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B(논문·편글)

젊은날의 비망록에서(27)

如岡園 2020. 12. 26. 11:19

아듀 1963년!

 지난 해의 고됨과 갖가지 傳說들을 깨끗이 얹어 보내고 싶은 그믐이다. 한 해의 마지막날, 우리는 悔恨에 젖은 한 해를 永급의 世界에 葬事지내고 또 한 번 새해를 맞는다. 이제 얼마 후이면 얼어붙은 밤하늘에 除夜의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 오리라. ......除夜 ! 그것은 永遠한 人間의 哀傷과 歡喜가 交叉되는 밤이다. 이 밤을 西洋 사람들은 하염없이 거닐다가도 子正이 가까워오면 큰 廣場에 모인다. 이윽고 除夜의 종이 울리면 男女老少가 서로 부둥켜 안고 '해피 뉴 이어'를 외치며 아무하고나 키쓰를 한다고 한다. 이 순간만은 親疎와 貧富貴賤을 가릴 必要가 없다. ......

 다분히 西洋의 除夜는 歡喜에 찬 浪漫의 밤이다. 그러나 東洋은 지극히 現實的인 哀愁의 밤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은 東洋의 大詩人들이 除夜를 노래한 名詩 가운데 잘 나타나 있다.

  섣달 그믐날 밤 나그네의 悲嘆을 읊은 戴叔倫의 '除夜'는 그 代表的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깜빡이는 등잔불과 함께 홀로 주막의 밤을 지킨다. 또 한 해가 마지막 스러져가는 밤- 만리타향에서 나는 시름에 잠긴다. 지난 날을 회상하면 슬픔이 앞서고 초라한 내 몸이 우습기도 하다. 시름에 겨운 얼굴 흰머리 날리며 내일엔 또다시 새해를 맞는가. (旅館誰相問 寒燈獨可親  一年將晝夜 萬里未歸人 寥落悲前事 支離笑此身 愁顔與衰髮 明日又逢春) ......

  이 詩 속에는 다시 못 올 歲月에 붙이는 痛哭이 서려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 해 최후의 날을 맞는 萬人에 공통된 심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 除夜의 종소리가 울리면 슬픔도 괴로움도 답답함도 百八煩惱를 모조리 忘却의 深淵에 잠기게 하고 瑞氣와 希望이 어린 새해를 맞자.

  이런 때는 역시 西洋의 詩人 셸리의 詩 한 귀절이 더 좋을 것 같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테니슨의 '제야의 종'이 더 어울릴 것 같다.

 

 

鐘을 울려라

새해의 鐘을...

 

낡은 것을

울려 보내고

새것을

울려들여라

 

더러운 것을

울려보내고

 

깨끗한 것을

울려 들이라  

        <테니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