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B(논문·편글)

<순오지>의 속담(1)

如岡園 2013. 11. 21. 20:06

 속담(俗談)의 유래는 옛날 부터다.

 증씨(曾氏)의 전(傳)에는,

 '사람은 자기 자식의 나쁜 점을 알지 못하고, 자기 곡식의 싹이 큰 줄을 모른다'는 말이 있고, 태사공의 소진전(蘇秦傳, 사마천의 사기에 있음)에는,

 '차라리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 소 밑구멍은 되지 말라.'는 말이 있고, 가의(賈誼)의 <치안책(治安策)>에는,

 '쥐를 잡으려 하면서 그릇 깨질까 두려워 한다.'는 말이 있다.

 이런 말들은 모두 옛날 속담에서 나온 것이나, 성현도 그것을 취해 썼고, 변사(辯士)도 차용해다가 비유로 삼았으니 어찌 그 말은 비록 비속하다고 하더라도 뜻이야 통하지 않을까보냐.

 본조(本朝)의 족당(足堂) 어숙권(魚叔權, 조선조 때의 학자)도,

 '초헌(초軒)에 채찍질', '짚신에 분칠', '거적문에 돌쩌귀', '사모에 갓끈', '초립에 솔질', 중 재(齋) 올리는 데 되놈의 춤', 이 여섯 가지 말을 서로 맞지 않는 일에 대한 풍자로 삼았다. 또,

 '봄비 잦은 것', 돌담 배부른 것', '사발 귀 빠진 것', '늙은이 불량스러운 것', '아이 입빠른 것', '중이 술 취하는 것', '흙부처 냇물 건너기', '가모(家母) 손 큰 것', 이 여덟 조목의 말을 아무짝에도 쓸데없이 해롭기만 한 것의 비유로 삼았다.

 이 밖에도 여항간(閭巷間)에 날마다 쓰고 있는 속담이 무려 수백 가지나 되어, 부인네나 아이들까지도 모두 알고 있다. 말은 비록 비천하고 속되나 역시 사물의 정황에 합당한 것이 많아, 선배 문인들도 더러 소장(疏章)이나 척독(尺牘, 편지) 가운데에 쓰기도 했다. 이를테면,

 '산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는 말은 노소재(盧蘇齋)가 그의 사직(辭職)을 비는 상소문에 썼고,

 '외 손뼉이 소리 나랴'는 말은 양제호(조선조 때의 문신)가 누구에게 준 편지에서 썼고,

 '급히 먹으면 목이 멘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나는 놈 위에 올라타는 놈 있다'는 말을 허균도 역시 편지에서 썼으니, 모두 그들의 본집(本集)에 실려 있다. 대개 그 지방에 사는 자는 스스로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에 자수(字數)에 따라 분류를 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여 아울러 다음에 저록(著錄)한다.                          

    *중의 빗[梳] - 쓸 데가 없는 물건을 말한다.

   *그림의 떡 - 형상만 있고 실상은 없음을 말한다.

   *두더지의 혼인 - 두더지가 그 새끼를 위해 격이 높은 혼처를 고르기로 했다. 처음엔 오직 하늘만이 가장 존귀하다고 생각하고 드디어 하늘에다 구혼을 했다. 그랬더니 하늘은 말하기를, "내가 비록 만물을 포용하고는 있지만 해와 달이 아니면 나의 덕을 드러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두더지는 해, 달에게 구혼을 했더니 해, 달은 말하기를 "우리가 비록 널리 비추기는 하지만 오직 구름만은 우리를 가릴 수가 있으니 그가 우리보다 더 높은 셈이지."라고 했다. 구름은, "내가 비록 해, 달로 하여금 그 밝은 빛을 잃게는 할 수 있으나 바람만 불면 흩어져 버리니 그가 나보다 더 높은 셈이지."라고 말했다. 두더지가 이번에는 바람에게 구혼을 하자, 바람은 말하기를 "내가 비록 구름은 헤쳐 버릴 수 있으나, 오직 저 밭 사이의 돌부처만은 불어도 넘어지지가 않으니 그가 나보다 더 높은 셈이지."라고 했다. 두더지가 돌부처에게 구혼을 하자, 돌부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비록 바람은 겁내지 않으나 오직 두더지가 나의 발밑을 뚫으면 넘어짐을 면할 수가 없으니 그들이 나보다 더 높은 셈이지." 두더지는 이에 오연(傲然)히 스스로 자랑해 말했다. "천하에서 존귀하기로는 우리 족속만한 것이 없다. 짤막한 꼬리에 뾰족한 주둥이, 이는 사실 오직 우리만의 의표(儀表)이지!" 그리고는 드디어 두더지끼리 혼인을 했다. 세상에서 처음엔 높은 혼처를 구하다가 끝내는 동류에게로 귀착되는 경우의 비유로 삼는다.

   *노나무 궤(노木櫃) - 한 촌 늙은이가 그의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사윗감을 고르려고 노나무 궤를 만들고 거기에다 쌀 쉰 다섯 말을 담아 두고서는 사람들을 모집해서 "이 궤를 만든 나무와 궤 속의 쌀이 몇 말인가를 알아내는 자는 내 딸을 아내로 삼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딸은 한 바보 장사아치에게 몰래 알려 주어 그 모집에 응하게 했던 것이다. 나중에 늙은이가 그 사위더러 소가 어떤가 상(相)을 보라고 했더니, 그 사위는 한동안 소를 바라보고 나서는 '노나무 궤'라고 소리치고 또 이어 '쉰 다섯 말'이라고 대답했다. 세상에서 전날에 문견한 것만을 고집하고 변통할 줄을 모르는 것을 '노나무 궤'라고 부른다.  (이하 번잡을 덜기 위하여 범상한 것은 의미 해석을 생략한다)    

   *성 나 바위 차기

   *차면 넘친다

   *낫으로 눈 가리기

   *제 귀 가리고 방울 훔치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고래 싸움에 새우 죽는다

   *소경 열에 지팡이 하나

   *소경 단청 구경

   *장님이 문 바로 들었다

   *떨어진 놈 뺨따귀 밟기

   *나루 건너가 배타기

   *먼 일가, 가까운 이웃

   *대청 빌리더니 안방까지 달란다

   *동행은 숨기고 양식은 낸다 - 남을 위해 애를 써 주었어도 남을 알지 못함을 말한다.

   *박쥐 구실 - 봉황의 환갑 잔치에 온갖 새들이 모여 와서 축하했으나 오직 박쥐만이 오지 않았다. 봉황이 "내 밑에 있으면서 어찌 그리 거만하냐?"고 책망하자, 박쥐는 대답하기를 "우리에겐 네 발이 있어 짐승 무리에 속해 있는데 축하해야 할 것이 뭐 있느냐?"고 했다. 하루는 기린의 환갑 잔치가 있어 온갖 짐승들이 모두 와서 축하했다. 그러나 박쥐만이 또 오지 않았다. 기린이 박쥐를 불러 책망을 하니, 박쥐는 말했다. "우리에겐 날개가 있어 새 무리에 속해 있는데 축하해야 할 것이 뭐 있느냐?"

교묘하게 일을 회피해서 면하는 것이 이같음을 말한다.

   *실 따라가는 거미 

   *도깨비 부세(賦稅) 요량하듯

   *부엉이 셈치기 - 부엉이는 셈을 셀 때에 반드시 대우(對偶)로 세고 단일(單一)로는 세지 못한다. 비록 수 십에 이르기까지라도 쌍(雙)으로 세고 그 쌍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지 못하므로, 한 짝을 잃어버리면 알아도 한 쌍을 잃어버려서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이 셈치기가 분명하지 못한 것을 비유한 것이다.

   *잠자리가 불알에 앉기 - 일 꾸미는 것이 오래 갈 수 없음을 말한다.

   *이불을 재 보고 발을 뻗어라

   *장도 없으면서 국 좋아한다

   *짝사랑 혼자 즐기기

   *외 손뼉이 소리 나랴

   *자는 범 밑 찌르기

   *새끼 그물로 범 잡았다

   *범한테 고기빌기

   *산에 들어가 호랑이 피하랴

   *하늘로 범잡기

   *고함치는 범 개[浦]에 빠진다

   *산 밑에 방앗공이 귀하다

   *마른 나무에 물 날까

   *무른 땅에 말뚝박기

   *언 발에 오줌누기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

   *말 잃고 외양간 고치기

   *언치 물어뜯는 말

   *팔은 밖으로 굽지 않는다

   *재주 익자 눈 어두워졌다

   *허공을 쏘아 까치를 맞힌다

   *활과 과녁이 서로 맞는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 들고 덤빈다

   *머리 삶으면 귀는 저절로 익는 법

   *맺은[結] 자가 풀어야 한다

   *거지가 하늘 불쌍타 한다

   *풍년에 화자(花子) 노릇 - 화자는 한어로 거지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부유한데 혼자만이 가난함을 비유한 것이다.

   *관청 돼지 배앓이 - 범범히 보고 걱정하지 않음을 말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 쥐들이 모여서 "고양이의 침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고 의논을 했다. 한 쥐가 말하기를 "고양이 목에다 방울을 달아 두면 그가 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다"고 하자, 여러 쥐들은 "정말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한 쥐가 말했다. "좋기는 좋으나 다만 누가 능히 고양이 목에다 방울을 매어 달 수 있느냐?" 이것으로 어려운 일은 도모할 수가 없음을 비유한다.

   *게 잡아 물에 놓았다 - 도로(徒勞)일 뿐 공이 없음을 말한다.

   *새우 가지고 잉어 낚는다.

   *개미 둑 모으듯

   *관청에서 원님 자랑 - 남들은 칭찬해 주지 않는데 스스로 자랑하는 것을 말한다.

   *다리 밑에서 원님 꾸짖는다 - 남에게 들리지 않는 곳에서 욕하고 꾸짖어대는 것을 말한다.

   *떡도둑 증거잡기 - 간심(看審)이 분명치 않음이니, 소용없음을 말한다.

   *두 손에 떡을 쥐었다 - 어느 한 가지도 취사(取捨)할 수 없음을 말한다.

   *빨래하면 발까지 희어진다 - 일은 비록 저쪽을 위해서 하지만 이익인즉 자기에게 있다는 말이다.

   *개 길러 발꿈치 물렸다

   *소 밑구멍에 꼴 던져주기 - 아주 어리석은 사람은 가르쳐도 무익하다는 말이다.

   *꽃밭에 불지르기 - 몰풍정(沒風情)을 말한다.

   *슬갑(膝甲) 도적 - 옛날에 한 도적이 남의 슬갑을 훔치기는 했으나, 그것이 어디에 소용되는지를 알지 못해서 이마에다 두르고 밖에 나갔더니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글귀를 훔쳐다가 잘못 사용하는 경우의 비유로 삼는다.

   *끈 떨어진 광대탈[假面] - 기능을 과시해 보일 근거가 없음을 말한다.

   *믿던 나무에 곰이 떴다 - 옛날 어떤 사람이 산중에서 좋은 나무 하나를 보아 두었는데 아주 유용한 좋은 재목이었다. 다시 가서 취해 오려고 했더니 곰이 이미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침내 그냥 물러서고 말았다. 그래서 오로지 믿던 일이 허사로 돌아간 것을 비유한다.

   *믿는 도끼에 발 찍힌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튕겨져 나온다 - 위에 있는 사람이 엄하지 못하면 아래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날치는 것을 비유한다.

   *급히 먹으면 목이 멘다

   *고삐가 길면 밟히기 마련

   *달아나면 이밥 준다 - 이밥은 밥 중에서도 좋은 것이니, 달아남의 이로움이 이와 같다는 말이다. 단공(檀公)의 36계책에 '달아나는 것이 제일'이란 말이 있는데, 이것은 유송(劉宋, 南朝의 宋의 별호) 때 사람들이 단도제(檀道濟)가 위나라를 피한 것을 기롱한 말로서 이 속담의 뜻과 같다.

   *메밀떡 굿에 쌍 장구 - 자기 역량을 헤아리지 않고 겸취(兼取)해서 둘 다 가지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암소 두 마리 한 마구에 - 이나 저나 모두 용렬한 재질이라 일을 주선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빚 주고 뺨맞는다

   *소경 죽이고 살인 빚 갚는다 - 쓸데없는 일을 하고 화만 톡톡히 당하는 따위의 일을 말한다.

   *머리 잡으려다 꼬리만 잡았다

   *말 타면 종 거느리고 싶다

   *벗 따라 강남 간다

   *죽는 중에게 곤장 익히기 - 외롭고 약한 자를 능멸하는 것을 말한다.

   *원님이 책방 노릇한다 -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이 웃자리에 있는 이의 벌을 대신 받는 것을 말한다.

   *숙녹피 대전(熟鹿皮大典) - 숙녹피는 왼쪽으로 당기면 왼쪽으로 향하고, 오른쪽으로 당기면 오른쪽으로 향한다. 세상에 법을 집행하는 이들 중에 법을 중하게 여기지 않고 임의로 신축(伸縮)하는 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 말로 기롱한 것이다.

   *던져 봐야 마름쇠 - 득실(得失) 어느 편도 좋다는 말이다.

   *가마솥 밑이 노구솥 밑 보고 웃는다

   *대[竿] 끝에서 삼년 - 괴로움을 참기 오래였음을 말한다.

   *한 노래로 긴 밤 새우랴

   *사돈의 잔치에 객승(客僧) - 서로 관계치 않는 것을 말한다.

   *굿 지난 뒤에 장구 친다

   *짚신도 제 날[經]이 좋다 - 결혼은 마땅히 자기 격에 맞는 상대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꾸러미에 단 된장 들었다 - 겉모양은 투박하나 속은 아름답다는 말이다.

   *뜨거운 국에 데더니 냉수도 불어 마신다 - 지나간 일을 징계하여 오는 일도 두려워하는 것을 말한다. '국에 데더니 부추도 불어 먹는다'는 유의 말과 같다.

   *거북의 등에 털깎기 - 구해도 되지 않을 곳에 대고 구하는 것을 말한다. 당나라 사람의 문집에 이 말을 사용했으니, 대개 중국의 속담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 '세 사람이 말하면 북을 던지게 된다'는 말과 같은 유다.

   *한 마리 고기가 온 냇물을 흐리게 한다

   *멧돼지 잡으려다 집돼지 잃는다

   *달아나는 노루 보다가 잡은 토끼 놓쳤다

   *부처 밑 긁으면 삼검불[麻滓]만 나온다 - 남의 단점을 논하다 보면 자기 허물도 반드시 드러나고 만다는 것이다.

   *남의 일 말하기는 식은 죽 먹기

   *나는 놈 위에 올라타는 놈 있다

   *미운 파리 치려다 고운 파리 상한다

   *말 단 집[甘言家]에 장 달지 않다[醬不甘]

   *밤새도록 내달려도 문에도 못 나갔다 - 자기 힘을 다해도 일에 미급(未及)함을 말한다.

   *내 코가 석 자나 빠졌다

   *도마 위에 고기 칼을 겁내랴 - 일이 막다른 데에 도달하면 두려워 피할 것이 없음을 말한다.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

   *적게 먹고 가는 똥 누어라

   *고려 공사(高麗公事) 3일 - 우리나라 사람은 내구성(耐久性)이 부족해서 한 가지 정사, 한 가지 법령도 바꾸고 고치어 덧없다. '3일'이라고 한 것은 오래 가지 못함을 기롱한 것이다.    (<순오지>의 속담(2)에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