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향수 /노래- 이동원, 박인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 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노래말은 1927년 <朝鮮之光>65 호에 발표된 정지용(鄭芝溶)의 시 '鄕愁'.
토착어를 활용하여 향토적 정서에 뿌리박고 신선한 감각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
정지용은 1903년 충북 옥천 출생. 교토 同志社大學 영문과 졸업. 경향신문 편집국장, 이화여전 교수 역임. 독실한 카톨릭 신자요 순수 시인이었으나 광복 후 세상의 거친바람은 그를 가만 놔 두지는 않았다. 조선문학가동맹측과 가까이 지냈고 정부수립 후에는 전향하여 보도연맹에도 가입하였다. 한려수도 여행중 6.25를 맞아 상경하였다가 북한군에 잡혀 문화선무대에 참여하였다고 하나 그 뒤 소식이 끊김(1953년 사망?).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등 이른바 청록파 시인들도 그의 추천에 의하여 등단했고 진정한 한국의 현대시는 정지용에게서 시작된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각광을 받지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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