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冬至 /동지팥죽 /동짓달스무날 달보기 /동짓달의 時食

如岡園 2007. 12. 18. 00:22

          # 동지(冬至)

 입춘으로 비롯되는 24절기 가운데 22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고 할 만큼 널리 일반화된 세시 풍속일 중의 하나이다. 하지가 양력 6월 21일경으로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시기라면, 동지는 양력 12월 22일경(2007년은 12월 22일)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하지와 상반되는 시기이다.

 동지는 작은설(亞歲)이라고도 일컬으며, 고대역법(古代曆法)에서는 설날로 삼았었다. 중국의 <四民月令>에서는 조상의 제사이며 존장(尊長) 군사(君師) 기로(耆老)를 모시기를 정월과 같이 한다고 하였다. <송서>에서도 동지의 조하(朝賀) 향사(享祀)는 모두 원일(元日)의 의식과 같다고 하고 팥죽을 쑨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으로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하는 것과 같이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도 일러 오는데, 이것은 옛날에 동지를 설날로 삼았던 데서 나온 말이다.

 궁중에서는 원단(元旦)과 동지(冬至)를 가장 으뜸되는 축일로 생각하고, 군신과 왕세자가 모여 잔치를 하는 회례연(會禮宴)이 베풀어졌다. 그리고 해마다 중국에 예물을 갖추어 동지사(冬至使)를 파견해서 이 날을 축하하였고, 지방에 있는 관원들은 국왕에게 전문(箋文)을 올리어 진하(陳賀)하였다. 또 관상감(觀象監)에서 만들어 올린 달력을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御璽)를 찍어서 모든 관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 달력은 황장력(黃粧曆) 청장력(靑粧曆) 백력(白曆) 등의 구분이 있었다. 관원들은 이것을 친지에게 나누어 주었으니, 이것을 여름에 부채를 나누어 주는 풍습과 아울러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하였다. 또한 내의원에서는 전약(煎藥)이라 하여 쇠가죽을 진하게 고아, 관계 생강 정향 후추 꿀 등을 섞어 기름에 엉기도록 만들고 이를 굳혀서 궁중에 진상하여 별미로 들게 하였다.

 민가에서는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그 속에 찹쌀로 옹서래미(새알심)라는 단환자(團丸子)를 만들어 먹는다. 이 옹서래미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 꿀에 재어 먹기도 하고, 시절음식으로 삼아 제사에 쓰기도 하며, 역귀(疫鬼)를 쫓는다 하여 팥죽 국물을 벽이나 문짝에 뿌린다. 그리고 불교신도들은 절에 가서 동지불승을 드리기도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이와같은 사실이 잘 나타나 있으며, <海東竹枝>에도 민간에 유행감기가 돌면 팥죽을 쑤어서 길 위에 뿌리는데 이것을 '얼음심'이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동지가 음력 11월 10일 안에 들면 '애동지'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팥죽을 쑤어먹지 않고 중동지(중순)나 노동지(하순)에 들어야 팥죽을 쑤어먹는다고 한다. 또 지방에 따라서는 제사 팥죽에는 새알심을 넣지 않고 액 뿌리는 팥죽에만 새알심을 넣는다고도 한다.

 

          # 동지팥죽

 동짓날에는 어느 가정에서나 팥죽을 만들어 먹는다. 팥을 삶아 으깨거나 체에 걸러서 그 물에다 찹쌀로 단자를 새알만큼씩 만들어서 죽을 쑨다. 이 단자를 '새알심'이라 한다.

 동지 팥죽은 먼저 사당에 놓아 차례하고 그 다음 방 마루 광 같은 데에  한 그릇씩 떠다 놓으며 대문 벽에는 죽을 수저로 뿌리고 그런 다음에 먹는다. 이렇게 하는 것은 팥죽이 액을 막고 잡귀를 없애준다는 데서 온 것이다.

 팥죽은 이밖에도 제화(除禍)의 주술(呪術)로 여러 곳에 쓰이거니와 고대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즉 공공씨(共工氏)가 불초자(不肖子)를 두었는데 동짓날에 죽어 역귀(疫鬼)가 되었다. 그런데 이 역귀는 팥을 무서워했으며 동짓날 죽었으므로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귀신을 쫓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이밖에도 팥은 그 빛이 붉은 데서 축귀(逐鬼)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잡귀를 쫓고자 할 때에 사용되고 있다.

 

          # 동짓달 스무날 달보기

 동짓달 스무날 저녁 달이 지는 것을 보고 그 해의 농사를 점치는 풍속.

 이 날 달이 완전히 지고, 그 얼마 후에 다음 날의 동이 터 오면 시절이 좋고, 달이 지면서 혹은 달이 지지도 않았는데 다음 날이 새어 오면 시절이 나쁘다고 한다.

 

          # 동짓달의 時食

 동절(冬節)의 음식으로 냉면이 있다.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김치국물에 무김치 돼지고기 배 달걀 삶은 것을 넣어서 차게 먹는 것이 특징이다. 겨울에는 기후가 차므로 뜨거운 것을 먹는 것이 상식이나, 평안도와 함경도에서는 영하 10도의 추운 날에도 냉면을 먹으니 별미이다. 지금은 냉면이 서울과 이남 어느 곳에서나 널리 보급되어 본색을 저버린 결과가 되었다.

 특히 겨울에 먹는 것으로 동치미가 있다. 동치미는 김장할 때에 담그기도 하거니와 겨울에 언제든지 담기도 한다. 무를 큼직하게 썰어 국물이 많게 담그는 바 겨울에 온돌방에서 먹기에 알맞으며 봄 늦게까지 먹을 수 있다. 또 곶감(乾枾)을 꿀물이나 설탕물에 담그고 생강 잣 계피가루를 넣어서 차게 먹는 수정과가 있다. 수정과는 잔치에도 흔히 쓰인다.

 옛날 동짓날에 청어를 천신하는 일이 있었으니 청어는 해주와 통영에서 많이 잡혔다고 한다.

 명절의 생선으로 명태(明太)를 잊을 수 없다. 명태는 동해에서 겨울에 많이 잡히는데 언 것은 동태(凍太)라고 한다. 동태는 겨울의 식탁을 장식하거니와 맛이 탁하지 않고 상쾌한 것이 특징이다. 명태를 말린 것은 제수(祭需)에도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