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이탈리아 영화 감독 : 페데리코 펠리니 제작 : 카를로 폰티, 디노 드 로렌티스 음악 : 니노 로타 출연 : 안소니 퀸, 줄리에타 마시나, 리처드 베이스하트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
Nino Rota/Gelsomina
첫 장면부터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이 곡은 단지 영화의 주제곡으로서만 아니라, 이 영화의 슬픈 이야기를 전개하는 줄거리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도 설정이 되어있는데, 영화 후반에 잠파노가 길에다 버리고 온 젤소미나가 죽었다는 사실도 이 노래를 빨래하면서 부르는 어느 여인을 통해서 나중에 알게 된다.
전후의 이탈리아, 황폐한 도시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빈민, 이 때의 영화를 '네오 리얼리즘'이라고 하여 어둡고 황폐한 이탈리아의 모습을 잔잔히 그려낸 영화들이 나왔습니다. 네오 리얼리즘의 거장이라는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무방비 도시'와 '전화의 저편'그리고 비토리오 데 시카의 '움베르토 D'와 '자전거 도둑'에서 보여준 지독하게 가난한서민들의 모습. 이 두 감독으로 대표되는 이탈리아의 40-50년대 영화는 다시 '이탈리아의 삼각 거장'으로 일컫는 '루키노 비스콘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그리고 '페데리코 펠리니'로이어졌습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중 '길'과 '8과 1/2'은 세계 영화사상 역대 최고걸작을 선정하는 목록에 단골로 상위권에 오르내리는 작품입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난해한 8과1/2보다는 친근하고 서민적인 영화 '길'이 훨씬 가까이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잠파노'와 젤소미나'라는 극중 이름도 너무나 유명해졌을 정도로 길은 대중들에게 높이 각인된 작품입니다. 오토바이로 포장수레를 끌고 다니며 쇠사슬을 끊는 묘기를 보여주면서 '길'에서 살아가는 잠파노(안소니 퀸)와 그를 따라다니며 조수역할을 하는 젤소미나 (줄리에타 마시나)의 관계는 영화속에서 굉장히 묘하고도 애매한 사이입니다. 둘은 표면적으로는 '부부'이지만 실제로 부부관계를 갖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잠파노는 젤소미나를 부려먹고 말을 안 듣는 다고 때리기도 합니다. 젤소미나는 그런 잠파노는 원망하며 떠나려고도 하지만, 정작 떠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잠파노에게 의지하려고 합니다. 거칠고 투박한 잠파노, 바보같고 순종적인 젤소미나, 이러한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 벌이는 생활은 굉장히 고달프고 공허합니다.
주요 장면 모음(음악은 영화와 무관함)
삶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않으며 그래서 '생각'을 할 이유가 없이 살아가는 잠파노,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괴로워하는 젤소미나, 이런 두 사람 사이에 줄타기를 하는 광대(리처드 베이스하트)의 출현은 잠파노와 젤소미나의 이런 일상적인 삶을 깨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젤소미나는 광대를 따라 떠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잠파노에게 자신이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려움에 처한 잠파노의 곁을 지키게 됩니다. 젤소미나에게 단 한 번도 다정한 말을 해주지 않았던 잠파노... 결국 뜻하지 않은 살인으로 젤소미나와 헤어지게 된 잠파노....
길은 전형적인 라스트씬의 기억을 심어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내내 애절한 사랑도, 애증도, 그리운 만남이나 이별도 없이 하녀를 부리듯 젤소미나를 대하는 잠파노의 모습은 바뀔줄 모르는데, 두 사람이 헤어지고 몇 년이 흐른뒤 우연히 젤소미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잠파노가 술에 취한 채 바닷가에서 울면서 절규하는 라스트 장면은 '길'이라는 영화를 관객들의 뇌리에 깊고 구슬프게 심어준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대로서 살아간 두 남녀, 부부관계도 아니고 사랑한 사이도 아니고 정을 나눈 사이도아 닌 두 남녀의 이야기로 흘러간 이 영화는 마지막에 잠파노의 후회스럽고 회한에 찬 눈물이 아련하게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선남선녀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영화 길은 두 주인공이 행복한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참으로 마지막의 안소니 퀸의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던 영화입니다.
메모 : 인생이란, 단지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며, 그 두 가지를 지양하고 종합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커다란 기쁨도 커다란 슬픔을 불러 올 것이며, 또 깊은 슬픔은 깊은 기쁨으로 통하고 있다. 자기의 할 일을 발견하고 자기의 하는 일에 신념을 가진 자는 행복하다. 사람의 가치는 물론 진리를 척도로 하지만 그러나 그가 가지고 있는 진리보다는 그 진리를 찾기 위해서 맛본 고난에 의하여 계량되어야 한다. - T. 카알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