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카테고리 세시풍속(歲時風俗)을 열며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되풀이 하는 주기 전승의 의례적인 풍속, 歲祀, 月令, 時令을 아울러 세시풍속이라 한다. 우리 나라는 이 세시 풍속일을 명절로 만들었기 때문에 연간 생활 과정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리듬을 주었으며 활동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 나라는 세시풍속의 명절도 대체로 계절에 따라 행사 내용이 결정되어 있고, 그것은 다시 月令에 의하여 달마다의 행사로 구분되어 있다.
농경이 주된 삶의 형태였던 우리 나라는 이러한 세시풍속도 농업의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농업의 개시, 파종, 제초, 수확, 저장 등 생산 활동의 계절적 변화를 내타내고 있다.
이같은 연중행사는 인간의 단조로운 생활 과정에 리듬을 주고 질서를 준다. 그 질서 속에서 인간의 생활 기술이 습득되고 문화유산이 창출되어 후대로 전승되어 가는 것이다.
이런 세시풍속은 현대에 이르러 우리 사회가 산업사회로 접어들고, 자연에 대한 의존력의 약화와 서양문화의 침투로 약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아직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의 의식 저변에 살아숨쉬고 있다. 한 민족의 정신문화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소멸될 수도 없는 것이다.
# 정월 대보름
음력 1월 15일을 대보름이라 한다. 대보름은 설날, 추석날과 같이 우리 겨레가 즐겨 온 큰 명절의 하나였다. 한자말로는 상원(上元), 상원절(上元節), 원소(元宵), 원소절(元宵節)이라고 하며 줄여서 대보름 혹은 대보름날이라고 한다.
보름 또는 보름날이란 음력 초하룻날부터 열 다섯째 날을 가리키는데, 대보름의 '대'는 그 해에 맨처음으로 제일 큰 달이 뜨기에 붙인 말이다. 이 날은 1년의 첫보름이라 특히 중요시 하고 그 해의 풍흉과 신수의 길흉화복을 점쳤다. 또 새벽에 귀밝이 술을 마시고 부럼을 깨물며 약밥 오곡밥 복쌈 나물 들을 먹는다. 또 더위팔기, 달맞이, 줄다리기, 석전(石戰), 차전놀이, 원놀음, 기세배, 달집 태우기, 쥐불놀이, 지신밟기, 놋다리밟기, 사자놀음 등 여러가지 민속놀이가 있다.
보름은 새해 농사의 시점이라 하여 농사일과 관계있는 일들을 한다. 15일은 보름 명절이고 16일은 귀신날로 일손을 놓게 되어 있으므로 농사의 시발행사는 14일에 한다. 14일 새벽닭이 울면 일어나서 자기 집 퇴비장에서 퇴비 한 짐을 져다 자기네 논에 갖다 붓는다. 이것은 금년 농사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신호이며, 이렇게 부지런하니 금년 농사가 풍년이 되게 해달라는 기원의 뜻도 있다. 14일 낮에 남자는 나무를 9짐 해야 하고, 부인들은 삼베를 9광주리를 삼아야 한다고 한다.
또 1년간 집에서 쓸 수수비를 만드는 날이다. 수수는 가을에 추수하여 수수알을 털고 남은 비 맬 거리를 쥐를 피하기 위해 나무 위에 높이 매달아 두었다가 14일에 내려 비를 맨다. 이날 밤에 복토훔치기도 있어 이 날을 '여름 날'이라고도 한다.
대보름달을 보고 1년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달빛이 희면 비가 많고 붉으면 한발이 있으며, 달빛이 진하면 풍년이 들고 달빛이 흐리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또 달이 남으로 치우치면 해변에 풍년이 들 징조이고 북으로 치우치면 산촌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강원도지방에서는 14일 저녁이나 15일 아침에 마당을 쓸어 한 곳에 모으고 쓰레기를 얹어 그 속에 아주까릿대, 깻대 ,청죽이나 헌 대비를 함께 태운다. 그러면 연기가 많고 요란한 소리를 내서 마치 폭죽터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 때 요란한 소리가 연속해서 크게 날수록 그 해의 콩농사와 보리농사가 잘된다고 한다.
정월 대보름날 개에게 밥을 주면 집안은 물론 개에 파리가 들끓는다고 하기도 하고, 부스럼이 생긴다고 하여 이 날 개에게는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풍습도 있다.
# 경칩(驚蟄)
24절후의 세번째 절기로, 입춘 우수를 지난 다음의 절후이다.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우수와 춘분 사이에 있으며 음력 2월의 절기로서, 양력으로는 3월 5일 전후(2007년은 3월 6일)가 된다. 땅속의 동물들이 겨울잠을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지어졌다. 이 날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특히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다고 믿는다.
이날 농촌에서는 보리싹의 상태로 농점을 치며 개구리알 먹기의 풍속이 행해진다. 이날 개구리나 두꺼비의 알을 생으로 먹는 일은 영양보충과 질병치료에도 의미가 있었지만, 탈피 갱생을 되풀이하는 동물의 알을 먹음으로써 인간의 불로장생을 희구한 원시신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꺼비는 중국에서는 한(漢)대 이래로 피병(避病), 피사(避邪)의 힘이 있다고 인정되어 왔다. 四民月令의 5월5일 조에는 두꺼비를 잡아 創藥을 조합한다고 하였고,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두꺼비 그림이 보인다. 동부여의 금와왕 신화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우수 경칩을 지나면 대동강 얼음도 풀린다"고 하여 긴 겨울을 지나 이미 봄이 왔음을 말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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