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섣달의 풍습/ 문학적 의미

如岡園 2017. 12. 27. 18:52

     섣달의 풍습

  섣달을 납월(臘月)이라 한다. 여기서 납(臘)은 마지막이란 뜻으로 그 해의 마지막 달이라는 뜻이다. 조선 시대에는 동지 후 셋째 번 미일(未日)을 납일(臘日)로 정하여 종묘나 사직에 제사를 지냈다. 내의원(內醫院)에서는 각종 환약을 만들어 바쳤는데 이를 납약(臘藥)이라 한다. 임금은 이 약을 가까이 있는 신하와 지밀나인(至密內人)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납약을 만들어 기신(耆臣; 70세가 넘은 문관으로서 정이품 이상의 노인)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각 관청에서도 그렇게 하였다.

 납일에는 한 해 동안에 지은 농사의 형편과 그 밖의 일을 여러 신에게 고하는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납향(臘享)이라 한다. 이 때, 제물로는 멧돼지나 토끼를 사용했다.

 납(臘)에는 엽(獵)의 뜻도 있다. 이 날 산짐승을 제물로 쓰는 것은 천지 만물의 덕에 감사하기 위해 사냥하여 신에게 바친다는 의미이다.

 자연 만물에 제사 지내던 이 행사는 후에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민간에서는 어린 아이가 참새 고기를 먹으면 마마를 깨끗이 한다 하여 이 날 그물을 쳐서 참새를 잡았다.

 또 납일에 내리는 눈을 받아 두었다가 녹은 물에 물건을 적셔두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는다 하였다. 그리고 이 물로 눈[眼]을 닦아 눈병을 막고자 하였다.

 섣달을 묵은달이라고도 하며 그믐날 밤을 제석(除夕)이라 하여 각별하게 보낸다. 대궐에서는 신하들이 임금에게 묵은해의 문안을 하였다.

 제석 전날에는 대포와 화전(火箭)을 쏘고 징과 북을 울려 악귀를 쫓아냈다. 이는 조선의 전 시대에 걸쳐 연말에 궁중에서 성행했던 대나(大儺) 또는 나례(儺禮) 행사에 연원을 둔다. 사대부들은 제석에 사당 참례를 하고 연소자들은 친척 어른을 찾아가 인사를 올렸다.

 제석에는 초저녁에서 밤중까지 길거리에 등불이 줄을 이었다. 민간에서도 밤새도록 불을 밝혀 수세(守歲)를 했다. 이 날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잠을 자면 쌀가루나 밀가루를 눈썹에 발라놓고 놀리기도 했다. 이렇게 잠을 꺼리는 것은 이 날 밤의 잠은 영원한 잠, 곧 죽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굴에 밀가루나 숯검정을 칠하지 못하게 하는 지역도 있다. 이는 제석에 혼이 나갔다가 들어오게 되는데 눈썹에 흰칠이나 검정칠을 하면 돌아온 혼이 자기 얼굴이 아니라고 그냥 나가 버리므로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해석은 다르지만 한 해의 마무리와 죽음을 연결시킨 점은 상통한다.

 섣달은 핸 해가 끝나면서 동시에 새로운 해를 맞는 것이, 애초 우주가 개벽(開闢)하는 전후의 순간을 상징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섣달의 행사는 한 해를 마무리 해 정리하는 것과 관련된다. 그래서 묵은 바느질을 한다든지, 그 해 일의 끝단속을 한다든지, 묵은빚을 남김없이 청산한다.

 그리고 외지에 나가 있던 사람은 집으로 돌아온다. 또 섣달은 한 해의 끝인 데서 "섣달 처녀 개밥 퍼주듯 한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시집가지 못한 채 한 해가 끝나니, 초조감과 홧김에 푹 푹 퍼 준다는 뜻이다.

 섣달 납일에 내린 눈을 녹인 물은 납설수(臘雪水)라 하여 살충 해독약에 썼다. 납육(臘肉)은 겨울나기 사료를 절약하기 위해 섣달에 잡아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이다. 또 납조(臘鳥)는 약으로 쓰기 위해 섣달 납일에 잡은 참새이다. 이로 보아 섣달에 관련된 것은 모두 상서(祥瑞)롭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12월을 납월(臘月)이라 함은 짐승을 수렵(狩獵)하여 그 고기로 조상에게 제사지냈기 때문이다. 섣달의 제사는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게 해준 데 대한 조상의 은덕을 잊지 않고 갚는[報本] 것과, 새해를 무사히 맞이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문학적 의미

 섣달은 한 해가 끝나는 달이다. <농가월령가>에는 섣달을 '설중(雪中)의 봉만(峯巒)들은 해 저문 빛'이라고 하여 끝의 상징을 자연에서도 찾고 있다. 이처럼 끝을 잘 맺어야 다음해를 잘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 민간에서는 빚을 섣달 그믐 안에 모두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음의 민요에는 세모(歲暮)를 맞은  빈자(貧者)의 정황이 나타나 있다.

 "섣달이라 그믐날은/ 빚 준 사람 문서 들고/ 일년 마감 진다 하고/ 빚 달라고 조르건만/ 임을 팔아 빚을 준들/ 어린 것들 불쌍하다.(충북 영동지방 민요) ".

 섣달은 또 연륜(年輪), 향수(鄕愁)를 불러온다.

 "세월이 후비고 간 자리에/ 세모(歲暮)가/ 바쁜 걸음으로 쌓이고 있다./ 몇 번을 몰아쉰 가쁜 숨결들이/ 그만한 무게와 깊이로 또,/ 전신의 어디에 부채를 남길 것인가// 고향의 땅거미가/ 섣달 그믐의/ 눈까풀에 묻어 떨고 있다.// ......// 주소까지 잃어가는 할아버지 신위와/ 곁에서 잠든 자식놈의 연지볼이/ 시리도록 맑은 인륜(人倫)을 말하고 있다.<홍진기 섣달 그믐>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건듯건듯 일하는 사이에도 섣달이면 빚더미처럼 쌓이는 연륜(年輪)을 본다. 또 그런 와중에 문득 가슴 아린 향수(鄕愁)에 몸을 떤다.

 섣달 그믐의/ 여인은/ 저마다 백자 항아리 하나씩을 안고 들어와/ 구석구석을 닦아낸다// 그믐 새벽/ 저마다의 흰 항아리를/ 드러내고/ 목욕탕 빼곡히/ 한 해의 때를 밀어 낸다// 안 보이던/ 흠집을 그냥 드러내고/ 저마다의 무게로, 몸짓으로/ 오직 씻어낼 뿐, 조용한 움직임. <구영주, 섣달 그믐의 여인>

 섣달, 특히 그믐에는 새해를 신성하게 맞기 위한 준비로서, 여인들은 백자항아리 같은 몸부터 목욕 재계하며 정히 한다. 섣달은 열두 달이 포개지는 무게로 인해 힘겹고 흠집이 드러나는 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화(淨化)의 상징적인 뜻으로 목욕 재계(沐浴 齋戒)를 하며 새해맞이 준비를 한다.

                                                 한국문화상징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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