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치완성매(齒腕成媒)/반반견(般般犬)/웅벽력(雄璧靂)

如岡園 2023. 9. 15. 19:08

          # 치완성매(齒腕成媒, 잇빨과 팔이 중매를 서다)

 

 어느 집에 계집 종이 있어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미끄럽게 흘렀다. 그런데 다뭇 그 여종이 이를 닦지 않아 황금니를 하고 있었다.

 이웃에 홍서방이라는 자가 있어 또한 풍모가 가히 봄직하나 목욕을 즐기지 아니하여 팔과 손이 까마귀같이 때가 끼었었다.고

ㄱ이때 好事者가 있어 계집종에게 이르기를, 

 "홍서방이 항상 그대의 자색이 천하일색이라고 칭찬하나 다만이가 누런 것이 한스럽다고 하더라." 하고,

 또 홍서방 보고는,

 "아무집 종은 늘 그대의 풍모를 칭송치 않는 바 아니나, 다만 팔과 손에 때가 끼었음을 흠할 뿐이라고 하더라."고 말하니, 

 계집종과 홍 서방이 아울러 그 말을 믿고 나날이 이와 팔이 깨끗해져 갔었다.

 어느 날 홍서방이 드디어 계집종을 찾아가 그 집 주인을 찾았다. 계집종이 밖에 나오니 홍서방은 그 말갛게 씻은 팔을 뽑내며, "그대의 주인이 있느냐?" 하고 물었다.

 계집종은 매일과 같이 닦아서 희어진 이를 일부러 드러내 놓고 방긋 웃으며,

 "출타하고 없노라. 하였다.

 은근한 추파와 애교가 두 사람 사이에 넘치고 흘렀다.

 때 없는 팔과 티없는 이로써 서로 私通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禦眠楯>

 

          # 반반견(般般犬, 죄죄반반 개소리) 

 

  한 선비가 女婢 二月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은 항상 간절하나 기회가 없어서 이에 선비가 스스로 생각하되,

 "제가 비록 목대가 세긴 하지만 만약 컴컴한 속으로 유인하면 순순히 말을 잘 듣겠지!"

 이렇게 밥먹듯이 쉽게 생각해 놓고 어느 날 밤 캄캄한 틈을 타서 내실로 기어들어갔다. 여러 여종들이 한참 깊은 잠에 떨어져 자거늘, 곧 이월의 이불 속으로 스며드니, 이월이 놀란 김에 여장부다운 주먹으로 한대 먹이는데, 그 주먹이 여인답지 않게 아프고 세어서 선비는 당황하였다. 더욱 늙은 부모들에게 들킬까 봐 밖으로 뛰어나와 두 손을 땅에 짚고엉금엉금 기어가는데, 마침내 여종이 어린아이의 뒤를 보이려고 사방을 돌아보던 중에 컴컴한 속을 네 발 가진 짐승이 기어가는지라 개로 인정하고,

 "죄죄반반 죄죄반반."

하고 부르니, 선비 역시 개소리를 내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禦眠楯>

 

           # 웅벽력(雄霹靂, 수컷벼락)

 

 한 사대부가 그도 또한 부리는 여종을 간통코자 일찌기 그 아내가 깊이 잠든 틈을 노려 몰래 여비 처소로 갔겠다. 그러나 어느 겨를에 그 부인이 잠을 깨어 뒤를 밟아 따라옴에 만사가 와해되니, 분하고 한스러운 심정으로 선비는 스스로 생객하기를,

 "악인은 지혜로써 굴복케 할 것이요, 위엄으로 제압하기 어렵고나." 하고 탄식하였다.

 어느날 뇌성벽력이 일고 풍우가 크게 일어 천지가 캄캄한지라, 이에 선비가 일부러 여비 처소로 가는 척하고 뒤간 옆에 숨어 있었다. 아내가 분기 撑中하여 뒤를 밟아 나오던 중에, 마침 뇌성벽력이  후리치며 거의 아내 머리 위에 벼락이 떨어질듯 위험하였다. 이 때 선비가 폭풍우와 뇌성 벽력 사이를 뚫고 처에게 달려들어 억센 손바닥으로 처의 어깨부들기를 서너번 후려치고 번갯불에 용 구워 먹듯이 빠른 속도로 간통한 후에 침소로 돌아와 코를 드높이 골며 누워 자는 척하였다. 아내가 서서히 방으로 들어와 남편을 툭툭치며,

 "벽력도 숫놈의 벽력이 있소?"

하고 물으니 선비가 대답하기를,

 "어찌 벽력이라고 숫놈이 없으리오."

하고 대답하니 아내가 길게 탄식하며,

 "어이쿠, 이 일을 어찌해......"

하고 한탄해 마지 않으며 다시는 여비 처소로 가는 남편의 뒤를 밟지 않았다.

                                                                                                                   <禦眠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