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강지처(糟糠之妻)
조(糟)는 재강이요, 강(糠)은 겨이니 가난하여 조잡한 음식을 먹으며 살던 아내를 '조강지처(糟糠之妻)'라 한다.
후한의 세조가 된 광무제는 홀로 된 누나 호양공주(湖陽公主)가 진작부터 대사공(大司公) 자리에 있는 송홍(宋洪)에게 뜻이 있음을 알고 있었으나 송홍에게 직접 의향을 떠볼 수는 없었다. 그래 미리 호양공주를 옆방에다 불러다 놓고 송홍을 청해다가 넌지시 말을 건네었다.
"부유해지면 친구를 바꾸고 존귀해지면 아내를 바꾼다는 말이 있는데 경은 어떻게 생각하오?"
그러자 송홍은 분명히 말하였다.
"아니올시다. 폐하! 빈천(貧賤)할 적 친구는 잊지 않으며, 조강지처(糟糠之妻)는 당하(堂下)로 내려놓지 않는다(貧賤之交不可忘 糟糠之妻不堂下)는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리하여 남의 남편을 가로채려던 공주도 단념을 안할 수 없었다고 한다.
# 관포지교(管鮑之交)
형세의 빈부에도 불구하고 변함이 없는 교우관계를 흔히 '관포지교'라 하는데 이에는 이런 고사가 있다.
관중(管中)은 춘추시대 초기의 제나라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포숙아(鮑叔牙)와 둘도 없는 친구였는데 포숙아는 관중의 비범한 재주에 심취되어 언제나 좋은 이해자요 또한 동정자였다.
훗날 관중은 제나라의 공자 규(糾)를 섬기고 포숙아는 규의 아우인 소백(小白) 공자를 섬겼다. 그런데 두 공자의 아비인 양공(襄公)이 사촌네 공손 무지(無知)의 반란으로 목숨을 여의자 관중은 규를 모시고 노(魯)나라로 망명했으며 포숙아는 소백을 모시고 거나라로 망명하였다.
이윽고 공손 무지가 죽음을 당하니 규와 소백 두 공자가 제왕의 자리를 다투게 됨에 따라 관중과 포숙아는 서로 적수가 된 형국이었다. 관중은 규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소백의 목숨을 노렸으나 실패, 소백이 마침내 왕위에 오르니 그가 이름 높은 제나라의 환공(桓公)이다.
규는 환공의 지시로 망명처인 노나라에서 죽고, 그를 추종하던 관중은 제나라로 붙들려 오게 되었다. 환공으로서 보면 관중은 지난 날 자기의 목숨을 노린 자이니 목을 칠 생각이었으나 관중의 옛날 친구인 포숙아가 환공에게 아뢰었다.
"나랏님께서 제나라 하나만을 다스리시려면 모르되, 천하를 잡으시려거든 모름지기 관중의 정치적인 재능을 활용토록 하소서."
환공은 도량이 넓은 사람이었던 만큼 신뢰하는 포숙아의 충고를 받아들여 관중에게 대부(大夫)라는 벼슬 자리까지 주었다. 관중은 국민경제의 안전에 입각한 덕본주의(德本主義)로써 어진 정치를 펴 환공으로 하여금 춘추시대의 다섯 패자(覇者) 중의 1인이 되게 하였다.
훗날 관중은 포숙아를 두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젊은 시절에 가난하여 포군과 함께 장사를 했는데 그 이득은 언제나 내가 더 많이 차지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욕심쟁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었다. 또한 내가 그를 위해서 한 노릇이 실패하여 그가 도리어 궁지에 빠진 적도 있었으나 그는 나를 어리석은자라고는 하지 않았다. 일에는 실패가 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었다. 나는 또 몇 번이나 벼슬을 살다가도 파면되었으나 그는 나를 무능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아직 내 운수가 트이지 않았음을 아는 까닭이었다. 싸움터에서도 몇번이나 패배하여 도주했건만 그는 나를 비겁하다고는 하지 않았다. 나에게 연로하신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었다. 또한 내가 사로잡혀 왔을 때도 그는 나를 몰염치하다고는 보지 않았다. 내가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고 천하에 공명을 떨치지 못하는 것만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줄을 아는 까닭이었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로되 나를 알아준 이는 포군이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 해로동혈(偕老同穴)
부부의 금슬이 좋아서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고자 함을 해로동혈(偕老同穴)이라 한다.
시경(詩經)에서 나온 말인 바 세 편의 시에 해로(偕老)라는 말이 있으며 또 한편에 동혈(同穴)이라는 말이 보여 합쳐서 해로동혈(偕老同穴)이란 말이 생겼거니와 그 네 편의 시는 한결같이 해로 동혈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한탄하고 있어 숙명적으로 서글픈 말인지도 모른다.
가령 '격고(擊鼓)'라는 시는 싸움터에 나간 병사가 고향에 돌아갈 날도 모르며 사랑하는 말도 죽어 싸움터를 헤매며 고향의 아내를 생각하는 노래다.
...죽음도 삶도 같이 하자고 그대와 함께 맹세 했었다.
그대의 손을 잡고 함께 늙어 가자고 맹세 했었지...
그 맹세도 허사가 되었다고 병사는 처량하게 노래를 끝맺고 있다.
또한 '대차(大車)'라는 시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춘추시대에 초나라가 식(息 .河南省)나라를 쳤을 때 식나라의 군주는 포로가 되고 부인은 초왕이 아내로 삼고자 궁궐로 데려갔다. 부인은 용케 사로잡혀 있는 남편을 만나,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잠시도 당신을 잊을 수 없으며 결코 이 몸을 다른 이에게 바칠 순 없어요. 살아서 당신을 그리워하며 넋이 땅 위를 떠나 사느니보다는 죽어서 땅에 묻히는 편이 얼마나 나을지 모르겠어요."
이리하여 남편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살해 버리자 남편도 뒤를 이어 자살하였다. 그 시를 이르기를,
...비록 살아서는 거처를 달리 할지라도 죽어서는 무덤을 같이 하리라.
나를 믿지 않는다면 해를 믿지 않느니나 같으오리다.
# 월하빙인(月下氷人)
월하빙인이란 말은 당나라 위고(韋固)의 '월하로(月下老)', 진(晉)나라 삭탐(索耽)의 '빙인(氷人)'이란 고사에서 유래하여 결혼 중매인을 일컫는 말이다.
당나라에 위고(韋固)라는 총각이 있었는데 송성(宋城)이라는 곳에 갔을 때, 달밤에 땅바닥에 앉아서 책을 뒤적거리는 노인이 있고 그의 곁에는 큰 자루가 놓여 있었다.
"무엇을 하시나요?"
"이 세상의 혼인에 관해서 살펴보는 중이라네."
"자루에는 무엇이 들었나요?"
"빨간 끄나풀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부부를 맺어주는 끄나풀이야. 일단 이것으로 이어지면 두 사람이 아무리 멀리 있다든지 또 어떠한 원수지간이라도 부부가 되게 마련이지."
"그렇다면 제 처가 될 사람은 지금 어디 있나요?"
"이 송성에 있다네. 저 북쪽에서 채소 장사를 하고 있는 진(陳)씨 성받이 노파가 있는데 그 노파가 안고 있는 것이 장차 자네 배필이거든."
위고는 정나미가 떨어져 냉큼 돌아서버렸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나 위고는 상주(相州)에서 관리가 되어 군 태수의 딸과 결혼하였다. 신부는 16,7세로서 아름다왔으니 노인의 예언이 어긋난 셈이었다.
어느날 밤 위고는 아내에게 신상 얘기를 물었다.
"나, 실은 태수님의 양녀라오 아버지는 송성에서 관리를 지내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유모가 채소장수를 하면서 나를 길렀어요. 송성 아셔요? 그 북쪽에 있는 가게있는데......"
또 이런 얘기가 있다.
진(晉)나라 때 삭탐(索耽)이라는 유명한 점쟁이가 있었는데 하루는 고책(孤策)이라는 이가 해몽하러 왔다. "나는 얼음판 위에 있었는데 얼음판 밑에 사람이 있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꿈이었답니다."
삭탐은 이렇게 해몽하였다.
"얼음판 위는 양(陽)이요 밑은 음(陰)인데 양과 음이 얘기를 했다니 당신이 혼인 중매를 해서 성사시킬 징조로구려. 성사가 될 시기는 얼음이 풀릴 무렵이 될 것이오."
이윽고 고책에게는 태수에게서 부탁이 왔다. 자기의 아들과 장(張)씨네 딸과의 중매를 서 달라는 청이었는데 과연 봄철에 혼인이 이루어졌다.
앞 얘기의 월하로(月下老)와 뒷 얘기의 빙상인(氷上人)이 한 낱말을 이루어 월하빙인(月下氷人)이 된 셈이다.
# 천의무봉(天衣無縫)
선녀의 옷에는 기운 자국이 없었다는 데서 시문(詩文)이나 서화(書畵)에 조작이 없고 자연스런 품위가 있음을 말한다.
곽한(郭翰)이라는 사내가 한여름에 하도 더워서 마당에 나가 바람을 쏘이면서 누워있노라니까 하늘에서 무엇인지 하늘하늘 날아 내려왔다. 가까이 가보니 예쁜 여인이기에 그는 황홀하게 바라보다 말고 물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시오?"
"하늘에서 내려온 직녀랍니다."
선녀의 옷은 너무도 가볍고 부드럽고 또한 너무도 아름다왔거니와 그 아무 데도 기운 자국이라곤 안보였다.
자른 자국도 기운 자국도 없는 옷이 하도 신기하기에 주저주저 물어보았다. 선녀는 마치 당연하다는 투로 말하였다.
"우리가 입는 천의(天衣)는 본래 바늘이나 실이 안든답니다(無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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