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정초12지일(正初十二支日)

如岡園 2017. 1. 29. 20:00

  정월 초하루부터 12일간, 이 기간은 12지(十二支)가 상징하는 동물의 날로 정하며, 유모일(有毛日)과 무모일(無毛日)로 나누어 그에 따른 세시풍속(歲時風俗)이 행하여졌다. 

 초하루가 유모일(有毛日)인 쥐날[子日], 소날[丑日], 호랑이날[虎日], 토끼날[卯日], 말날[午日], 양날[未日], 원숭이날[申日], 닭날[酉日], 개날[戌日], 돼지날[亥日]이 들면 그 해 풍년이 든다고 한다. 

 그 반대로 털없는 짐승날, 즉 무모일(無毛日)인 용날[龍日]과 뱀날[巳日]이 들면 그 해는 흉년이 든다고 한다. 

 또 설날부터 문을 닫고 있던 가게들이 날짜를 잡아 가게를 여는데 반드시 유모일에 열었다. 이것은 털 가진 짐승들의 번성하는 솜털의 뜻을 취하여 상업의 번창을 바라는 것으로 호랑이날에 문을 여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上子日; 정월 첫 쥐날을 상자일이라고 하는데, 이 날에 콩볶아 먹는 일은 아직 보편적으로 남아 있다. 이 날 콩을 볶을 때 때로 수수를 콩과 섞어서 볶기도 하며, "쥐 주둥이 끄시르자. 쥐 주둥이 끄시르자"하며 볶는다. 만일 이 날에 일을 하면 손가락이 아리다고 하여 일을 쉰다. 또 농가에서는 이 날 방아를 찧으면 그 해 쥐가 없어진다고 하여 밤중에 방아를 찧는다. 그리고 마을의 청소년들이 자기 동리의 밭이나 논두렁에 짚을 뿌리고 쥐불을 놓는다. 이 쥐불의 대소에 의하여 그 해의 풍흉 또는 마을의 길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이 날 쥐불을 놓는 까닭은 쥐불로써 쥐의 피해를 없애고 전답의 해충을 제거하며, 또 새싹이 왕성하게 싹트게 하는 실효를 거두기 위함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상자일(上子日)과 상해일(上亥日)에는 궁중에서 횃불을 들고 "돼지 주둥이 지진다. 돼지 주둥이 지진다."고 하며 풍년을 비는 행사가 있었다. 돼지날에는 팥가루로 세수를 하면 얼굴이 희어진다고 한다. 이것은 돼지의 몸은 검기 때문에 반대로 그 뜻을 취한 것이라고 한다.

 上丑日; 상축일, 즉 첫 소날에는 소를 부리지 않고 말린 채소와 콩을 섞어 잘 먹인다. 또 밤, 나물 같은 것도 갖추어 잘 먹이고 소가 먼저 먹는 음식에 의해 년점(年占)을 치기도 했다. 이 날에 만일 일을 하면 농사의 쟁기를 상한다고 우마와 사람이 모두 쉰다.

 上寅日; 첫 호랑이날인 이 날에는 호환(虎患)을 두려워하여 특히 부녀자들의 출입을 삼가하였다. 또 이 날 여자가 남의 집에서 대소변을 보면 그 집 가족에 호환이 생긴다는 속신이 있었다.

 上卯日; 토끼날에는 그 집안의 남자가, 그것도 가장이 먼저 일어나 문을 열면 길하다고 한다. 또 이 날 새로 뽑은 실을 톳실[兎絲]이라고 하고, 이 실을 주머니 끝에 달아매어 재앙을 물리친다. 또 이 날 무명실을 짜서 옷을 지으면 그 사람의 명이 길다고 해서 옷을 만든다.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시늉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장수한다고 한다. 한편 이 날은 여자가 남의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는데 그것은 토끼처럼 방정맞게 굴어서 재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이 날 복숭아나무에 '강묘(剛卯)'라고 써서 차고 다니면 벽사(僻邪)하였다고 한다.

 上辰日; 정월 첫 진일(辰日)을 용(龍)날이라고 한다. 이 날 농가의 주부들이 먼저 일어나서 우물물을 길어 온다. 전설에 의하면 용날 전날 밤에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우물 속에 들어가 알을 낳는데, 그 알을 낳은 우물물을 먼저 길어다가 밥을 지으면 일년 중 운수가 좋을 뿐더러 그 해에 자기 집 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우물물을 먼저 길러 간 사람은 그것을 표시하기 위하여 지푸라기를 조금 우물 위에 띄워 놓는다. 그러면 나중에 온 사람은 그것을 보고 아직 물을 길어 가지 않은 딴 우물을 찾게 된다. 이것을 '용알뜨기'라고 하는데, <동국세시기>에는 황해도와 평안도 풍속에 보름 전날 밤 닭이 울 때를 기다려 집집마다 서로 앞을 다투어 정화수(井華水)를 길어 온다고 하여 상원(上元) 행사의 하나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달과 물이 풍요를 가져다 주는 일련의 원리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또 이 날 콩을 볶아 먹으면 그 해 곡식에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하여 콩을 볶아 먹는 데도 있다. 이런 풍속을 경상도에서 '좀볶기'라고 하는데, 충청북도 중남부 지방에서도 행하는 곳이 있다. 한편 이 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용처럼 길어진다고 하여 여자들은 머리를 감아 머리털이 길고 아름다워지기를 원하였다.

 上巳日; 정월 첫 사일(巳日)인 뱀날에는 머리를 빗지 아니한다. 머리를 빗으면 그 해 집안에 뱀이 들어온다는 속신이 있어 이를 꺼리기 때문이다. 또 이 날 일을 하면 집안에 뱀이 들어온다고 하여 일을 하지 않는다.

 上午日; 정월 첫오일(午日)인 이 날은 말날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말을 숭상했으므로 이 날엔 말에게 제사를 지내주고 찬을 주어 말을 위로했다. 풍속으로는 고사를 지내거나 장을 담그고 김장을 하는 곳이 있는데, 그 이유는 말이 좋아하는 콩이 장의 원료이기 때문에 좋다고 한다.

 上未日; 정월 첫 미일(未日)인 이 날은 염소날이라고 한다. 염소는 걸음걸이가 방정맞다고 해 어선의 출항을 금했다. 제주도에서는 이 날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고 해 먹지 않았다.

 上申日; 정월 첫 신일(申日)은 원숭이날이라 한다. 일손을 쉬고 놀며 특히 칼질을 하면 손을 벤다고 해 삼갔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먼저 일어나 문밖에 나가고 비를 들고 부엌의 네 귀를 쓴 후 다시 마당의 네 귀를 쓴다. 이 날만은 부엌에 귀신이 있다고 해 남자가 먼저 들어가기도 한다.

 上酉日; 정월 첫 유일(酉日), 즉 닭날에는 부녀자들이 일을 하면 손이 닭의 발같이 된다고 하여 바느질을 안한다.

 上戌日; 정월 첫 술일(戌日)인 이 날은 개날인데 이 날 일을 하면 개가 텃밭에 나가 해를 준다고 해 일손을 쉬었다. 또 이 날엔 풀을 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풀을 쑤면 개가 먹은 것을 토한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上亥日; 정월 첫 해일(亥日)인 이 날은 돼지날이라고 했다. 이 날에는 얼굴이 검거나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왕겨나 콩깍지로 문지르면 살결이 희고 고와진다고 전한다.

  정월의 제7일을 인일(人日)이라고 하여 남녀를 막론하고 이 날 남의 집에 가서 자지 않는다. 만일 타인이 자게 되면 그 집의 운이 연중 불길하다고 하였다. 부득이하여 손님이 자야 할 때는 주객(主客)이 머리를 서로 반대쪽으로 두고 거꾸로 자는 습관이 있었다. 또 사람을 꺼리는 뜻에서 이 날 문전에 황토를 좌우로 세 주먹씩 놓아두면 문 안에 들어가기를 꺼렸던 것이다.

 정초부터 10여 일 동안을 일손을 쉬고, 그 해 풍작을 위해 기원하고 근신하던 풍습도 거의 퇴색해 가고 있다. 이 시기가 농사일이 한가할 때로 명절에 머슴들까지도 쉬면서 놀게 하던 풍습이었고, 그 대신 보름에 오곡밥과 갖은 나물반찬으로 아홉 그릇을 먹고 나무 아홉 짐을 해야 좋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초의 휴식 기간이 지나고 농사일이 시작을 뜻한 풍습이었던 것 같다.      (한국민속대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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