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는 인물 조건으로서 백치요 벙어리인 아다다를 주인공으로 하여 현대의 팽배한 물질 문명에로의 경도를 풍자하려는 의도에서 쓰여진 단편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다다는 선천적인 벙어리요 백치입니다. 가끔 말이 한마디씩 되어나오는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쉬운 말에 그치고, 한다는 말이 '아다다' 소리만 연거푸 나오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확실'이라는 뚜렷한 이름이 있었으나 누구나 그를 '아다다'라 불렀습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치에 가까운 그의 성격은 무슨 일이나 가리지 않고 눈에 띄기만 하면 몸을 아끼는 일이 없이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둔한 지혜로 차별없이 일을 하게 되므로 그릇같은 것을 깨어먹기가 일쑤입니다.
그런 아다다를 논 한섬지기를 붙여서 가난한 집에 시집을 보냈더니 시집을 가서의 처음 5년 동안은 온 집안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왔으나 해를 거듭함에 따라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보니 남편은 벙어리인 아다다를 미워하게 되고 급기야는 투기를 하여 번 돈으로 외지에서 여자를 얻어와 살림을 차리면서부터는 학대가 심하여 시집에서 쫓겨나 친정살이를 하는 처지입니다. 친정에 얹혀 있는 아다다가 불쌍한 정도를 넘어 큰 짐으로 느껴진 어머니마저 아다다를 구박하기에 이릅니다.
그날도 아다다는 장독에서 시키지도 않은 된장을 퍼 옮기다가 질그릇을 깨고는,시집으로 가든지 죽어버리든지 하라는 어머니의 구박에 못이겨 집을 나왔지만 갈 곳이 없습니다. 남편의 매는 어머니의 매보다 더 무서워 시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잠시나마 행복했던 시절이 그리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만이 위로의 전부였습니다.
갈곳을 잃은 아다다는 일년 전부터 자기를 유혹하는 노총각인 수롱이를 찾아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약속을 하고 신미도라는 섬으로 달아나 난생 처음으로 행복을 맛보게 됩니다.
그런 어느날 새남편인 수롱은 머슴살이로 모아둔 돈을 보이며 그 돈으로 논밭을 사자고 제안합니다. 돈을 본 아다다는 돈이야말로 과거의 남편에게서 박대를 받게 된 재앙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심한 고민에 빠집니다. 자기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에서 수롱이 잠든 새벽에 시렁 위 석유통에 넣어둔 돈뭉치를 끄집어내어 바닷가로 나가 넘실대는 물결위에 미련없이 뿌려버립니다. 돈이 없어진 것을 뒤미쳐 알고 달려나온 수롱이는 이 사실을 알고 정신 잃은 사람처럼 아다다를 발길로 차 바다 속에 떠밀어 버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 소설은 단편이긴 합니다만 황금만능주의의 현세 풍조에 대한 반발, 인간의 행복, 그리고 참된 인생의 뜻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 커다란 회의를 던짐으로써 주제면에서 인생의 가치를 척도하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주인공 아다다는 돈이야말로 불행을 자초하는 재앙이라는 것을 그의 인생 과정에서 체험을 통하여 인식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인해서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었던 아다다의 신세는 그 돈이 불어나자 첫째 남편의 마음을 악하게 만든 원인이 되어 끝내는 쫓겨나지 않으면 안되었으니 모처럼 이룩한 수롱이와의 행복한 삶에 돈이 존재한다는 것은 또다시 새로운 몽둥이를 장만하는 것과 같았고 논밭을 사서 곡식을 심는다는 것은 새로운 가정에 불행의 씨를 심는 것으로 아다다에게는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다다가 갈망했던 행복은 쉽게 이루어질 수가 없었습니다. 돈을 중시하는 사나이로 인해 학대와 버림을 받았고 그러한 사나이로 말미암아 바다에 빠져 죽어야만 했으니 여기에 아다다의 인간적 비극이 있습니다.
김 재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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