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苦를 딛고 한 시간 한 시간을 은총 속에 살면서 고통 속에 기쁨을 노래하는 이 해인 수녀의 글은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온다.
새해 인사 드립니다. 평소에도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아프고 나니 더 많은 사랑을 받아 황홀할 지경입니다. 호호호. 정00 선생님! 이 글을 <길> 동인 다른 분들께도 전달해 주시면 고맙지요. 황00 데레사 선생님의 수상도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아름다운 글 부탁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비오며 기도 안에 여러분을 기억합니다. 안녕히 !
최근에 쓴 몇 편의 시입니다.
<나의 별>
지상에서
고통의 소금 한 웅큼씩
삼킬 적마다
천상에는 나의 별이 환히 웃고 있다
때론 기쁨이 고통 되고
고통이 기쁨 되는
삶의 길에서
나는 밤마다
별이 되는 꿈을 꾼다
<나의 결심>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다음 것은 수필 동인지 <길> 9호에 상재한 이해인 수녀의 4편의 글 중 <조그만 참회록 - 용서하십시오- >이다.
조그만 참회록
- 용서 하십시오 -
똑 같은 시간이라도 12월이 되면 왜 이리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바빠지는지요! 시간도 뛰어가고 마음도 뛰어가는 듯 숨이 차옵니다. 지난 한 해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도 해야겠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며 조그만 선물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그만 참회록을 적어 친지들과 나누는 것 또한 아름답고 소박한 선물이라 여겨지기에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시도해 보니 당신도 그리 해 보시면 어떨는지요?
- 늘 새로운 선물로 다시 오는 시간 속에 살면서도 '시간없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너무 많이 하고 잠시 낼 수 있는 시간조차 내어 주질 않아 가족 친지 이웃을 서운하게 한 일이 많았음을 반성합니다. 어쩌면 저에겐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없을 때가 더 많았기에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십시오.
-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을 멀리하고 우울함과 가까이 지냈으며 자주 침울한 표정을 지음으로써 다른 사람들까지 힘들고 무겁게 만들었음을 반성합니다. 삶에 대해 희망찬 의욕 보다 의기소침한 태도로 웃음을 잃었던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십시오.
-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남을 곧잘 비난하였으며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을 사실인 양 단정적으로 남에게 전하기도 했던 비겁함과 경솔함을 반성합니다. 판단은 보류할수록 좋고 검증되지 않은 말을 전하는 것은 죄가 된다는 것을 잠시 잊고 살았던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십시오.
- 늘상 나만의 감정에 빠져 다른 이의 기쁨이나 슬픔에 함께하는 너그러움이 부족했음을 반성합니다.
다른 이의 슬픔에 동참 해 울어주고 다른 이의 기쁨에 함께 웃어주는 넓은 사랑보다는 자기 중심적인 방향으로 치우치는 나의 좁은 사랑이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십시오.
- 나를 힘들게 한 이들의 잘못을 용서한다고 말은 쉽게 하였지만 실제로는 온전히 용서하지 못하고 내내 마음 속에 떠올리며 미움과 노여움을 되새김하였음을 반성합니다. 용서를 통한 사랑의 승리자가 되지 못하고 사라지지 않는 미움을 한 켠에 품어 두곤 하는 나의 옹졸함이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십시오.
- 크게 작게, 알게 모르게 내가 받은 다양한 종류의 은혜에 대하여 좀 더 충분히 좀 더 구체적으로 감사하지 못하였음을 반성합니다. 감사를 표현하기 보다 오히려 자주 불평하며 복에 겨운 투정을 한 적이 많은 내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십시오.
- 잘 지키겠다고 한 친지들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다시 만나요!', '기도할게요!' 하는 약속조차 잘 챙기지 못하고는 늘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십시오.
- 나 자신의 죄와 잘못을 좀 더 예민하게 성찰하는 노력이 부족했으며 잘못 된 부분들에 대하여는 좀 더 깊이 뉘우치고 용서 청하지 않은 무례함을 반성합니다. 죄가 많으면서도 죄를 감추고 싶어하는 위선자인 내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이런 식으로 적어가려니 끝이 없네요. 살면 살수록 장점이 많은 나보다 단점이 많은 나 자신을 더 많이 보게 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하렵니다. 상상 속에 있는 완전한 나보다 결점 투성이의 지금의 내 모습을 더 사랑하며 현재 진행형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오늘의 내가 되고 싶습니다.
삶의 길에서 수고 많았던 나의 벗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 시를 드립니다.
산 너머 산
바다 건너 바다
마음 뒤의 마음
그리고 가장 완전한
꿈속의 어떤 사람
상상 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멀어서 아름답지
그러나 내가 오늘도 가까이 안아야 할 행복은
바로 앞의 산
바로 앞의 바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
놓지지 말자
보내지 말자
- 나의 시 '어떤 생각'에서
투병 중인 이해인 동인의 쾌차를 빌며, 용기를 가졌으면 하고......
여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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