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오파트라의 코
흔히들 클레오파트라 하면 동양의 양귀비와 쌍벽을 이루는 서양사상 대표적 미녀를 연상한다. 더우기 이집트 제국의 마지막 여왕으로서, 원정을 온 시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시저 사후에는 안토니우스와 결혼하여 로마로부터 독립, 대 제국을 형성하려 했다. 그 후 안토니우스가 시저의 양자 옥타비아누스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자살하자 클레오파트라는 옥타비아누스까지도 유혹하려하다가 실패, 독사에 팔을 물려 자살하는 등 역사에 남긴 자취도 적은 것이 아니었다.
이런 사실에 연유하여 파스칼은 그의 수상록 팡세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납작했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고 하였다. 미인 치고 코가 납작한 미인이란 상상할 수 없으니까.....
그러나 실제에 있어 클레오파트라는 용모가 아름답기는 하나 절세의 미인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었고 용모만으로써 뭇사나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아니었다. 미모에 곁들여 풍부한 교양과 재치있고 뛰어난 화술(話術)이 한층 그녀의 매력을 더했던 것 같다. 특히 그녀의 음성은 더없이 감미롭고 외국어에도 능통하여 수개 국어를 마음대로 구사했다고 한다.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강대국 로마로부터 자기 왕국을 보호하기 위하여 여자로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최대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 여자의 마음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이것은 이태리의 작곡가 베르디 작 리골레토 중의 아리아 <여심의 노래> 첫 귀절이다. 리골레토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성가(聲價)를 높인 걸작이거니와 베르디는 특히 이 노래가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려, 리허설 때에도 가수에게 악보를 주지 않다가 공연 바로 전날 밤에서야 주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과연 이 노래는 일세를 풍미했고 그에 따라 베르디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각설하고, 여자가 변덕스럽기는 양의 동서 때의 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였던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는 사흘 동안만 안때리면 여우가 된다." 하여 간사하고 변덕스러운 여자는 매로 다스리라 했고, 공자도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고 한탄했다. 또 프랑스의 속담엔 "여자는 종종 변한다. 그러므로 여자를 믿는 자는 바보다." 혹은 "달이 변하듯 여자의 마음도 변한다."라는 것도 있다. 특히 16세기 프랑스의 명군 프랑소와 1세는 창가에 큰 글씨로 위의 속담을 적어 두고 평소의 경구로 삼았다고 하는데 아마도 궁녀를 사랑하다가 단단히 혼이 난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것은 모두 남성중심에서 비롯된 말이고, 남녀평등 여성상위의 시각에서는 또 어떤 말이 생겨날지 모르겠다. "남자는 세계를 지배하나 여자는 세계를 지배하는 그 남자를 지배한다."고 했으니 대단할 것도 없는 것이 남자의 존재이다.
# 판도라의 상자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힘들다'는 것은 공자님의 말씀이지만 기독교에서도 여자의 조상 이브가 아담을 꾀어서 금단의 열매를 따 먹었기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난 걸로 돼 있다. 이 모두 다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에서 나온 일방적인 말이지만 희랍신화에서도 역시 여자가 남성 지배하에 있기는 매한가지이다.
희랍신화에서도 맨먼저 만들어진 것은 남자였는데, 한 번 만들어진 인간은 죽지 않고 차츰 불어났으며 나쁜짓만 골라하게 되었다. 이를 본 주신 제우스는 화를 내어서 인간을 혼내주려고 불을 빼앗아버렸다.
그러자 인간에게 동정적이던 거인의 신 프로메티우스가 몰래 인간에게 불씨를 갖다 주었다. 덕분에 인간은 더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지만 곧 제우스에게 들키고 말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제우스는 프로메티우스를 엄벌에 처하는 한편, 인간에게도 벌을 주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판도라였다.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흙으로 여신의 모양을 본딴 인형을 만들게 했다. 미의 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운 생김새를, 아테나 여신은 손재주를, 헤르메스는 간사한 마음씨와 말재주를 각각 불어넣었다.
간사한 마음씨와 말재주를 가진 헤르메스는, 최초의 여자 판도라를 데리고 프로메티우스의 아우 에피메티우스에게로 갔다. 형 프로메티우스는 전부터 아우에게, 제우스가 선물을 줄 때는 조심을 하라고 일러 두었는데 좀 모자라는 에피메티우스는 반가이 판도라를 맞이하여 함께 살았다.
그런데 판도라는 제우스로부터 받아온 상자 하나를 갖고 있었다. 여러 신들이 무엇인가 잔뜩 집어넣은 다음 단단히 봉한 것으로, 절대로 열어 보아서는 안된다는 상자였다.
판도라는 남편이 일하러 나간 사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노라니 그 상자를 열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내 참다 못하여 뚜껑을 여니 괴상한 연기와 함께 오만가지 괴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모두 인간세상에 재앙을 끼칠 것들 뿐이었다. 판도라는 기겁을 하여 뚜껑을 닫았으나 이미 나올 것은 다 나오고 동작이 느린 희망만이 꾸물거리다가 갇혀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 인간은 오만가지 재앙을 겪으면서도 한가닥 미지의 희망에 의지하여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 솔로몬의 지혜
솔로몬은 전무후무한 영화를 누렸던 만큼 그의 지혜도 탁월한 것이어서 구약성서의 열왕기 상에 보면 "솔로몬의 지혜는 동양사람의 지혜와 이집트의 모든 지혜보다도 더 크다"고 칭찬하고 있다.그는 동식물학에 밝았고 문필적 재능도 뛰어나서 시가(詩歌) 1500 수, 잠언 3000을 지었다고 전한다.
솔로몬의 지혜를 말해 주는 대표적인 것으로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있다.
한 집에 창녀 두 명이 살았는데 어쩌다 거의 동시에 임신을 한 끝에 사흘 간격을 두고 똑같이 아들을 낳았다. 나중에 아이를 낳은 창녀는 몹시 잠버릇이 나쁜 여자였는데 어느 날 밤 아이를 짓눌러 질식시키고 말았다. 이 사실을 깨달은 여자는 옆에 자던 또 하나의 창녀 아이와 죽은 자기 아이를 바꾸어 놓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둘 사이에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살아 있는 아기가 제 아이라고 우겨댔던 것이다. 마침내 해결을 못보고 솔로몬 왕에게 제소를 했다.
솔로몬 왕 앞에 나와서도 두 여인은 여전히 다툰다. 한참 동안 바라보고만 있던 솔로몬 왕은 신하를 시켜 칼을 가져오게 한 다음, "이 칼로 살아 있는 아이를 두 동강 내어서 저들 두 여인에게 나누어 주어라."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특히 그 아이의 진짜 어머니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말했다. "임금님, 제발 그 아이를 베지 말고 그냥 저 여자에게 주십시오". 그러나 또 하나의 여자는, "아닙니다. 둘로 갈라서 나누어 주십시오." 하고 태연히 말하였다.
그 말을 듣자, 솔로몬 왕은, "그 아이를 베지 말아달라고 한 여인에게 주어라."고 했다. 백성들은 이 재판을 보고 하나님의 지혜라고 다들 칭송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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