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오지>의 속담(1)에서 이어짐
*공든 탑이 무너지랴
*오래 앉아 있는 새 화살 맞는다 - 안일에 젖어 피할 줄 모르는 자는 화를 당하게 됨을 말한다.
*무덤 앞에 이르러야 말이 사그러진다 - '관 뚜껑을 닫아야 일이 판정된다'는 뜻이다.
*새끼를 기르던 골짜기는 호랑이도 돌아본다 - 사정(私情)이 없지 못함을 말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 사람이 잘못을 범한 바가 없으면 외부로부터 말썽이 이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천원자(天圓子) 뒀다가 어디에 쓰랴 - 천원자는 약 이름이다. 그 약성이 담(痰)을 말리는 것인데, 어떤 사람이 그것을 벽에다 걸어 두기만하고 쓰지를 않았다. 아는 이가 보고 "담이 있으면서 이 약을 쓰지 않는다면 어느 때에 이 물건을 쓰려나?" 하고 기롱을 했다. 그래서 마땅히 써야 하는 데 쓰지 않는 것을 비유하게 된 것이다.
*중이 밉다고 가사까지 미우랴 - 갑에게서 성이 났다고 해서 그것을 을에게까지 옮겨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나발은 바로 불어야지.
*잔 잡은 팔 밖으로 굽으랴.
*열 골 물이 한 골로 모인다 - 화액이 한 사람에게만 편중되게 온다는 말이다.
*내 칼이라도 남의 칼집에 들어가면 빼기 어렵다 - 비록 자기 물건이라도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면 조종(操縱)이 저쪽에 있기 때문에 내가 어쩔 수 없이 된다는 말이다.
*잠 잘 자는 집에는 잠 잘 자는 사람만 모인다 - 유유상종(類類相從)을 말한다.
*삼공(三公)과 사귀지 말고 내 몸 조심하라 - 외원(外援)이 자신의 몸 닦음만 못하다는 말이다.
*묵은 원수 갚고자 하면 새 원수 나온다 - 보복을 하다 보면 새 원한 관계가 생겨 나게 된다는 말이다.
*물 깊이는 알 수 있어도 사람 깊이는 알기 어렵다.
*오는 말이 곱지 않은데 가는 말이 어찌 고우랴.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 몰래 꾸미는 일도 사람들이 반드시 알게 되기 마련이란 말이다. 전진(前秦)의 부견(부堅)이 사면령을 내리려고 왕맹과 감로당에서 의논을 하고, 좌우를 모두 물리치고 친히 사면문(赦免文)을 썼다. 그런데 큼직한 파리가 붓끝에 와 앉아, 쫓아내도 또 날아 오곤 했다. 그런 지 얼마 안 있어 장안 거리에는 사면령이 내린다는 소문이 퍼졌다. 유사(有司)가 이 사실을 보고하자, 부견은 놀라며, "궁중에는 담에 귀를 대고 엿들을 사람이 없는데 어디를 통해 일이 누설되었단말인가?" 하고는 사실을 추궁하도록 명령했다. 그러자 모두 말하기를, 푸른 옷을 입은 한 작은 아이가 거리에서 크게 외치기를 '관(官)에서 지금 대사령을 내릴 것이오' 하더니 잠깐만에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부견은, '이것은 아까 그 파리인게로구나!' 라고 탄식했던 것이다. 이로써 본다면 새와 쥐가 엿듣는다는 것도 반드시 없지는 않으리라. 세상에 악을 저지르는 자들, 과연 으슥하게 숨겨 덮을 수가 있을까.
*인정은 바리로 싣고 진상(進上)은 꼬치로 궨다. - 뇌물로 바치는 것은 많고 공적인 봉납은 적다는 말이다.
*서투른 숙수(熟手)가 안반(安板)만 나무란다 - 자기 재주 졸렬한 것은 헤아리지 않고 도구만 나무라는 것을 말한다.
*사람 살리는 부처님은 골골마다 있다 - 남의 딱한 일을 구제해 주는 사람은 없는 곳이 없다는 말이다.
*네 소의 뿔이 아니면 우리 담장 헐렸으랴 - 자네 때문이 아니라면 어찌 내 일이 글러졌겠는가라는 말이다.
*종루(鐘樓)에서 뺨 맞고 사평(沙平)에 가서 눈 흘긴다 - 종루는 도성 안에 있고, 사평은 한강 건너편에 있다. 때가 지나 성을 내는 사람을 풍유(諷諭)하는 말이다.
*타관 양반이 누가 허 좌수(許座首)인 줄 아나 - 주객(主客)의 형세가 다름을 말한다.
*밥 팔아 논 살 때는 이밥 먹자고 한 것이지 - 일을 꾀하는 것은 제 이익을 따르자는 것임을 말한다.
*불면 날아갈까 걱정, 쥐면 꺼질까 걱정 - 지극한 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말한다.
*내 발등의 불을 꺼야 아들 발등의 불을 끈다 - 부자 사이는 비록 한 몸이 나뉜 것이지만 그래도 두 몸이라 자기 몸의 불이 자식 몸의 불보다 먼저 뜨겁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부자간에도 역시 간격이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대개 속된 말로서 군자의 말은 아니다.
*머리에 부은 물이 발바닥까지 흘러내린다 - 사람의 선악은 반드시 그 선대(先代)에 따른다는 말이다.
*산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
*뒤에 볼 나무는 뿌리를 높게 잘라라 - 일은 뒷날을 생각하면서 처리하라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미워할 구석이 없고, 미워하는 사람은 사랑할 구석 없다 - 전(傳, 禮記를 이름)에 말하기를 '사랑하면서도 그 나쁜 점을 알고, 미워하면서도 그 좋은 점을 아는 자는 천하에 드믈다'고 했다. 범인은 그렇지를 못해서, 사랑하면 나쁜 점이 있어도 알지 못하고, 미워하면 좋은 점이 있어도 알지 못한다. 이것은 성현의 교훈과는 아주 상반되니, 애석한 일이다.
*의복은 새것이 좋고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 - '그릇은 옛것을 구하지 않지만 사람만은 엣사람을 구한다'는 말에서 나왔다.
*사흘 갈 길을 하루만 가고 열흘 누웠다 - 느려서 도달하지 못함을 말한다.
*돌로 치면 돌로 치고 떡으로 치면 떡으로 친다 - 내가 저쪽을 대우하는 것은 저쪽이 나를 대우하는 대로 따른다는 말이다.
*중학생(中學生, 조선 시대 서울에 있었던 四學 중의 하나인 儒生)의 화간(和奸)에 활인서 별제(活人署 別提) 파직(罷職) - 한 사인(舍人, 의정부 사인, 정6품 벼슬)이 응향각(凝香閣)에서 연회를 열어 밤이 깊어서야 파했다. 한 기생이 집으로 돌아가는데 중학의 유생이 길을 가로막고 희롱을 했다. 기생이 옷을 떨치고 빠져 나가려는 바람에 옷이 찢어졌다. 기생은 사인에게로 달려가 하소했다. 사인은 화가 나서 "중학에는 숙직 관원이 아무도 없단 말이냐? 유생이 이런 장난을 하다니 해괴하구나" 하고는 드디어 이조 낭관(吏曹郞官)에게 발패(發牌)를 했다. 이조의 서리(書吏)가 낭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하여, 낭관이 활인서에 적간(摘奸)하러 갔다가 날이 저물어 성문이 닫히어 돌아오지 못했다고 꾸며서 대답했다. 낭관은 이 꾸며댄 말을 사실화시키려고 파루(罷漏, 바래, 五更三點에 큰 쇠북을 서른 세 번 치던 일. 서울 도성 안에서 人定 이후 야행을 금하였다가 파루를 치면 풀리었음)치기를 기다려 활인서로 적간하러 갔다. 마침 별제가 숙직을 궐했기 때문에 파면시켜 버렸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중학생의 화간에 활인서 별제 파직'이라고 했는데, 세상에선 가소로운 횡액을 여기에다 비유했다.
*비파 멘 사람이 손뼉치니까 형틀 멘 사람도 손뼉친다 - 흉내낸다는 말이다.
*상추 밭에 한 번 똥 눈 개는 눌 때마다 의심받는다 - 한 번 일이 의롭지 않으면 일마다 의심받는다는 말이다.
*나그네 모양 봐서 바가지에 밥을 담아 주고, 주인 모양 봐서 손으로 밥 먹는다 - 대우를 받는 것은 그 사람에 따른다는 말이다.
부(附)
*계도 잃고 광주리도 잃었다 - 이것도 저것도 다 잃었음을 말한다.
*구덩이에 빠진 사람에게 돌까지 던진다 - 미워하는 정도가 너무 심함을 말한다.
*내 노래를 자네가 부르네 - 내가 할 말을 다른 사람이 얘기한다는 말이다.
*검둥개 돼지 쫓기 - 빛깔이 혼동되어 분별하기 어려움을 말한다.
*봄 추위와 노인의 건강 - 기력이 쇠폐했음을 말한다.
*푸주 보고 살생하지 말라 한다 - 결코 실행될 수 없음을 말한다.
*창가(娼家)에 예 안 갖춘다고 나무란다 - 극히 가소로운 일을 말한다.
위의 속담 백 수십 조(條)는 모두 이 시대에 늘 쓰고 있는 것들로서, 경향(京鄕) 원근(遠近)의 속담들을 모아다가 함께 수록한 것이다. 다만 이전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 그 가운데에 지금도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속담들이 들어 있는데, 이같은 것들은 추상컨대 필시 옛날에는 즐겨 썼으나 지금은 쓰지 않는 것들일 것이다. 역시 어떻게 알랴, 나의 이 소록(所錄)이 반드시 모두 후세 사람들에게 쓰이어서, 후세 사람들이 오늘날을 보기를 오늘날 내가 옛날을 보는 것과 같을지를. 요컨대 그 중에서도 '급히 먹으면 목이 멘다', '고삐가 길면 밟히기 마련', '적게 먹고 가는 똥 누어라', '삼공과 사귀지 말고 내 몸 조심하라'는 유(類)는 깊은 의미가 있어, 속된 말이라고 홀시할 수 없다. 보는 이들이 여러 모로 깨쳐서 처신할 바를 알게만 된다면 또한 반드시 적으나마 도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속담을 원편(元編) 끝에다 '부(附)'자로 표지를 하고 약간의 조목을 추록(追錄)했으나, 종이가 모자랐기 때문에 다시 여기에 쓴다.
*등잔 밑이 어둡다 - 가까이 있으면서 알지 못함을 말한다.
*설상가상(雪上加霜) - 고통에 고통을 더하는 것을 말한다.
*나중 난 뿔이 우뚝하다 - 후생이 두렵다는 말이다.
*말 가는 곳에 소도 간다 - 쉬지 않으면 성취가 있다는 말이다.
*방귀가 길면 똥이 된다 - 작은 것이 크게 됨을 말한다.
*망건 쓰고 세수하기 - 선후가 도착(倒錯)된 것을 말한다.
*참새 잡을 잔치에 소 잡았다 - 작은 일이 큰 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강철이(용이 되려다 못되었다는 악독한 용의 이름)가 가는 곳에는 봄도 가을이다 - 가는 곳마다 쓸쓸함을 말한다.
*말 탄 궁인도 술 취한 놈은 피해 간다 - 기미를 알아 욕(辱)을 미리 피함을 말한다.
*주인 장[醬] 떨어지자 손님 국[羹] 싫다 한다 - 일이 교묘하게 맞아 떨어짐을 말한다.
*소금은 들중[野僧]이 먹었는데 물은 산중[山僧]이 마신다 - 다른 사람의 재액을 대신 당하는 것을 말한다.
*새 발의 피 - 사물이 작아서 흡족치 못함을 말한다.
*앞을 지나가는 쥐는 못본다 - 이 말의 뜻은 위의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의 뜻과 같다.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 못 살핀다 - 열 사람이 지킨다 해도 도둑놈 하나 못 당한다는 말이다.
(洪 萬 宗의 <旬五志>에서)
旬五志 自敍
무오년(숙종 4년, 1678년) 가을, 나는 西湖에서 병으로 누워 지냈다. 낮에도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고, 밤이면 밤새도록 잠도 오질 않았다. 등불을 밝히고 일어나 앉아 있으나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다. 이에 평소에 들은 詞家의 雜說과 閭巷에 떠도는 俗語들을 기억해 내어, 사람을 시켜 筆寫해서 冊子로 만들게 했다.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단지 一旬 하고 五일이 걸렸을 따름이다. 이에 따라 이름을 <旬五志>라 했다. 그저 세월이나 보내고 울적한 심사나 물리치고자 했을 뿐, 감히 大方家에게 보이고자 한 것은 아니다. 이듬해 봄, 豊山后人 玄默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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