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노기다열(老妓多閱)/과여사언(果如師言)

如岡園 2024. 5. 7. 17:53

          # 노기다열(老妓多閱, 늙은 기생의 살아 온 이야기 )

 

 신해년 봄에 내(副墨子)가 마침 영변에 가서 여러 달을 체류하였는데, 그 이웃에 老妓 옥매의 집이 있었다. 그는 이따금 내게 와서 혹은 노래도 해 주고, 혹 옛날 얘기도 하여, 나의 심심풀이를 해 주더니, 하루는 나를 향하여 

 "소인이 나이 칠십에 머리털은 이미 성성하여 사십 전과 같으니, 이것은 나 홀로만 그런 것이 아니고 기생은 반드시 다 그러하니이다." 한데,

내가 그 연고를 물으니 답해 가로되,

 "기생은 따르는 사람이 또한 많아서 재화를 탐해서 그를 따르고, 색을 탐내어 따르고, 그의 풍채를 사랑하여 따르고, 인정에 구애하여 따르고, 그 사람은 한없이 미우나 위엄과 호령에 겁내어 따르고, 우연히 옛날 사람을 만나 따르고, 이와 같고 저와 같다고 얘기치 말고, 이미 따름이 오래되고 보면, 자연히 정분이 깊어서 참아 서로 떨어지지 못하나, 그 누가 나를 위하여 오래 關外에 머무를 자랴. 그가 장차 돌아감에 미쳐, 멀리 南浦에 보내고, 이별의 노래 한 곡조에 각각 보중하라 이르니, 이때의 심회가 천 근의 완악한 돌덩이가 바로 가슴팍을 치는 것과 흡사한지라. 征塵을 바라보며 슬피 울고, 돌아와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더니, 일월이 흐르매 다시 다른 이를 따라 전의 정분을 전혀 잊고..... 송별의 정회가 매양 이와 같은지라. 사람이 목석이 아니면 어찌 이리 쉽게 늙고 또한 서하지 않으리오" 하더라.

 

副墨子 가로되 슬프도다. 내 일찌기 五代史를 읽으매, 馮可道의 일에 이르러서는 일찌기 책을 덮고 통하지 아니치 못한지라. 백성으로 임금을 섬길쌔, 夷險一節이 나고 죽게 하니, 어찌 가히 아침에 唐을 섬기고, 저녁에 晉을 섬겨서 오직 잃을까 두려워 함이어든, 저 창기의 장서방을 사랑하고 이서방을 좋아하는 것과 같이, 오직 利끝에만 좇으리오. 玉梅의 맞고(迎) 보낸 얘기를 듣건댄 더욱 죄가 참을 깨달으니, 王 介浦의 우아한 사랑이 그 홀로 무슨 마음으로 했을까 보냐.

 

                                                                                                                                      <破睡錄> 

 

          # 과여사언(果如師言, 과연 스승의 말과 같이 되다)

 

 오륙세 동자 세 사람이 함께 주흥사 천자문(周興師千字文)을 읽다가, 마침 촌 여인이 오줌 누는 소리를 듣고 한 아이가 가로되,

 공곡전성(空谷傳聲)이라. '빈 골짜기에 전하는 소리라.' 하고,

 한 아이는

  천류불식(川琉不息)이라.  '흐르는 시내가 쉬지 않는도다.' 하고,

 한 아이는

   여송지성(如松之盛)이라. '소나무가 성한 것과 같다.' 하니,

 그 스승이 듣고 평해 가로되,

 "裴行험이 말씀하기를 선비의 앞날이 먼저 그 그릇을 안 후에 文藝라 하였으니, 이런 연고로 공자가 闕黨을 경계하시니, 너희들은 나이 어린데 말씀은 늙었으며, 배움은 옅은데 재주가 기발하여, 마땅히 才華로써 세상에 날릴 것이다. 영달한즉 내 알지 못하는 배라,"

 그들이 커서 과연 그 스승의 말과 같이 되었더라.

                                                                       <破睡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