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재(三災)
사람은 행운과 불운을 겪는데, 불운이 든 해를 액년(厄年) 또는 삼재년(三災年)이라 한다. 따라서 삼재의 해에 해당하는 사람은 액(厄)을 쫓고 삼재를 면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행이 닥쳐온다고 전한다. 삼재란 해마다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 아니라, 삼재에 해당하는 사람과 해당치 않는 사람이 있으니 다음과 같다.
즉, 12支로 따져 사(巳) 유(酉) 축(丑)년에 낳은 사람은 해(亥) 자(子) 축(丑)년에 삼재가 들고, 신(申) 자(子) 진(辰)년에 낳은 사람은 인(寅) 묘(卯) 진(辰)년에 삼재가 들고, 해(亥) 묘(卯) 미(未)년에 낳은 사람은 사(巳) 오(午) 미(未)년에 삼재가 들고, 인(寅) 오(午) 술(戌)년에 낳은 사람은 신(申) 유(酉) 술(戌)년에 삼재가 든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9년마다 삼재를 당하게 된다. 삼재를 면하는 방법으로서는 설날 응삼우(鷹三羽. 세마리의 매를 그린 부적)를 그려서 문도리에 붙인다.
# 점복(占卜)
연초에는 1년의 신수가 어떠할는지 궁금한 마음에서 점을 치는 습관이 있다. 一年之計는 在元旦, 즉 1년 동안 할 계획을 연초에 세운다는 말이 있거니와, 1년 동안 닥쳐올 운명이 어떠할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다. 미리 알면 그에 대처할 수도 있고, 여의(如意)할 때는 안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초에 가장 일반화된 점복은 토정비결이었다. 가정에서나 거리의 어디를 가거나 토정비결을 보는 광경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토정비결을 꼭 믿어서가 아니라 거의 습관화되어 연초면 대개 한번은 토정비결을 보게 마련이다.
# 안택(安宅)
정초에 각 가정에서는 안택을 한다. 안택이란 집에 탈이 없게 하기 위하여 제사하는 개인제(個人祭)의 일종이다. 안택은 무당이 맡아서 하는 바, 터주를 비롯하여 조상신 조왕신 동신(洞神) 등을 제사한다. 안택은 추수 후와 정초에 하는 바, 재앙 질병 화액을 쫓고 가내의 평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며, 차렸던 제물은 이웃이 나누어 먹는다. 새해를 맞아 벽사초복(벽邪招福)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부정(不淨)을 피하고 정성껏 거행하며, 무당이 없을 때에는 주부에 의해서 식구끼리 지내는 약식도 있다. 안택을 고사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 바, 농가에서 뿐 아니라 상업을 하는 사람들도 사업의 번창을 위해서 연초와 가을에 지내고 있으니, 연초에는 소원제, 가을에는 감사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 십이지일(十二支日)
설날에서부터 열이틀까지의 12일 동안의 일진(日辰)에 의해서, 털날인 유모일(有毛日)과 털 없는 날인 무모일(無毛日)로 나눈다. 즉, 12지에 따라서 일진을 정하니 자(子)일은 쥐, 축(丑)일은 소, 인(寅)일은 호랑이, 묘(卯)일은 토끼, 진(辰)일은 용, 사(巳)일은 뱀, 오(午)일은 말, 미(未)일은 염소, 신(申)일은 원숭이, 유(酉)일은 닭, 술(戌)일은 개, 해(亥)일은 돼지라 부른다. 이 12동물 중에서 털있는 동물인 쥐 소 호랑이 말 염소 원숭이 닭 개 돼지날인, 자 축 인 묘 오 미 신 유 술 해일은 유모일이며, 털이 없는 동물인 용과 뱀날인 진 사일은 무모일이 된다.
설날이 유모일일 때에는 오곡이 잘 익어 풍년이 든다고 하며 무모일일 때에는 흉년이 든다고 전한다. 이번 설날은 정축(丁丑)일 곧 소의날이니 유모일이라, 풍년이 들 것이다.
# 상자일(上子日)
정월에 들어 첫째 자(子)일을 상자일이라 하는 바(2008년은 2월 18일),쥐를 없애기 위하여 이 날 농부들은 들에 나가 논과 밭의 두렁을 태우니 쥐불놀이(鼠火戱)라고 부른다. 쥐가 많으면 수확한 곡식을 먹어 서해(鼠害)를 받게 마련이니 농가에서는 쥐를 없애려고 든다. 그래서 쥐날 논밭 두렁의 풀을 태우면 쥐가 없어지고 다음 해 농사가 잘된다고 믿어 쥐불놀이를 한다. 쥐불놀이가 근래에는 보름날 밤의 횃불놀이(炬火戱)를 겸해서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밤 자시(子時)에 방아를 찧으면 쥐가 없어진다고 해서 부녀들은 밤중에 방아를 찧는다. 찧을 곡식이 없으면 빈 방아라도 찧어서 요란한 소리를 낸다.
#상축일(上丑日)
정월 들어 첫 축(丑)일을 상축일이라 하는 바(2008년은 2월 7일), 소달기날이라고도 한다. 이 날은 우마(牛馬)에 작업을 시키지 않고 쉬게 하며 나물과 콩을 삶아 먹여 위로하고 살찌게 하기도 한다.
# 상인일(上寅日)
정월 들어 첫 인(寅)일을 상인일이라고 하는 바(2008년은 2월 8일),호랑이날 또는 범날이라고도 한다. 이 날은 남과의 왕래를 삼가며, 특히 여자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 호환(虎患)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근신하는 것이다. 만일 이 날 남의 집에 가서 대소변을 보게 되면 그 집의 식구 중에서 호환을 만나게 된다고 전한다.
# 상묘일(上卯日)
토끼날(2008년은 2월 9일)에는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대문을 열어야 한다. 가장이 열면 더욱 좋겠으나 가장이 없을 때에는 식구 중에서 누구든지 남자가 먼저 대문을 열기로 되어 있다. 그렇게 하면 1년 동안 가운이 융성하다고 한다. 그러나 만일에 여자가 먼저 대문을 열고 밖에 나가면 가운이 불길하다고 한다.이것을 잘 지키는 집안에서는 남자가 대문을 열고 밖에 나간 다음에야 여자가 방문을 열고 나와서 밥을 짓는 일도 있다.
토끼날은 장수(長壽)를 비는 날이기도 하다. 이 날 남녀 할것없이 명사(命絲)라 해서 명주실을 청색으로 물들여서 팔에 감거나 옷고름에 매달거나, 또는 문돌쩌귀에 걸어두는 바, 그렇게 하면 명이 길다고 전한다. 또 상묘일에 실을 잣거나 옷을 지으면 장수한다고 해서 부녀자들은 실을 잣고 옷을 기우며 베틀이 있으면 베를 짠다. 그래야만 장수한다고 한다.
# 상진일 (上辰日)
정월 첫 진(辰)일을 상진일이라고 하는 바(2008년은 2월 10일), 용날이라고도 한다. 용날 이른 새벽에 주부들은 물동이를 이고 샘으로 물을 길러 간다. 속설에, 하늘에 사는 용이 이 날 새벽에 지상에 내려와 우물 속에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래서 주부들은 남보다 일찍 일어나 우물 속에 있는 용알을 떠가려고 애쓴다. 용알이 든 우물물을 길어다 밥을 지으면 당년운(當年運)이 좋아서 풍년이 든다고 한다. 용알을 먼저 떠간 사람은 그 표시로서 지푸라기를 잘라 우물물에 띄워둔다. 그러면 뒤에 온 주부는 용알이 남아 있을 딴 우물을 다시 찾아가기도 한다. 또 이 날에 머리를 감으면 모발이 용과 같이 길어진다고 해서 부녀들은 머리를 감는 일이 많다.
# 상사일(上巳日)
정월 들어 첫 사(巳)일을 상사일이라고 하는 바(2008년은 2월 11일), 뱀날이라고도 한다. 뱀날에는 남녀 할것없이 머리를 빗거나 깎지 않는다. 만일에 머리를 빗거나 깎거나 하면 그 해에 배암이 집안에 들어와 화를 입게 된다고 한다. 배암은 생김새도 징그럽거니와 집념이 강한 것이어서 누구나 혐기(嫌忌)한다. 죽은 배암이 보복하는 민담이 많은 것으로 보아 매우 싫어함을 알 수 있다.
# 상유일(上酉日)
정월 들어 첫 유(酉)일을 말하는 바(2008일은 2월 15일), 닭날이라고도 한다. 상유일에는 부녀자의 침선(針線)을 금한다. 만일 이 날에 바느질을 하거나 길쌈을 하면 손이 계족(鷄足)처럼 되어 보잘것 없고 흉한 것이 된다고 전한다. 그래서 부녀자는 될 수 있는대로 이 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쉰다.
# 상해일(上亥日)
정월 들어 첫 해(亥)일을 상해일이라고 하는 바(2008년은 2월17일), 돼지날이다. 이 날에는 얼굴이 검거나 피부빛깔이 검은 사람은 왕겨나 콩깍지로 문지르면 살결이 희고 고와진다고 전한다. 돼지는 살결이 검고 거친 데서 그 반대의 뜻으로 이러한 속신이 생긴 것이다.
# 가수(嫁樹)
설날이나 또는 보름에 과수(果樹)가 있는 집에서는 그 나무 두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둔다. 이렇게 하면 그 해는 과일풍년이 든다고 하는 바, 이것을 가수(嫁樹), 즉 '나무 시집보내기'라고 한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대추나무 감나무 밤나무 배나무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둔다. 사람도 혼인을 해야 자식을 낳는 것처럼 나무도 시집을 보내야 많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 제웅
음력 14일 밤에 직성(直星)이 든 사람은 제웅을 거리나 개천에 버린다. 직성이란 액년이 든 것을 말하는 바, 남자에 있어서는 11, 20,, 29, 38, 47, 56세이고 여자에 있어서는 10, 19, 28, 37, 46, 55세에 해당한다. 직성이 든 해는 액운이 있어 만사가 여의치 않을 뿐 아니라 병이 들거나 큰 화를 입거나 불운한 일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성에 든 사람은 무슨 술법을 써서든지 면해야 심신이 평안하니 그 방법의 하나로 제웅이 있다.
제웅은 짚으로 마치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그 배나 허리부분의 속을 헤치고 돈과 쌀을 넣고, 액년이 든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적어넣어서 짚으로 동여매고 정월 14일 밤에 길가에 버린다. 그러면 지나다가 이 제웅을 줍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액을 가져가게 된다고 한다.
문헌에 의하면, 옛날에는 14일 밤에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제웅을 달라고 청하면 제웅을 만든 집에서는 선뜻 내주고 아이들은 다투어 제웅 속에 들어 있는 돈과 쌀을 내어갔다고 한다.
# 야광귀(夜光鬼)
설날 밤에 하늘에 있는 야광귀란 귀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인가에 들어가 사람들의 신을 신어 보아서 발에 맞는 것이 있으면 신고 간다고 한다. 이 때에 신을 야광귀에게 도둑맞은 사람은 그 해 1년 동안 운수가 나쁘다고 전한다. 그래서 설날 밤이면 어른 아이 할것없이 모두 신을 벗어 방에 들여 놓거나 다락에 넣어두고 잔다. 그러면 야광귀가 신을 찾지 못한다고 한다.
# 낟가릿대
농가에서 정십사(正十四)일 무렵에 송목을 베어다 마당 한복판에 세우고, 그 위에 짚을 묶어 쌓아서 기를 만들고, 그 위에 벼 조 피 기장 등의 이삭을 꽂아두며, 긴 장간(長竿) 위에 목화를 늘어놓으니 '낫가릿대(禾竿)' 또는 '볏가릿대'라고 부른다. 이렇게 쌓은 낟가릿대는 음력 2월1일 아침 일찍 철거하는 바, 곡식이 이렇게 많도록 풍년들라는 기원이다. 낟가릿대를 헐기에 앞서 섬이나 가마니같은 것을 가져다 곡물을 넣는 흉내를 내면서 고성으로 소리치되, "벼가 몇 만 석이요", "조가 몇 천 석이요", "콩이 몇 백 석이요", "팥이 몇 백 석이요" 하고 마치 많은 수확을 거두는 것처럼 멋대로 외친다. 그러면 그 해에 풍년이 들어 많은 수확이 있게 된다고 한다.
# 복토 훔치기
정월 十四일 저녁, 가난한 사람이 부잣집에 남몰래 들어가 마당이나 뜰을 파서 흙을 훔쳐다가 자기네 부뚜막에 바르면 부잣집 복이 모두 따라와서 그 부잣집처럼 잘 살게 된다고 한다. 이것을 '복토(福土)훔치기'라고 하는 바, 이날 밤에 부잣집에서는 복토를 도둑맞지 않으려고 불을 밝혀두고 지키게 한다. 흙에는 터주신이 있는 것이며 그 덕으로 하여금 많은 재록을 누리고 있으니, 흙을 옮겨옴으로써 재복도 따라 옮겨올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 나무조롱
나무로 만든 조롱이나 또는 박으로 만든 조롱 세 개에, 청 홍 황색으로 각각 칠을 하여 어린 아이들이 차고 다니는데, 재화와 질병을 쫓는 예방이 된다고 한다. 겨울 동안 차고 다니던 이 조롱을 음력 정월 14일 밤에 떼어 돈 한 푼을 매단 다음, 남몰래 길바닥에 버리면 그 해 일년 동안의 액을 막는다고 한다.
조롱의 패용(佩用)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민속적으로 방퇴귀(防退鬼)의 주술적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청 홍색은 양색(陽色)이란 데서 채택된 것이며, 황색도 중앙인 까닭에 음귀(陰鬼)를 퇴방하는 데 필요했던 것이다.
# 농점(農占)
음력 정월 14일에, 일년 농사를 점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농사일은 봄에서 가을까지 사이가 주가 되니, 그 사이에 비가 고루 내려서 농작물을 키워주어야 한다. 따라서 농작물의 성장에 알맞는 우량이 있어야 하며 우량(雨量)이 과해도 수해를 입으니 해롭다. 한발(旱魃)도 수해도 없는 일기를 이상으로 한다.
일년 12개월의 일기를 예지하는 농점법(農占法)으로 콩을 불리는 방법이 있다. 사발이나 종지 같은 그릇 12개(윤년에는 13개)에 물을 부어 월별로 늘어놓고 콩을 하나씩 담가 10일 아침에 그 부푼 상태를 보아 비가 많고 적고를 점친다. 즉 다섯째 번 그릇의 콩이 크게 불었으면 5월에는 비가 많이 내려서 농사일이 만족스럽게 진행될 것이 예상되나, 6월 치가 붇지 않았으면 6월에는 한재(旱災)가 있어 농사일에 지장이 있을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농점은 가장 소박하고 원시적인 것이며, 농가에서 흔히 하는 농점이다. 이것을 달붙이(月滋)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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