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영등맞이-風神祭/ 머슴날/ 콩볶이/ 대청소/ 청명,한식

如岡園 2007. 3. 19. 10:29

          # 2월 영등-風神祭

 하늘에 사는 영등할머니(燃燈婆)가 음력 2월 초하룻날(2007년은 3월 19일)에 지상에 내려 왔다가 스무 날에 승천한다고 한다. 이 영등할머니는 주로 영남지방에 전파되어 있다. 바람의 정령이라 믿고 있는 이 영등할머니를 맞이하기 위하여 2월 초하룻날 아침 일찍 새 바가지에 물을 담아 장독대,광,부엌 등에 올려놓고 소원을 빈다. 이 때에 여러가지 음식도 마련하여 풍년이 들 것과 가내의 태평을 빌며 식구 수대로 소지(燒紙)를 올린다. 지방에 따라서는 영등에 쑥떡을 해 먹는 풍습도 있다.

 영등할머니가 인간세상에 하강할 때에는 며느리나 딸을 함께 데리고 온다고 하는 바, 딸을 데리고 오면 일기가 평탄하지만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농가에서는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 친정어머니와 딸과는 의합이 맞으나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는 불화와 갈등이 있는 것이니 그에 비유해서 일기의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여겼다.

 일기가 불순하면 농작물은 피해를 입고 일기가 순조로우면 풍작을 바랄 수 있으니, 영등할머니는 바람과 농작의 풍흉과 관계되는 신이다.

 영등할머니가 지상에 머물러 있는 동안은 황풍(荒風)이 일어 난파선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어부들은 출어를 삼가며 일을 쉰다. 영등할머니는 풍신(風神)이기 때문에 바람을 몰고 온다. 그래서 농촌이나 어촌에서 풍재(風災)를 면하기 위하여 영등할머니와 그 며느리에게 고사를 지내니, '바람올린다'고 해서 풍신제(風神祭)를 지낸 것이 곧 '영등'이다.

 근래에 와서 이 2월 풍신제 풍습의 의미가 엉뚱하게 변질되어 음력 2월에 결혼을 하면 바람이 든다 하여 혼사일을 기피한다고 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 머슴날(奴婢日)

 농가에서는 음력 2월 1일을 또한 '머슴날'이라고도 했다. 가을 추수가 끝난 후 오랫동안 머슴들은 쉬었으나 이제 2월(양력으로는 3월)이 되면 농사준비를 해야 하니 머슴을 위로한다. 머슴으로 하여금 하루를 즐겁게 쉬게 하여 주인은 술과 음식을 한턱내며 머슴들은 농악놀이를 하고 노래와 춤으로 하루를 즐긴다.

 그 해에 20세가 된 머슴아이는 이 날에 성인에게 술을 한턱 낸다. 20세 전은 아이로 취급되어 성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지마는 20세가 되어 성인에게 한턱을 낸 다음부터는 성인 취급을 받아 어른들과 품앗이를 할 수 있게 된다. 지방에 따라서는 나이가 많아도 2월 1일 머슴날에 한턱을 내지 않으면 성인 취급을 받지 못하는 곳도 있다.

 

          # 콩볶이

 음력 2월 1일 영등날에 콩을 볶는 풍습도 있다. 솥에 불을 지피고 콩을 넣어 주걱으로 타지 않게 젓는다. 볶은 콩은 식구들이 나누어 먹으니 아이들은 좋아라고 주머니에 가득히 넣고 다니며 먹는다. 이 날 콩을 볶아 먹으면 노래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콩을 볶을 때에 주걱을 저으며,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콩볶아라." 하고 주언(呪言)을 한다.

 이날 콩볶는 것으로 가을 수확을 미리 예상하기도 한다. 그 방법은 콩과 약간의 보리를 섞어서 한 되를 솥에 볶는다. 다 볶은 다음 다시 담아 한 되가 더 되면 풍년이 들어 추수가 많으며 한 되가 못되면 흉년이 들어 추수가 줄어들게 된다고 전한다.

 

          # 대청소

 음력 2월 1일에 농가에서는 특별 대청소를 하는 풍습도 있다. 집 안팎을 깨끗이 쓸고 닦으며 거미줄을 털고 가축우리의 거름도 치워둔다. 2월 초면 노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초목의 썩은 부분에서 더욱 심하거니와 노래기는 방에까지 기어들어오므로 노래기를 막기 위한 부적을 만들어 붙이기도 한다. 백지에 "향랑각씨 속거천리(香郞閣氏 速去千里)" 또는 "노각각씨 천리속거"라고 써서 기둥, 벽, 서까래 같은 곳에 거꾸로 붙인다. 노래기로 하여금 빨리 천리나 먼 곳에 가라고 명령하는 것이니, 이 주문 부적을 붙이면 노래기가 없어지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부적은 주서(朱書)로가 원칙이지만 이때만은 묵서(墨書)를 한다.

 

          # 청명, 한식

 청명은 24절후의 하나로, 춘분과 곡우 사이 보통 양력으로는 4월 5,6일 경(2007년은 4월 5일)이다. 청명절이라고도 하여 명절처럼 들릴만하다. 한식과 맞붙어 있어 조상의 성묘를 주로한다. 농가월령가에도 '삼월은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춘일이 재양하여 만물이 화창하니/백화는 난만하고 새소리 각색이라/당전의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 오고'....'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잎 난다/우로에 감창함은 주과로나 펴오리라.'....'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목을 접하나니'....하였으니 식목일을 전후한 이 시기의 청명, 한식은 봄을 맞이하여 조상의 묘를 돌보고 과목을 가꾸는 일에 용심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한식일은 동지 후 105일 째가 되는 날인 바, 음력 3월이 되는 수도 있으나 2월에 드는 해가 많다. 한식날 조상의 묘 앞에 果,炙,餠을 차려 놓고 제사를 지내니, 이를 한식차례(寒食茶禮)라고 한다. 한식일에 조상의 분묘가 헐었을 때는 잔디를 다시 입히는 바 개사초(改沙草)라고 한다. 묘 둘레에 식목을 하는 것도 한식날이다.

 한식일에는 더운 밥을 먹지 않고 찬 밥을 먹으니, 고대 중국 진(晉)나라의 충신 개자추의 영을 위안하기 위해서라고 전한다. 즉 개자추는 간신에 몰려 금산에 숨어 있었으나 진의 문공(文公)이 개자추의 충성심을 알고 찾았으나 나오지 않으므로 그를 나오게 하기 위하여 금산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개자추는 나오지 않고 분사(焚死)하고 말았으니, 사람들이 그의 충신됨에 감동하여 寒食을 하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따라서 한식의 풍속은 중국에서 전해 온 유습이다.

 한식날 농가에서는 새해 농경의 준비를 시작하는 바, 식목을 하거나 채소씨를 뿌린다. 한식날 천둥이 치면 흉년이 들 뿐 아니라 나라에도 불행한 일이 있다고 해서 매우 꺼려한다. 한식날 무렵은 희망에 부푸는 때이니 춘경(春耕)이 시작되고 풀도 새싹을 보이기 시작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