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초
추석 2,3일 전(통상 음력 7월 15일 백중 이후부터 추석 전까지)에 조상의 묘를 찾아가서 풀을 베니 벌초(伐草)라고 한다. 한식 때에 묘를 손질하고 가을에 한 번 벌초를 하는데, 낫을 잘 들게 갈아 가지고 가서 풀을 벤다. 묘지가 멀면 낫을 갈아 새끼로 감아 수십 리 길을 멀다 하지 않고 찾아가서 벌초를 한다. 조상의 묘에 잡초가 우거진 것은 자손의 수치로 여겨 왔다.
# 추석
음력 8월 15일(2007년은 9월 25일)을 추석(秋夕) 또는 가배일(嘉俳日)이라고 한다. 추석 때가 되면 농사일도 거의 끝나서 햇곡식을 먹을 수 있으니 풍년을 즐길 수 있으며, 과실도 풍성하고 일기도 불한불서(不寒不暑)하여서 좋은 때이고 달도 가장 밝은 때이다. 새옷으로 갈아입고 신곡(新穀)으로 떡도 하고 술도 빚어 차례를 지내고,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으며 성묘(省墓)를 한다. 오유월 염천하에 땀흘린 보람을 8월에 느끼는 것이니, '五月農夫 八月神仙'을 마음껏 맛보게 된다.
객지에 분산되었던 가족들도 추석명절에는 고향에 돌아간다. 추석 귀성길이 북새통을 이루는 것도, 설과 추석만은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옛 풍속에 의한 것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의 사당에 차례를 올린다. 차례는 설날과 마찬가지 절차에 의한다. 다만 추석에는 신곡(新穀) 신과(新菓)가 많은 때이므로 그것으로 천신(薦新)한다.
조상의 묘가 멀든 가깝든 어른을 앞세우고 조상의 미담을 들어가면서 열을 지어 성묘를 간다. 객지의 자손들이 고향을 찾아가는 것도 성묘를 하기 위한 것이니, 조상의 은혜를 잊지 않는 아름다운 풍습이다.
# 팔월의 시식
추석에는 신도(新稻)를 비롯하여 각종 실과가 익은 때이므로 시식(時食)에도 변화가 있다. 추석에는 햅쌀로 밥을 지으며 떡을 하고 술을 빚는다. 햅쌀은 수도(水稻)가 아니라도 산도(山稻)도 넉넉히 베어서 먹을 수 있으니 어느 농가에서나 햅쌀을 마련한다.
햅쌀로 만드는 떡에 송편이 있으니 '오려송편'이라고 하는 바 신도송편(新稻松餠)이란 뜻이다. 송편 속에는 햇콩 햇동부 밤을 넣는다. 햅쌀로 빚은 술은 신도주(新稻酒)라고 한다. 추석에는 차례 때에 신도주를 쓰고 음복(飮福)하고 객을 청하여 마시는 바, 시식으로 없을 수 없는 존재이다.
실과로는 밤 대추 감 배 사과 등이 있다. 밤은 알암을 삶아 먹기도 하거니와 떡이나 밥에다 놓아 먹기도 하니 진미이다. 지붕에는 멍석을 펴고 대추를 널어 말리니 가을의 정경을 한층 실감나게 한다. 감은 아직 일러 우려서 먹거니와 서리가 와서 빨갛게 익으면 홍시를 만들거나 깎아 말려서 곶감을 만들고 또는 썰어 말렸다가 후에 떡에 넣어서 감떡을 만들기도 한다.
팔월은 소채(蔬菜)도 풍부하다. 머지않아 다가올 겨울을 위하여 호박과 무우를 썰어 말리는데, 저장을 위해 수분을 빼서 두게 된다.
#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놀이는 전라남도 남해안지방 부녀자의 특유한 유희이다. 추석날 밤에 곱게 단장한 마을 부녀자들은 수십 명씩 모여 서로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뛰노는 민족전래의 놀이이다. 남자는 전혀 관여할 수 없는 강강수월래는 부인은 부인끼리, 소녀는 소녀끼리 따로 하기도 하지만, 어린아이를 제외하고는 젊은 아낙네와 처녀가 함께 섞여서 놀기도 한다.
목청 좋은 사람이 원의 중앙에 들어가거나 맨 앞에 서서 선창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강강수월래' 하고 후렴을 하면서 원무(圓舞)를 한다. 이때에 처음에는 진양조로 느리게 춤을 추다가 차츰 빨라져서 중머리 중중머리 자진머리로 변하고 선도자의 능력에 따라 변화 있는 춤으로 발전하다가 힘이 지치면 끝난다.
이 유희의 유래는, 충무공이 임진왜란 때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지었다고 하며, '강강수월래'는 '强羌水越來' 또는 '强羌隨月來'라기도 하나 그 진가(眞假)는 알 수 없다. 여기에 재미있는 것은 전라도의 '강강수월래'와 경상도의 '캐지나칭칭나네'는 동교이색(同敎異色)이라는 점이다. '캐지나칭칭나네'는 '倭將淸正오네(加藤淸正나오네)라고 하여, 역시 임진왜란에 근거를 둔 것도 이상하나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로 하고, 다 같은 부락 무용인 것이 주목할 점이다. 다만 '강강수월래'는 여자의 것이요, '캐지나칭칭나네'는 남자의 것임이 다르다.
# 두레길쌈
두레길쌈(共同績麻)은 대체로 음력 7월에서 8월에 걸쳐 부락의 부녀자들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공동으로 길쌈을 하는 것인데, 모시두레(충남 부여), 돌개삼(경북 영주)이라고도 한다. 경상도가 가장 성하였으며 다음이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이고 중부 이북에서는 별로 볼 수 없었다.
늦은 여름 밤에 뜰에 모여 생소나무 가지 따위를 태워 모기를 쫓고 마을 부녀자들이 한자리에서 길쌈을 하는데 이때에 우스갯소리도 하고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도 하며 또 노래도 부른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의 단조로움과 고달픔을 더는 것이다. 특히 팔월 보름, 즉 추석날 밤에는 그 동안의 노고를 털어버리기 위하여 많은 음식을 장만하고 담소와 가무로써 한껏 즐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동안 경쟁적으로 베를 짜게 하고 이날 그 성적에 따라 상을 주기도 하고 또 편을 짜서 경쟁을 시켜 진 편이 추석날의 음식을 제공토록 하는 수도 있었다. 이와 같은 경쟁적인 적마풍습(績麻風習)은 멀리 신라 초기의 유리왕 시대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즉, 사적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유리왕 때에 육부(六部)를 둘로 갈라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각 두 편의 부녀자들을 통솔케 하고 칠월 보름날부터 매일 아침 일찍부터 육부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되 밤 열 시 경이 되어야 끝마치었다. 팔월 보름에 이르러 그 동안의 성적을 비교하여 그 다과(多寡)를 가리어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이긴 편을 치하하는데, 이때 가무와 온갖 놀이가 벌어진다. 이것을 가배(嘉俳, 가위)라고 한다. 이때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며 '會蘇 會蘇'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그 소리가 구슬프고 멋이 있어 후세 사람이 이것을 이어받아 노래하게 되었다. 이것이 '회소곡(會蘇曲)'이라는 것이다.
이와같은 기록을 통하여 두레길쌈의 연원이 매우 오래임을 알 수 있으며, 근대에 이르기까지 경상도에서 특히 성행한 소이연(所以然)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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