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납향(臘享)/제석(除夕)/구세배(舊歲拜)/대청소/수세(守歲)

如岡園 2008. 1. 21. 16:52

          # 납향(臘享)

 음력 12월을 납월(臘月)이라고 하며 보통 섣달이라고 부른다. 이 달에는 납향이 있다. 납향은 동지로부터 세번째의 미일(未日; 금년은 1월 20일)로 정해져 있으니, 이 날에 묘(廟)와 사(祠)에서 대향사(大享祀)를 지냈다.

 납향날 밤에 농촌에서는 새잡기를 한다. 두서너 사람이 패가 되어 그물을 가지고 어두운 밤에 새가 사는 지붕 추녀를 찾아다니며 그물을 새 집이 있을 만한 곳에 대고 막대기로 지붕을 호되게 치면 새가 놀라서 날아나오다가 그물에 걸린다. 또 새가 많이 자는 숲에 가서도 이렇게 해서 새를 잡는다. 납향날의 참새고기는 맛이 있을 뿐 아니라, 먹으면 어린아이가 무병하다(특히 天然痘)는 데서 납향날에 새를 잡으려 애를 쓴다.

 납향에 내린 눈은 약이 된다고 해서 강설(降雪)을 곱게 받아 독에 가득히 넣어둔다. 그러면 눈이 녹아 설수(雪水)가 되니, 두었다가 김장독에 넣으면 김치맛이 변하지 않으며, 의류와 서책(書冊)에 바르면 좀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설수(雪水)를 두었다가 환약을 만드는 데 사용도 하고 눈(眼)을 씻으면 안질에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눈이 밝아진다고 한다. 옛날 납향날에 궁중의 의약국인 내의원(內醫院)에서는 환약을 만들어 헌납했으며, 나라에서는 이를 시신(侍臣)에게 나누어 주었다.

 충청지방에서는 납향날에 엿을 곤다. 설탕이 없었던 옛날에는 당분을 엿에서 얻었으니, 엿기름 물을 뜨겁게 끓이고 밥을 해서 엿기름 물에 넣고 삭여, 오래 고면 엿이 된다. 납향날 밤에 시작하여 이튿날 새벽이면 엿이 된다.

 

          # 제석(除夕)

 음력 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0일(2008년은 2월 6일)을 '섣달그믐' 또는 '제석(除夕)', '제야(除夜)'라 부른다. 1년 중에 있었던 거래의 종결을 맺으니 빚이 있는 사람은 해를 넘기지 않고 이날에 모두 청산한다. 그래서 남에게서 받을 빚이 있거나 물건값의 외상이 있는 사람은 이날에는 찾아다니며 받는다. 만일에 자정이 넘도록 받지 못한 빚은 하는 수 없이 1월 15일까지는 독촉도 못하고, 따라서 받을 수 없게 된다.

 

          # 구세배(舊歲拜)

 섣달 그믐날 저녁에 사당에 절을 하고 설날 세배하듯이 어른에게 절을 하는 바, 이를 '구세배(舊歲拜)'라고 한다. 1년의 마지막 순간에 금년도 다 지나간다는 인사를 드리는 것이며, 또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성묘를 하기도 한다. 이른바 까치설날, 작은설이다.

 그믐날 밤에는 밤 늦도록 초롱불을 밝히고 묵은 세배군들이 골목길을 오가며 일가친척을 찾아가는데 묵은 세배는 가까운 사이에만 한다.

 

          # 대청소

 섣달 그믐날에는 집 안팎을 깨끗이 대청소를 한다. 실내 청소는 부녀자가 하지마는 집 주변을 쓸고 치우는 것은 남자의 할 일이다. 높은 곳을 깎고 얕은 곳을 메우고 외양간도 치우며 거름도 퍼내어 설맞이할 준비로 대청소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묵은 해의 잡귀와 액은 모두 물러가고 신성한 가운데 새해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옛날 궁중에서는 나례(儺禮)라 해서 진자 수십 명이 의식을 갖추어 축귀(逐鬼)를 했으니, 각 가정에서는 대청소로 축귀를 시도한 것이다.

 

          # 수세(守歲)

 섣달 그믐날 밤은 방, 뜰, 부엌, 곳간, 변소 할것없이 집안 구석구석에 불을 밝혀놓고 잠을 자지 않고 날을 새우니 이를 '수세(守歲)'라고 한다. 불을 밝히는 것은 잡귀의 출입을 막는데 있으며, 부뚜막 솥 뒤에도 불을 밝히니 조왕신을 위하는 것이다. 속설에 의하면, 부뚜막 신인 조왕신은 12월 25일에 말미를 받아 천제(天帝)에게 가서 자기네 집에서 1년 동안에 있었던 일을 모조리 보고하고 그믐날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한다.

 또한 섣달그믐날 밤에는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자지 않으려고 밤 늦도록 윷놀이를 하거나 옛날이야기를 하거나 이야기책을 읽거나 흥미있는 놀이를 해서라도 잠을 자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가 잠을 자는 아이가 있으면 눈썹에 밀가루나 백분을 몰래 묻혀주고 설날 아침에 눈썹이 세었다고 놀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