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A(창작수필)

노령(老齡)의 존경을 위하여

如岡園 2006. 7. 28. 00:34

 '鄕黨에 莫如齒' 라 하였다. 크고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이 제일이라는 뜻으로, 나이 많은 사람이 어른으로 대접받던 시대의 말이다.

 늙어서 존경을 받는다는 것. 그것은 인생을 사랑하며 경험을 쌓고 늙어간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특권의 하나이다. 그리하여 老熟은 단순한 늙음이 아니라 쌓아 올린 교양처럼 고귀하고 원숙한 지혜의 산물이다.

 그런데 이같은 노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노인은 노인들대로 노령을 응당 존경받아야 할 특권으로 알고 지나치게 세상을 개탄하며 세속을 비웃고, 고루한 아집에 사로잡히기 일쑤인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인생에 있어서 세월은 모든 것을 가르치고 그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간 사람은 축적된 경험에 의하여 신중하고 지혜롭기 마련이지만, 그러나 반드시 나이를 더 먹었다고 해서 모든 늙은 사람이 젊은 사람보다 더 훌륭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의 경험이란 때로는 아주 편협할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지나간 생애에는 말 못할 사정도 있어서, 그가 겪은 경험이 새로운 시대의 사람들에게 못마땅한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늙은이가 단지 나이가 많은 경험자라는 한 가지의 잣대만으로 젊은이를 평가하거나  나무라기만 하고, 자신을 억제하고 자신을 감시하는 일이 없다면, 고루하고 편협한 늙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실상, 어떠한 노인이고 때로는 감상적으로 그들의 젊은 시절의 어떤 일을 뉘우치면서도, 개구리 올챙이적 일은 잊어버리는 식으로 그것을 잊어버리고 오늘의 젊은이에게서 나타나는 똑같은 현상을 비난하고 타이르는 일들이 있으면서 자신의 감시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노령은 반드시 존경해야 하는 것이 진리임을 입증하는 길은 노령은 저절로 획득된 권위가 아니라 존경받을 수 있도록 그것을 원숙하게 다듬어 가는 일이다. 세상을 개탄하며 젊은이를 나무라고 세속을 비웃는 태도는 젊은이들의 반감만 조장한다. 젊은이가 스스로 깨닫고 저절로 순종하고 따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젊은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건강을 유지하고, 자아류의 잣대로 젊은이를 비난하고 타이른다거나, 그들이 하는 일을 방해하고 억제하는 일에서 초월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면서 세상 일에 흥미를 잃지 않고 보다 더 원숙한 인간으로 자신을 계발시켜 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간은 단순히 연령과 함께 늙어가는 것은 아니다. ' 身老心不老 '라고 하지 않는가. 연령과 함께 피부에는 주름살이 질 것이지만 인생을 사랑하고 세상일에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그 마음엔 주름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노령이 구축한 기성의 틀에 맞추어 세상을 개탄하며 세속을 비웃을 것이 아니라, 생동감으로 발랄한 젊은이의 열정에도 갈채를 보낼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다.

 노인은 신중하며 젊은이는 용감하다고 하였다. 노령의 세련미와 젊음의 활동력이 조화를 이룰 때 서로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노인의 머리를 빌린 청년의 손은 위대한 창조력을 발휘할 것이다.

 늙어가는 시간은 모든 것을 가르친다. 그러나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젊은이보다 더 훌륭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해서는 존경받을 노령이 아니다. 일생을 통하여 정신적으로 추구해 온 일에 정진하며 이상을 잃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하루해가 벌써 저물었으되 오히려 노을이 아름답고 / 한 해가 장차 저물려 해도 귤 향기가 더욱 꽃다웁다. / 그러므로 일생의 말로인 만년은 군자가 마땅히 정신을 다시 백배할 때이다." 채근담의 한 구절을 이렇게 되뇌어 본다.

                                                                                                          김   재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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