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세계화되어가고 있는 오늘이지만 고유한 우리 것을 지켜간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고유한 우리의 모습을 찾는다면 아무래도 전통 속에서 살펴봐야겠지요. 한국의 전통적 미인상이라면 과연 어떤 것일까?
고전 속에 나타난 여인상을 살펴본다면 도미의 아내같은 열녀도 있었고, 심청이 같은 효녀도 있었으며, 배비장전의 애랑 같은 요부도 있었습니다.
생활인으로서 보다 현실적인 우리 나라 전통 속 여인의 모습이라면, 어린 아기를 등에 업고 머리에는 물동이를 이고 그것도 모자라 서너살박이 어린애를 손에 잡히고, 곡예사같은 모습으로 동구앞 마을길을 걸어가고 있는 여인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한국 여성의 원천적 표본이라 할 여인상을 이렇게 한꺼번에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니, 우선 전통적 미인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여성의 가치는 뭐니뭐니해도 아름다움에 있기 때문입니다. 미인박명이라는 말도 있지만 여자가 미인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최고의 축복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는 새다와야 하고 나비는 나비다와야 하듯이 미인은 미인다와야 할 것인데,그러면 도대체 미인답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있듯이 아름다움 역시 본질적으로는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렸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미인이란 것은 얼굴이나 몸매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목소리가 곱고 행동거지가 단정해야 하며,인자한 표정과 다양한 재질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니 절세의 미인이란 것이 흔치도 않을 것입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어떤 모습의 여인을 아름답다고 했는지 고소설 속의 한 표현을 빌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굴 태도는 청천명월같고,모란화 아침이슬에 반쯤 핀 형상이요,절묘한 몸맵시는 해당화 곱게 핀 그늘 속의 그림이요,월궁의 항아로다. 천새긴 태도는 앵도화가 무르익고 아미산 반쯤 둥근달이 맑은 강에 비침같고 서시가 부생이요,양귀비 다시 본듯 ,얼굴을 볼작시면 춘이월 반개도화 은빈에 어리었고,초승에 지는 달빛 아미간에 비치었다. 구름같은 머리채를 반달같이 둘러 업고,버들잎같은 눈썹을 여덟팔자로 다듬고, 뺨은 통통하여 외롭게 둥근 흰달과 같은데 옥같은 연지볼을 찍어 삼사월 호시절의 꽃송이 같고,박속같은 잇속은 두어점으로 방그레 웃어 반만 벌리고서, 흰 모래밭에 금자라 같은 걸음으로 아기작 아기작 왕래하니, 어느 눈이 황홀하지 않으랴.두 눈의 추파는 경수같고,가는 허리는 봄밤에 나부끼는 버들가지와 같고,붉은 입술은 앵무 단사를 문듯하며,구름같은 살쩍과 눈빛같은 흰 살이 천고무쌍이요 일세독보의 절대가인이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 많습니다만 이것을 미루어 미인의 조건을 대충 요약해 보면,
1.머리숱은 풍부하고 곱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2.검은 눈썹은 둥글게 다듬어져야 합니다.
3.눈은 별빛처럼 맑고 젖어 있어야 합니다.
4.입술이 탐스럽고 붉어야 하는 것은 미인이 되는 출발이며 건강과 순정의 표시입니다.
5.뺨은 적당히 둥글고 불그레해야 합니다.
6.살빛은 희어야 합니다.
7.몸매는 가냘프고 부드러워야 합니다.
8.이는 희고 골라야 합니다.
9.목소리는 아름답고 작아야 합니다.
그러나 용모만 아름답다고 해서 미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능과 숙덕이 없는 미색은 향기 없는 꽃과 같으니 미인의 요건으로서 덕성과 재질은 용모 이상의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미인관은 조화 있는 인격을 말하는 것이니 빛깔이 고우면서 향기가 없는 꽃이 사랑을 받을 수 없듯이 용모가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좋은 천품,뛰어난 재질을 구비하지 못하면 구원한 미인상으로 남을 수는 없습니다.
미는 개성의 표현입니다. 한국 여인은 한국 고유의 여자다움을 찾아야 진정 아름다움의 자리에 설 수 있습니다.
천부의 모습을 정성껏 가다듬고 밝은 표정 정다운 미소로 마음 속에 도사려 있는 한국 여인의 마음을 스스럼 없이 열어 보이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한국의 미인일 것입니다. (1987.5 KBS여성 스튜디오 - 한국의 여인상)
如 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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