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구월구일 / 9월령 농가월령가

如岡園 2007. 10. 19. 11:08

           # 구월구일(重九日 重陽節)

 음력 9월 9일(2007년은 10월 19일)을 중구(重九) 또는 중양(重陽)이라고 부른다. 중구란 말은 9가 겹쳤다는 뜻이며 중양이란 양수(陽數)가 겹쳤다는 것이니, 양수(陽數)는 기수(奇數)이고 기수는 기세(氣勢)에서 음수(陰數)에 앞선다. 따라서 기수가 겹친 날은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다. 3월3일 5월5일 7월7일 9월9일의 중일(重日)을 명절로 삼았던 것은 바로 이런 발상에서이다.  

 각 가정에서는 국화꽃잎을 따서 찹쌀가루에 섞어 반죽하여 단자를 만들어 먹으니 국화전이다. 봄의 진달래 화전과 함께 계절시식으로 국화전은 가을의 미각을 새롭게 한다. 사람들은 떼를 지어 산이나 계곡을 찾아가서 시식을 배불리 먹고 술에 취하여 하루를 즐기니 이는 단풍놀이이다. 부인 소녀 소년 농부도 패를 지어 간다. 문인들은 시를 짓고 풍월을 읊어 취흥을 내기도 한다. 요즘 단풍놀이도 따지고 보면 오랜 우리의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다.

 

          # 9월령 농가월령가

 

  구월이라 계추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

  제비는 돌아가고 떼 기러기 언제 왔노 / 벽공에 우는 소리 찬 이슬 재촉는다 /

  만산 풍엽은 연지를 물들이고 / 울 밑에 황국화는 추광을 자랑한다 /

  구월 구일 가절이라 화전하여 천신하세 /  절서를 따라가며 추원보본 잊지마소 /

  물색은 좋거니와 추수가 시급하다 /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에 탯돌이라 /

  무논을 베어 깔고 건답은 베 두드려 /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

  밀따리 대추벼와 동트기 경상벼라 /  들에는 조 피 더미 집 근처 콩 팥 가리 /

  벼 타작 마친 후에 틈 나거든 두드리세 /  비단차조 이부꾸리 매눈이 콩 황부대를 /

  이삭으로 먼저 갈라 후씨를 따로 두소 /  젊은이는 태질이요 계집사람 낫질이라 /

  아이는 소 몰리고 늙은이는 섬 욱이기 /  이웃집 운력하여 제일하듯 하는 것이 /

  뒷목 추기 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 일변으로 면화틀기 씨아소리 요란하다 /

  틀 차려 기름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 /  등유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 /

  밤에는  방아 찧어 밥쌀을 장만할 제 /  찬 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

  타작 점심 하오리라 황계 백주 부족할가 /  새우젓 계란찌개 상찬으로 차려 놓고 /

  배추국 무나물에 고추잎 장아찌라 /  큰 가마에 앉힌 밥 태반이나 부족하다 /

  한가을 흔할 적에 과객도 청하나니 /  한동네 이웃하여 한 들에 농사하니 /

  수고도 나눠 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  이 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 하세 /

  아무리 다사하나 농우를 보살펴라 /  조피대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으리라.

 

 

@ 만산풍엽(滿山楓葉): 산에 가득 찬 단풍잎.   화전(花煎): 꽃에 찹쌀가루를 발라서 기름에 지진 떡.   추원보본(追遠報本): 조상의 은혜를 고맙게 여겨 갚는 것.   개상: 타작할 때 볏단을 올려놓는 기구.   탯돌: 타작할 때 볏단을 두드리는 돌.   이부꾸리: 팥의 일종.   황부대: 콩의 일종.   후씨: 뒤에 쓸 씨.   운력(運役):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일을 함.   뒷목추기: 타작을 하고난 뒤 마당에 떨어진 곡식을 줍는 일.  상찬(上饌): 좋은 반찬.   조피대: 조와 피의 대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