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삼짇날/ 곡우/ 삼월의 시식/ 풀놀이/ 궁술회

如岡園 2007. 4. 16. 13:05

          # 삼짇날

 음력 3월 3일(2007년은 4월 19일)을 삼짇날이라고 한다. 강남에 갔던 제비도 삼짇날에는 옛집을 찾아 온다. 이 무렵이면 날씨도 온화하고 산야에는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산에 만발한 진달래꽃을 뜯어다가 쌀가루에 반죽하여 참기름을 발라 지져서 먹으니 꽃전(花煎)이라고 한다. 화전은 봄의 미각을 한층 돋아주며 시식(時食)으로 풍류 있는 별미에 속한다.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힌 다음 가늘게 썰어 꿀을 타고 잣을 넣어서 먹으니 이를 화면(花麵)이라고 한다. 또 진달래꽃을 따다가 녹두가루와 반죽해서 만들기도 하고, 혹은 수면(水麵)이라고 해서 붉게 물들여 꿀을 섞어 만들기도 한다.

 삼짇날에는 나비도 나온다. 여러가지 나비가 첫 선을 보이며 꽃을 찾아 날아든다. 사람들은 나비를 보아 점을 치기도 하니 노랑나비나 호랑나비를 먼저 보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길조이나, 흰나비를 먼저 보게 되면 부모의 상을 당하게 된다고 하는 바 흉조(凶兆)라 한다.

 삼짇날 머리를 감으면 물이 흐르는 것처럼 머리카락이 소담하고 아름답다고 해서 부녀자들은 머리를 감는다.

 

          # 곡우(穀雨)

 24절기의 여섯째 절기로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날(2007년은 4월 20일)이다. 곡우 때 자작나무(일명 거자나무) 밑둥치를 찍어서 받은 수액을 거자수 또는 곡우물이라고 하는데, 경남 안의지방에서는 이뇨와 골절에 좋다고 하여 이를 마시며 진달래 핀 봄 용추계곡을 찾아 즐기는데 이를 곡우놀이라고 한다. 이 시기 황해에서는 조기가 많이 잡혔다.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는 곡우 때면 북상해서 충청도의 격렬비도 쯤에 올라와 있으니, 이 때에 잡는 조기를 곡우사리라고 한다. 곡우사리는 아직 살은 적지마는 연하고 맛이 있다. 그래서 곡우사리를 위해서 서해는 물론 남해의 어선들도 모여드니 바다는 흥성대었다.

 

          # 3월의 시식(時食)

 음력 3월은 양춘(陽春)인지라, 채(菜)가 나고 신선미가 한층 더하니 여러 가지 시식물(時食物)이 있다.

 옛날에는 봄철에 마시는 술을 각 가정에서 솜씨대로 빚었다. 술을 쌀로만 빚는 것이 아니고 향료 약재를 써서 기호에 맞고 약보용(藥補用)으로 먹었으니 여러가지가 있다. 두견주, 도화주, 과하주, 소면주, 이강주 등의 이름이 전한다. 술을 빚는 방법은 대동소이하나, 재료와 풍류에 따라 이름지은 것이다. 향을 내고 약용을 위해서 재료의 가감이 있으며, 이름있는 술일수록 오래 두었다가 먹으니, 백일주 같은 것은 빚은 술독을 대문간에 묻어두었다가 백일 되는 날에 파내어 마신다고 한다. 대문간은 늘 사람이 드나드니, 남몰래 파낼 수도 없거니와 오랫동안 묻어두니 맛이 또한 진미라고 한다. 이러한 시식(時食)으로서의 주류는 가세(家勢)와 풍류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어 봄의 흥취를 돋아준다.

 봄의 떡으로는 산떡과 환떡(環餠)이 있다. 산떡은 찹쌀을 가루내어 흰떡을 만들고 빛을 내어 다섯 개를 포개서 구슬처럼 꿴다. 혹은 청백의 두 가지 빛을 내어 송편처럼 반월형으로 만들어 대꼬치로 꿰어서 먹기도 한다. 환떡은 찹쌀로 둥글게 만들어 먹으니 쑥과 송피(松皮)를 넣기도 한다.

 3월의 들에는 어디를 가나 쑥이 많다. 연한 쑥을 뜯어다 국을 끓이니 예탕이라고 하며,또 녹두로 청포를 만들어 미나리와 김에 무쳐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바, 이를 탕평채(湯平菜)라고 한다. 탕평채는 차게 먹을수록 맛이 진미이다.

 봄철에는 한강에서 잉어가 많이 잡혔다. 그래서 소어(蘇魚)와 함께 진상(進上)하였으며,봄 생선회는 맛이 있으니 천렵(川獵) 같은 때에는 날것으로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 풀놀이

 봄에는 여러 가지 풀들이 새로 솟아나니 풀을 가지고 풀놀이(草戱)를 한다. 소녀들은 울타리 밑에 나는 각씨풀을 뜯어 실로 묶은 다음 나무가지를 꺾어 그 끝에 매고 머리를 땋듯이 따서 마치 옛날 소녀의 댕기머리처럼 만든다. 땋은 머리는 댕기를 들이거나 틀어올려 낭자를 만들고 천조각으로 치마와 저고리를 만들어 입히니 이를 각씨놀이라고 한다. 때로는 풀각씨(草人形) 외에 병풍, 이불, 요, 베개 등을 만들어 방 장식까지 해서 논다. 완구가 없었던 옛날에는 이렇게 손수 풀로 인형을 만들고 기구를 만들어 놀았으니, 풀각씨는 인형극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소년 소녀들은 들이나 냇가에 가서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비틀어 호드기를 만들어 분다. 봄철에는 나무에 물이 오르므로 잘 벗겨진다. 호드기 소리는 단조로우나 잘 불면 처량한 소리를 내어 농촌 소년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호드기는 원시적인 취악(吹樂)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여러가지 풀을 뜯어다가 누가 많이 모았나 내기도 하며, 질경이풀을 뜯어다 서로 얽어서 잡아당겨 누구의 것이 센가 승부를 겨루기도 한다. 또 산에 가서 진달래꽃 수염을 가지고 내기를 하는 수도 있다.

 

          # 궁술회(弓術會)

 음력 3월 중에는 여러 사정(射亭)에서 궁술대회(弓術大會)를 가진다. 활쏘기는 장년 이상의 사람들이 하는 일이 많거니와 겨울 동안 활달한 놀이를 하지 못하였다가 봄이 되면 사정에 나와 심신을 단련한다. 청명한 날을 택하여 궁사들이 모여 대회를 여는 바 구경군이 인산(人山)을 이룬다. 궁사의 쏜 화살이 과녁에 맞으면 기생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지화자(持花者)'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아준다.

 궁술은 고대에 있어서는 무술의 하나이며 기품이 있는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