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설/설빔/정조차례/세배/덕담/성묘/세찬/세주/복조리/입춘

如岡園 2008. 2. 5. 00:32

          # 설 - 元旦

 원단(元旦)은 한 해의 첫날이니 세수(歲首) 또는 연수(年首)라 부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설' 또는 '설날'이라고 부른다. 연수나 세수란 말은 한 해의 머리날, 즉 첫째 날이란 뜻이고, '설'은 한자말로 '신일(愼日)'이라 하는데, 근신(謹愼)하여 경거망동을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제석(除夕)을 마지막으로, 묵은 해는 지나가고 '설날'을 시점으로 새해가 시작된다. 일년의 운수는 그 첫날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던 옛사람들은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몸가짐으로 벽사초복(벽邪招福)을 기대하였으니, 연초인 설날에 심신을 근신(謹愼)했다.  

 또한, 農을 天下之大本으로 여겨온 한민족은 元日相慶 是日拜日月神하였으니, 일년 동안의 우순풍조(雨順風調)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일월신(日月神)을 제사(祭祀)한 것이다.

  한편, 앞으로 한 해 동안 무병 건강하고 집안의 액운을 쫓기 위한 여러 행태(行態)의 주술적 의식이 설날을 기점으로 정초에 많이 행해졌다.

 

          # 설빔

 설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나면, 미리 마련해 놓은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이를 '설빔'이라고 한다. 설빔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없이 살림 정도에 따라서 마련하거니와, 어린 아이는 설빔에 대한 기대가 크고 서로 자랑을 하게 마련이다.

 

          # 정조차례(正朝茶禮) 

 설날 아침 일찍 세찬(歲饌)과 세주(歲酒)를 사당(祠堂)에 진설하고 제사를 지내니 정조차례(正朝茶禮)라고 한다. 사당은 장자가 모시는 바,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까지의 4대조의 신주(神主)를 모셔두고, 정조차례 때에는 차례대로 제사한다. 4대조 이상의 신주는 각기 분묘 옆에 묻어 집에서는 지내지 않고 10월에 있는 시제(時祭) 때에 제사를 지낸다.

 차례 때에는 원근에 있는 자손들이 모두 장손 집에 모여 함께 지내는 바, 단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옛날부터 오랜 관습에 의하여 원단과 추석날은 고향에 돌아가서 가족끼리 지내며 가족끼리 모여서 하는 행사는 차례(茶禮)가 중심이 된다.

 

          # 세배(歲拜) 

 차례(茶禮)가 끝나면 어른에게 새해 첫 인사를 드리는 바, 이를 세배(歲拜)라 한다. 집안에서 세배가 끝나면 차례를 지낸 세찬과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일가친척과 이웃 어른을 찾아가서 세배를 드린다. 그 집에 사당이 있으면 먼저 사당에 절을 한 다음에 세배를 드리는 바, 세배를 받는 측에서는 어른에게는 주식(酒食), 아이에게는 과자와 돈을 마련했다가 주고 정담을 나눈다. 일가 어른이 먼 곳에 살 때에는 수십 리 길을 찾아가서라도 세배를 드리는 것이 예의로 되어 있으며, 세배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은 교양없는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다.

 

          # 덕담(德談)

 세배를 할 때나 새해에 어른 또는 친구를 길에서 만났을 때 말로써 새해 인사를 교환하니 이를 덕담(德談)이라 한다. 이 때에, '과세 안녕히 하셨습니까' 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고 하며, 아이들에게는, '새해에는 아들을 낳으라' 또는 '새해는 소원성취하게' 하는 등으로, 처지와 환경에 알맞는 말을 한다. 덕담은 새해를 맞이하여 서로 복을 빌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축의(祝意)를 표시하는 것이다.

 

          # 성묘(省墓) 

 설날 조상의 무덤을 찾아가 성묘를 한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는 인사를 조상의 묘에 고하는 것이다. 생존한 어른에게는 세배를 하지마는 이미 사별한 조상에게도 생존인처럼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수많은 자손들이 나이많은 어른을 앞세우고 조상의 효열담(孝烈談)을 들어가면서 열을 지어 눈길 속에 성묘가는 모습은 아름다운 정경이다.

 

          # 세찬(歲饌)  세주(歲酒)

 설날 차례를 위해서 여러 가지 음식물을 만드니 이를 세찬이라 한다. 세찬과 더불어 제주(祭酒)로 사용한 청주나 탁주 등을 마시기도 하는데 이를 세주라 한다. 세찬은 살림의 빈부와 차례를 지내는 집과 안 지내는 집에 따라 다르다. 즉 부유한 집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지마는 가난한 집에서는 많이 장만하지 못한다. 또 차례를 지내는 집에서는 세찬을 넉넉히 만들지마는 차례를 안 지내는 집에서는 많은 세찬을 만들지 않는다.

 원단의 세찬 중에서 어느 집에서나 만드는 것은 흰떡이다. 흰떡은 맵쌀을 가루내어 쪄서 떡판에 놓고 메로 찧은 다음에 손으로 길고 둥글게 만들거니와, 칼로 썰어 국을 끓여 먹으니 흰떡국이다.

 흰떡국은 차례상에도 오르거니와, 설날 아침에는 꼭 먹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흰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고 한다.

 흰떡국은 쇠고기 또는 닭고기 국물에 넣어서 끓이지만 원래는 꿩고기 국에 끓였다. 그러나 꿩을 잡기가 용이한 일이 아니고 또 닭은 일반적으로 사육하기 때문에 꿩 대신에 닭을 쓰고, 닭도 없을 때에는 쇠고기를 사용하게 된다. 속담에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왔다. 흰떡을 썰어 물에 담가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흰떡국을 대접하는 것이 예의로 되어 있다.

 

          # 복조리

 섣달 그믐날 자정이 지나며는 어둠 속에서 복조리를 사라는 소리가 들린다. 자정이 지나면 벌써 다음 날이기 때문에 조리장사들은 조리를 한 짐 메고 골목을 다니면서 복조리 사라고 외치며 다닌다. 그러면 각 가정에서는 자다 말고 일어나서 1년 동안 소용되는 수량의 복조리를 산다. 밤이라 미처 사지 못한 사람은 이른 아침에 산다. 일찍 살수록 좋다고 믿고 있어서 서로 남보다 먼저 사려고 하며, 설날 이른 새벽에 조리를 사두면 1년 동안 복이 많다는 데서 설날 조리를 복조리라고 부른다.

 

          # 입춘일(立春日)

 입춘일은 천세력에 정해 있는 바 연초인 경우가 많다(2008년은 2월4일). 음력으로는 정월의 절기로 이날부터 봄이 시작된다. 입춘 전날이 절분(節分)인데, 이는 겨울철의 마지막 날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날 밤을 '해넘이'라 하여,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서 악귀를 쫓는 풍습이 있다.

 입춘일 민속으로 대표적인 것은 입춘축(立春祝)이다. 각 가정에서는 대문 기둥 대들보 천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붙이는 바, 이를 입춘축이라 한다. 글씨를 쓸 줄 아는 사람은 손수 입춘축을 쓰거니와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남에게 부탁해서 붙이기도 하는데, 상중(喪中)에 있는 집에서는 하지 않는다. 입춘축은 대개 정해져 있으니 가장 널리 쓰여지는 입춘축은 다음과 같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國泰民安  家給人足, 掃地黃金出  子孫萬世榮,  千增歲月人增壽  春滿乾坤福滿家,   門迎春夏秋冬福  戶納東西南北財 등이다.

 대궐에서는 내전의 기둥과 난간에다가 설날에 문신(文臣)들이 지은 연상시(年上詩) 중에서 좋은 것을 뽑아 써 붙이는 바, 이를 춘첩자(春帖子)라고 불렀다.

 이 날에 보리의 뿌리를 뽑아 가닥의 수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즉 한 가닥이 내려 있으면 흉년, 두 가닥이 내려 있으면 평년, 세 가닥이 내려 있으면 풍년이 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