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B(논문·편글)

불행을 自招한 마담 보바리

如岡園 2006. 7. 11. 01:23

 19세기 후반 프랑스 문단에 리얼리즘 문학을 꽃피운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는, 진실하지만 교양이 부족한 남편에 비하여 아름답고 영리하기 때문에 남편에게 불만을 품고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껴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게 되고 드디어는 빚까지 짊어져 결국 음독 자살을 하고마는 비극적 여인의 면모를 그리고 있습니다.

 

 노르망디의 시골 마을인 토스트에서 개업한 의사 샤를은 이웃 마을 지주의 딸인 엠마와 결혼을 합니다. 엠마는 수도원에서 공부했던 아름다운 아가씨로 로맨틱한 동경의 세계를 꿈꾸는 여자였는데 평범하고 용렬한 남편 샤를과의 결혼 생활에 금방 환멸을 느끼고 맙니다. 그런 어느날 우연히 무도회에 초대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엠마는 로맨틱한 정렬에 대한 병적인 꿈이 도지게 되고, 아내의 건강을 염려한 샤를은 토스트의 거리를 떠나 용빌이라는 마을로 이사를 갑니다. 용빌에서는 약제사 오메나, 브리니 지앵 신부같은 저속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미모의 자유 분방한 엠마에게는 단조로운 시골 생활에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변호사의 서기인 레옹과의 담담한 사랑도 두 사람의 이별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무렵 빈곤한 귀족 루돌프가 엠마의 미모에 눈독을 들이고 농사공진회가 열리던 날 그녀를 유혹하여 엠마는 루돌프의 정부가 됩니다만 불의의 관계에 눈이 어두워진 엠마의 정열에 두려움을 느낀 루돌프는 그녀를 버리고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아내의 부정을 모르는 샤를은 우울해진 엠마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기 위하여 루앙시로 오페라를 구경하러 갔는데 거기에서 우연히 옛날의 애인이었던 레옹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 후 엠마는 매일같이 루앙으로 레옹을 찾아가 걷잡을 수 없는 불의의 애욕으로 깊숙이 빠져듭니다. 분별없는 엠마의 사치 때문에 빚이 늘고 용빌에서의 생활은 괴로워만 갑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샤를이 아무리 벌어도 빚은 늘기만 하는데 엠마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레옹과의 애욕에 빠져 정열을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옹과의 사이에도 파국이 옵니다. 엠마의 사랑이 짐으로 느껴진 레옹은 엠마에게서 멀어져 가고 낭비벽이 심하여 닥치는 대로 물건을 사들이고 약속어음을 이서하여 막대한 빚을 지게 된 엠마는 결국 절망 끝에 음독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때에 가서야 비로소 아내의 부정을 알게된 샤를은 정신적 절망과 함께 육체적 쇠약으로 고민하다가 그 역시 죽는 것으로 서술된 소설입니다.

 

 모든 일이 거역할 수 없는 숙명에 의해 진행되고 있지만 이 소설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엠마와 샤를의 비극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은 인간적 어리석음에서 비롯되는 불행입니다.

 세상에는 사랑스러운 여성이 허다히 있지만 인간적으로 완전한 여성은 드물다고 하였습니다. 여성의 가장 본질적인 약점은 사치의 광적 추구와 같은 생에 대한 비본질적 비본연성이라는 데 특이점이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엠마는 로맨틱한 동경과 감정의 과다로 평범한 인생적 진실을 외면한 데서 불행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기의 진실을 속이고 자기를 실재(實在)와 다른 자기로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마담 보바리>의 여주인공 엠마의 심리처럼, 욕망과 실현 불가능한 꿈 사이의 불균형을 동반하는 상상력의 이상항진(異常亢進)을 프랑스의 철학자 고티에는 '보바리즘'이라 이름하였습니다.

 엠마의 무지 허영심 천박성 무사려함을 비웃을 수도 있고, 참을 수 없는 권태감 때문에 모르는 사이에 정욕의 세계로 빠져든 엠마의 부도덕한 생활을 나무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엠마의 비극은 우리 주변에서도 모양을 바꾸어 되풀이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샤를 보바리의 부인 엠마는 낭만적 꿈에 사로잡혀 무분별한 정욕에 빠져들고 그럼으로써 여자가 안주할 본령인 아내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불행을 불러들였습니다.

 행여, 보바리즘에 빠져들어, 행복해야 할 인생을 그르칠 소인은 없는지 한 번 챙겨볼 만한 일입니다.           

                                              김  재  환 (KBS 여성 스튜디오-문학의 향기, 방송 출연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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