뭇 그 여종이 이를 닦지 않아 황금니를 하고 있었다. 이웃에 홍서방이라는 자가 있어 또한 풍모가 가히 봄직하나 목욕을 즐기지 아니하여 팔과 손이 까마귀같이 때가 끼었었다.고 ㄱ이때 好事者가 있어 계집종에게 이르기를, "홍서방이 항상 그대의 자색이 천하일색이라고 칭찬하나 다만이가 누런 것이 한스럽다고 하더라." 하고, 또 홍서방 보고는, "아무집 종은 늘 그대의 풍모를 칭송치 않는 바 아니나, 다만 팔과 손에 때가 끼었음을 흠할 뿐이라고 하더라."고 말하니, 계집종과 홍 서방이 아울러 그 말을 믿고 나날이 이와 팔이 깨끗해져 갔었다. 어느 날 홍서방이 드디어 계집종을 찾아가 그 집 ..

윤행시합(輪行時合)/불교주죽(不較酒粥)/주담지곤(做談止困)

# 윤행시합(輪行時合,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같다) 한 선비가 촌집에 투숙하였는데, 이웃집 여인이 있어 잠간 주인집에 와서 두어 마디 하고 돌아가는데, 아름답기 그지 없는지라, 선비가 몰란 겨를에 정신이 기울어지고, 뜻이 쏠려서 그의 종을 돌아다보고 일러 가로되, "저 예쁜 여인이 나로 하여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니 어쩐 일이뇨?" 종이 가로되, "별일 있을라구요? 소인도 그 사람을 보고 마음 가운데 또한 불편하니, 주인님의 속이 불편하심은 정녕코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였다. #불교주죽(不較酒粥, 술을 마시는 것과 죽을 먹는 것을 어찌 비교한단 말인가) 蔡참의 충원이 밥을 잘 먹고 술을 즐기지 않는데, 일찌기 관동의 방백이 되었거늘, 조카인 호주 유후가 서울에 있어 그의 出巡함을 듣..

請吏寫祝(청리사축)/添字誤下(첨자오하)

# 청리사축(請吏寫祝, 읍리에게 청하여 축문을 쓰다) 어떤 시골 사람이 글을 아지 못하는 이가 있어, 일찌기 京族들이 집안 제사 때에 축문 읽는 것을 보고 尙饗 두 자의 소리가 있는 것을 본뜨지 못하고 또한 그 흉내를 내고자 하였더니, 후에 그 아비의 忌日을 당하여 축문을 쓰고자 하나 글 아는 위인이 없는지라, 연고로 제사에 쓰려던 술과 찬수로 읍리를 교제코자 갈라 내며, 축문을 써 달라 청하여 상향 두 자를 쓰지 않았는데, 읍리가 응락하더니, 새벽에 이르러 읍리가 俗用吏文으로써 축문을 써 가지고 와서 가로되, "쓴 사람이 스스로 읽어야 된다." 하며 드디어 상 아래에 꿇어 앉아서 크게 읽어 가로되 "오늘은 네가 죽은 고로 너의 자손 등이 많이 주식을 갖추어 차려 놓았으니, 너의 부처는 아울러 와서 먹어..

喪人知時(상인지시)/幣婦産兒(폐부산아)/妹夫居喪(매부거상)

상인지시(喪人知時, 상주가 시간을 알다) 한 상제가 배우지 못하여 한없이 무식하고 심히 어리석어서, 親喪을 당하여 장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친구들이 와서 凡百의 모든 일을 보아 주더니, 여러 사람이 말하기를, "下棺할 때는 子時가 마땅한데, 그 때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자명종을 빌려 오는 것이 제일 좋겠다.". 하니 상제가 가로되, "반드시 빌려올 필요가 없겠고 내가 때를 알기를 귀신과 같이 하니 너무 걱정을 말라." 하여 여러 사람들이 주인의 말이 이와 같으니, 다시 다른 말이 없었다. 당일에 산에서 하관할 때를 기다리는데 상제가 문득 가로되 "때가 이제 왔도다. 곧 하관하라." 하여 여러 사람이 하관할 즈음에 상제가 문득 바지를 벗고 손으로 陽物을 들고 관 위에 오줌을 누는데 좌우가 크게 놀라 가..

姑責翻身(고책번신)/命奴推齒(명노추치)/忘祥愧從(망상괴종)

고책번신(姑責翻身, 몸을 뜅겨치라고 시어미가 책하다) 어떤 촌 할미가 그 젊은 며느리와 더불어 넓은 들에서 김을 맬쌔, 문득 소낙비가 크게 쏟아져 시냇물이 넘쳐흘러, 할미가 시냇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가에서 어정거리고 있었더니, 문득 한 청년이 있어 지나가면서 가로되, "날이 저물고 물이 깊은 고로 여인이 능히 건너지 못하리니, 제가 업어 건너드리리다." 할미가 다행히 여겨, "원컨댄 먼저 며느리를 건너 준 뒤에 나를 건네라." 청년이 바로 그 며느리를 업고 먼저 건네 주고, 건너 언덕에 이르러 끌어안고 交合하거늘, 할미가 이를 바라보고 높은 소리로 외쳐 가로되, "며느리야 며느리야...... 몸을 뜅겨쳐라. 몸을 엎치락 뒤치락하라......" 하였다. 얼마 후에 또한 다시 할미를 업고 건너가서, 또한 누..

강주지투(講奏止妬)/설몽포병(說夢飽餠)/열장복면(捩杖覆麵)

# 강주지투(講奏止妬, 奏辭를 講해서 질투를 멎게하다) 어떤 유명한 재상이 곧 명재상의 사위였으니, 사위 재상이 심히 조심하여 매양 임금님께 주대(奏對)함에 당하여, 반드시 하루의 말미를 기약하여 분향 정관하여 단정히 앉아 먼저 그 주사(奏辭)를 강(講)해 본 후에 입주(入奏)하는 고로, 언제든지 임금께서 가납하시는데, 그 부인이 성품이 심히 투기가 많아서 사위재상이 항상 괴로워하거늘, 하루는 사위재상이 연회로부터 돌아오매, 부인이 그 기생과 더불어 희롱하였음을 듣고, 극히 질투하여 싸울쌔, 사위재상이 이에 말하되, "명일 대궐에 들어갈 때 꼭 여쭐 일이 있다." 하며 드디어 향불을 피우고 공복을 함께 한 후에 비복들에게 명령하여 가로되, "만일 훔쳐듣는 자가 있으면 스스로 죽음을 당하리라." 한데, 부..

순흥삼하(順興三賀)/아애일목(我愛一目)/피달실인(被撻室人)/오아자계(誤我者鷄)

# 순흥삼하(順興三賀, 순흥의 세 가지 하례할 일) 순흥은 고을이 작고 기생이 패악한 데다 반찬솜씨 또한 박했다. 남정 승지(南政承旨)가 감사가 되고 김선생 문기(文起)가 아사(亞使)가 되고 최장령(崔掌令) 상생(常生)이 군수가 되었더니, 하루는 감사가 잔치를 베풀고 나그네를 속일쌔, ..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남산가(南山歌)/난상가란(卵上加卵)

#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 오십보 백보) 며느리가 건넛집 김 총각과 난만히 가댁질하는 현상을 시어머니가 보고 며느리를 꾸짖어 가로되, "네가 무슨 일로써 김 총각으로 더불어 난만히 가댁질만 치느냐. 내 마땅히 너의 남편에게 말하여 수죄케 하리라." 하고 마침내 그 남편에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