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농가월령가 十月令

如岡園 2008. 10. 29. 14:35

農家月令歌 十月令

 

시월은 맹동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을 필하여도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

무우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우 알암 말도 얼잖게 간수하소

방고래 구두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덧을 하고 외양간도 떼적치고

깍지동 묶어 세고 과동시 쌓아 두소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옷 지었느냐

술 빚고 떡하여라 강신날 가까왔다

꿀 꺾어 단자하고 메밀 앗아 국수하소

소 잡고 돝 잡으니 음식이 풍비하다

들마당에 차일치고 동네 모아 자리 포진

노소차례 틀릴세라 남녀분별 각각하소

삼현 한패 얻어 오니 화랑이 줄무지라

북 치고 피리 부니 여민락이 제법이라

이 풍헌 김 첨지는 잔말 끝에 취도하고

최 권농 강 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

잔진지 하올 적에 동장님 상좌하여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이 뉘 덕인고

천은도 그지없고 국은도 망극하다

다행히 풍년 만나 기한을 면하도다

향약은 못하여도 동헌이야 없을소냐

효제 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자식을 길러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천신만고 길러내어 남혼여가 필하오면

제각기 몸만 알아 부모 봉양 잊을소냐

기운이 쇠잔하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의복 음식 잠자리를 각별히 살펴 드려

행여나 병 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고까우신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적에

중중거려 대답 말고 화기로 풀어 내소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거동 보아

그대로 본을 뜨니 보는데 조심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간격없이 한통치고 네것 내것 계교 마소

남남끼리 모인 동서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귀순하리

행신에 먼저 할 일 공순이 제일이라

내 늙은이 공경할 제 남의 어른 다를소냐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상하분의 존비가 현격하다

내 도리 극진하면 죄책을 아니 보리

임금의 백성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일년의 환자 신역 그 무엇 많다 할고

한전에 필납함이 분의에 마땅하다

하물며 전답 구실 토지로 분등하니

소출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되나니

그러나 못 먹으면 재 줄여 탕감하니

이런 일 자세 알면 왕세를 거납하랴

한 동네 몇 홋수에 각성이 거생하여

신의를 아니하면 화목은 어이할꼬

혼인대사 부조하고 상장 우환 보살피며

수화 도적 구원하고 유무상대 서로 하여

남보다 요부한 이 용심 내어 시비말고

그 중에 환가고독 자별히 구휼하소

제각각 정한 분복 억지로 못하나니

자네를 헤어 보아 내 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하여 가면 잡생각 아니 나리

주색 잡기 하는 사람 초두부터 그러할까

우연히 그릇들어 한 번 하고 두 번 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자네들 조심하여 적은 허물 짓지 마소

 

# 농가월령가: 조선조 헌종 때 정학유가 쓴 월령체 장편가사. 작자가 고상안이라는 설도 있었으나 정학유로 고증되었다. 12달의 12단락 전후에 서사단락과 결사단락이 부가되어 14단락으로 되어 있다. 표현된 내용은 그 당시 농가에서 행해진 행사와 세시 풍속은 물론 미덕의 세목들을 가사체로 열거 하였는데, 한 폭의 농촌생활을 눈 앞에 보이는 듯하게 서경적인 흥취를 느끼게 한다. 위의 것은 농가월령가 14단락 중 10월령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