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입춘에 대하여

如岡園 2009. 2. 4. 00:01

 24절기의 하나인 입춘(立春)은 양력 2월 4일 경이다(2009년은 2월 4일). 음력 정월의 절기로 동양에서는 이날부터 봄이라고 한다. 입춘 전날이 절분(節分)인데 이것은 철의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이날 밤을 해넘이라고 부르며 콩을 방이나 문에 뿌리어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는다고 한다. 옛 중국에서는 입춘 15일 간을 5일씩 3후(候)로 갈라서, (1)동풍이 불어서 언땅을 녹이고, (2)동면하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3)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잡절(雜節)은 입춘날을 기준으로 하여 결정된다. 밭에 씨앗을 뿌리기 시작하는 88야(八八夜), 태풍시기인 210일, 220일 등은 각각 입춘날로부터 88일, 210일, 230일째날이다. 입춘에는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가정에서는 대문 기둥 대들보 천정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붙이는데 이를 춘축(春祝)이라고 하였다.

 <東國歲時記>에 전하는 입춘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대궐 안에서는 춘첩자(春帖子)를 붙인다. 경사대부(卿士大夫)와 일반 민가 및 상점에서도 모두 춘련(春聯)을 붙이고 송축한다. 이것을 춘축이라고 한다.

 생각컨대 <荊楚歲時記>에 '입춘날에는 봄에 합당한 문자를 써서 문에다 붙인다'고 하였다. 지금의 춘련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관상감(觀象監)에서는 주사(朱砂)로 벽사문(벽邪文)을 써서 대궐 안으로 올린다. 그러면 대궐 안에서는 그것을 문설주에 붙인다. 그것은 이렇다.

 [甲作은 흉한 놈을 먹고, 필胃는 호랑이를 먹고, 雄白은 산과 못의 귀신을 먹고, 騰簡은 상서롭지 못한 것을 먹고, 남諸는 재앙을 먹고, 伯奇는 판수를 먹고, 强梁과 祖名은 함께 책殺 당한 귀신과 기생(奇生)하는 귀신을 먹고, 委隨는 관(關)이란 것을 먹고, 錯斷은 큰 것을 먹고, 窮奇와 騰根은 함께 벌레를 먹는다. 대저 이 12신(神)을 부려 흉악한 것을 쫓아내게 하고, 너의 몸뚱이를 어르고, 너의 사지를 떼고, 너의 살을 베고, 너의 폐장을 도려내게 하리라. 만일 네가 급히 가지 않아 늦으면 이들의 양식으로 만드리라. 빨리빨리 법대로 시행하렷다].

 이것은 곧 후한서(後漢書) 예의지(禮儀志)에서 지난 12월 1일 대대적인 나례(儺禮)를 하여 역질 귀신을 쫓을 때 진자(진子)가 화답하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것이 입춘날의 부적(符籍)이 되었다. 단오날에도 이것을 붙인다.

 건릉(健陵; 正祖) 때에는 은중경(恩重經)의 진언(眞言)을 인쇄하여 나누어 주고 문에 붙여 액을 막도록 했다. 그 진언은 이러하다.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아아나 사바하]

 또 단오날에 쓸 부적도 만든다. 문에 붙이는 첩자(帖子)에는 "神茶 鬱壘" 넉 자를 쓴다. 옛풍속에 설날 도부(桃符)에 신다(神茶)와 울루(鬱壘)의 형상을 그리어 문에다 걸어 흉악한 귀신을 쫓았다. 그 제도는 황제(黃帝)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 이용하는 춘첩(春帖)에는 또

          門神戶靈  呵금不祥

          國泰民安  家給人足

          雨順風調  時和年豊

등의 대귀어(對句語)로 쓰고 있다.

 여염집의 기둥이나 문설주에는 두루 대련(對聯)을 많이 쓴다.

          壽如山  富如海

          去千災  來百福

          立春大吉  建陽多慶

          堯之日月  舜之乾坤

          愛君希道泰  憂國願年豊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天下太平春  四方無一事

          國有風雲慶  家無桂玉愁

          災從春雪消  福逐夏雲興

          北堂萱草綠  南極壽星明

          天上三陽近  人間五福來

          鷄鳴新歲德  犬吠舊年災

          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

          鳳鳴南山月  麟遊北嶽風

          門迎春夏秋冬福  戶納東西南北財

          六鰲拜獻南山壽  九龍載輸四海珍

          天增歲月人增壽  春滿乾坤福滿家

 또 문이나 문설주에 붙이는 다음과 같은 단첩(單帖)이 있다.

          春到門前增富貴

          春光先到吉人家

          上有好鳥相和鳴

          一春和氣滿門楣

          一振高名滿帝都

 사대부 집에서는 흔히 새로 지어 붙이거나 혹은 고인(古人)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쓴다.

 경기도의 산골 지방 육읍(六邑; 경기도 중에 산이 많은 陽根 砥平 抱川 加平 朔寧 漣川을 말함)에서 총아(蔥芽.움파) 산개(山芥.멧갓) 승검초(辛甘草)를 올린다.

 멧갓은 이른봄 눈이 녹을 때 산 속에 자라는 개자(芥子)다. 더운 물에 데쳐 초장에 무쳐서 먹으면 맛이 매우 맵다. 그래서 고기를 먹은 뒷맛으로 좋다.

 승검초는 움에서 기르는 당귀(當歸)의 싹이다. 깨끗하기가 은비녀의 다리 같다. 꿀을 그 다리에 끼워 먹으면 매우 쫗다.

 생각컨대 <척유>에 "동진(東晉)의 이악이 입춘날에 무우와 미나리로 채반(菜盤)을 만들어 손님을 대접했다" 했다. 또 생각컨대 <척언>에 "안정군왕(安定郡王)이 입춘날 오신채(五辛菜)의 채반을 차렸다" 고 했다. 또 생각컨대 두시(杜詩)에 '입춘날 봄 채반에 가느다란 생채라' 라 하였고, 소동파의 시에 '파란 쑥과 노란 부추가 봄 채반에 올랐도다' 하였다. 이것들이 모두 옛부터 전해오는 풍속이다.

 함경도 풍속에 이날이 되면 나무로 만든 소를 관청으로부터 민가의 마을까지 끌고 나와 돌아다닌다. 이는 흙으로 소를 만들어 내보내는 제도(禮記에 있음)를 모방하여 농사를 권장하고 풍년을 기도하는 뜻을 나타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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