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평일과 다른 명절일 중에서도 한 해의 첫날이며, 달력의 기점으로 元日, 元旦, 正初로 불리며,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구분 없이 일손을 놓고, 새옷, 즉 설빔으로 갈아 입고, 어른들께 세배하고, 조상에게 茶禮를 지낸다.
이 날 시절 음식으로 대접하는 것을 歲饌이라 하고, 이 때의 술을 歲酒라 한다.
각 가정에서는 설날 아침 일찍 세찬과 세주를 祠堂에 차려 놓고 제사를 지내는 正朝茶禮가 가장 중요한 새해의 첫 행사이다. 말하자면 조상에 대한 歲拜이다. 사당은 長子가 모시는데,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까지의 4대조의 신주를 모셔두고, 차례대로 제사지낸다. 4대조 이상의 神主는 각기 분묘 앞에 묻어 집에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고, 10월에 있는 時祭 때에 함께 제사지낸다.
다례 때에는 원근의 자손들이 모두 장손 집에 모여들어 함께 제사를 지내는 단란한 분위기 속에 한 해를 맞이한다. 옛날부터 설날 아침과 추석날에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끼리 명절을 지내는데 다례는 그 구심적 역할을 하여 왔다.
설날에는 다례뿐만이 아니라 조상의 무덤을 찾아 성묘도 하였다. 생존한 어른들께 세배하듯이 돌아가신 조상에게도 생존시처럼 인사를 드린 것이다.
세배를 할 때나 길에서 연소한 친구를 만나면 축하의 말로써 서로 복을 빌어주는데 이것을 德談이라고 한다.
'설'이란 말의 유래에 대하여 살펴보면, 경북 지방의 여러 곳에서, "설이란 삼간다[謹愼]는 뜻"이라고 하였고, 또 "설이라 함은 섧다는 뜻이지만 옛날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뜻이니 기우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은, '설날'의 원래의 종교적 의의를 잘 나타낸 말들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보다 더 휴가와 오락을 위한 날로 생각하고 있지만, 본래는 제사에 참가하는 날로 설빔, 즉 歲粧도 하고 '조심하고 가만히' 있으며, 일 년 농사에 관계되는 여러가지 축원을 하기 위한 날이었던 것이다.
설날 節食으로 일반적인 것은 떡국이다. 조상에게 떡국 다례도 지내며, 나이 먹는 것을 떡국을 몇 그릇째 먹었느냐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 날 만두를 먹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북부지방에서는 만두국을 많이 먹는다.
영남지방의 세찬의 하나로 많이 쓰이는 것에 강정이 있다.
歲酒로 마신 椒柏酒와 屠蘇酒는 중국에서 유래한 세주로서, 정초에 마시면 괴질을 물리치고, 일년 중의 邪氣를 없애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세주는 중국에서는 이미 梁代(6세기) 이전부터 있어 온 것으로 우리나라에도 꽤 일찍부터 상부층 생활에 영향된 것 같다.
초백주는 후추 일곱 개와 측백나무의 동향한 잎 일곱 개를 한 병 술에 담가서 우린 술로 除夕에 담가서 정초에 마시면 괴질을 물리친다고 하고, 도소주는 산초, 방풍, 白朮, 밀감피, 肉桂皮 등을 조합하여 만드는데, 이것을 마시면 일 년의 邪氣를 없애고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둘 다 다분히 속신적인 요소가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세주로는 약주 또는 청주나 탁주가 쓰이고, 혹은 소주에 藥味를 가미한 것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인 것 같다.
<동국세시기>(1849년 저작으로 추정)의 저자 洪錫謨는 당시의 추세가 그러했듯이 慕華思想에 젖어 우리 歲時風俗의 기원을 대부분 중국에서 찾고 있어 견강부회의 억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중국 세시풍속의 수용은 실상 歲畵나 입춘의 春帖子, 그리고 성황제 같은 예에서 구체적으로 볼 수 있듯이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단순수용으로서 기일, 명칭, 내용 모두가 중국의 풍속 그대로의 수용.
둘째, 상층계급에서는 중국 풍속 그대로의 수용이나, 일반 민중은 그와 유사한 고유풍속으로 이해하고 대행하는 이중구조적 수용.
세째, 명칭수용으로서 기일, 명칭은 중국 것과 같으나 풍속의 내용이나 성격은 한국 고유의 것인 것.
또 이 세시풍속의 담당자들을 볼 것 같으면 관아나 상층 계급 레벨의 행사에는 첫째의 수용형이 많고, 촌락공동체의 행사에는 둘째와 세째의 수용형이 보통이고, 가정이나 개인의 행사에는 계층에 따라 다르지만 세 가지 수용형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세시풍속은 과거 궁궐이나 관아와 도읍의 양반 사대부들이 주로 행하던 상층의 행사와 향촌의 평민, 주로 농어민들이 행하던 것과의 이중구조적인 입장에서 발전하여 왔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구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李杜鉉외 2인 共著 <韓國民俗學槪說>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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