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과 고추
늦가을, 겨울의 초입이면 김장을 하느라 부산스럽다. 김치는 발효식품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김치에서 빠뜨릴 수 없는 조미료에 고추가 있다.
고추는 김장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고추장은 물론, 여러 음식에 곁들여 먹는 필수적인 향신료이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마당이나 지붕 위에 말리고 있는 빨간 고추, 그것은 소담한 한국적 정경의 표상이다.
고추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기호하게 된 것도 이러한 자연환경에서 연유한 것인지도 모른다. 고추는 우리나라에서 담배나 호박 등과 거의 같은 연대에 재배된 것으로 기록에 나타난다. 고추의 한자명을 보면 맵다는 뜻으로 고초(苦草 또는 苦椒), 변방에서 들어온 후추와 같다는 뜻으로 번초(蕃椒), 남쪽 오랑캐 나라에서 들어왔다는 뜻의 당초(唐椒, 唐은 보통명사처럼 쓰였다),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는 뜻의 왜개자(倭芥子) 등으로 불린다.
이 고추가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유난히 이를 기호했다. 농가마다 심고 가꾸고 말리고, 가루를 만들어 음식물에 첨가했던 것이다. 고추는 채소가 지니고 있는 영양소를 지니고 있으면서 그 매운 맛으로 하여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후추가 고추의 역할을 했었는데 고추가 등장하자 후추는 고추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겨울에는 채소를 쉽게 얻을 수 없었으므로 김치를 담그면서 여기에 발효식품을 첨가하고 고추가루를 섞어넣고 다시 발효시켜 주식과 함께 먹고 있으니, 이것은 자연의 순응이요 훌륭한 조화요 지혜의 산물이다.
(김이화. 우리겨레의 전통생활 참조)
김장
엄동 3~4개월을 위한 채소공급원을 준비하는 주요행사.
김장김치는 배추 무우를 주재료로 하고 미나리, 갓, 마늘, 파, 생강과 같은 향신미가 있는 채소를 부재료로 하여 소금, 젓갈, 고춧가루로 간을 맞추어 시지 않도록 겨우내 잘 보관하여 두고 먹는 채소류의 하나이다.
김치는 비타민 A와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고, 김치가 익는 동안에 생긴 산이 유산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까닭으로 정장작용을 하여 비위를 가라앉히게 한다.
한국에 김장김치가 개발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한겨울에 신선한 채소 공급 부족으로 비타민 C부족병이 나타나 건강 유지에 크게 고생하였을 것이다. 김치는 효용성이 크기 때문에 어느 지역 어느 가정에서나 필수 행위의 하나였으니 김장김치를 '겨울의 반양식'이라고도 하였다.
김장철은 대체로 입동전후를 절기로 한다. 도시에는 이때에 김장시장이 개설되어 배추와 무우를 차곡차곡 집더미만큼 쌓아올려 놓고 손님을 맞는다. 서울 교외에 있는 방아다리 근처에서 재배하는 배추는 김장배추 가운데서 가장 좋은 품종이었다. 개성배추는 방아다리배추보다 길이가 길고 허리가 잘록하고 배춧잎이 넓어서 보쌈김치에 적합하다.
보통 가정에서는 김장으로 배추 100~150통을 담갔으나 주거양식의 변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겨울 채소의 보급으로 김장의 분량은 이제 반이나 그 이하로 줄었다. 옛날에는 가까운 김장밭에 나가 배추밭을 도랑으로 사서 두 세 집에서 나누어 마차에 실어오는 예가 많았다.
(한국민속대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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