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지(冬至)
동짓날을 아세(亞歲, 다음 해가 되는 날이라는 뜻)라 한다. 팥죽을 쑤는데 찹쌀가루로 새알 모양의 떡을 만들어 그 죽 속에 넣어 새알심을 만들고 꿀을 타서 시절음식으로 삼아 제사에 쓴다. 그리고 팥죽 국물을 문짝에 뿌려 상서롭지 못한 것을 제거한다.
생각컨대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共工氏(중국 요순시대 형벌을 맡았던 관명에서 변한 성씨의 사람으로 신화적인 존재임)가 재주없는 아들을 하나 두었는데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역질 귀신이 되었다.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으므로 동짓날 팥죽을 쑤어 물리치는 것이다." 하였다.
劉子휘의 <至日詩>에 "豆미壓勝憐(두미는 콩죽 또는 팥죽이며 壓은 厭자로 통하고 승련은 귀신의 이름인 듯)"이라 했다. 이로 볼 때 형(荊, 楚) 지방의 풍속과 지금 풍속이 마찬가지이다.
관상감에서는 달력을 올린다. 그러면 황장력(黃粧曆)과 백장력(白粧曆)을 모든 관원에게 나누어 주는데 "同文之寶'란 어새(御璽)를 찍었다. 각 관청도 모두 나누어 받는 몫이 있다.
각 관청의 아전들도 각기 친한 사람을 두루 문안하는 것이 통례다. 이조(吏曹)의 아전들은 각 벼슬한 집에서 자기가 도맡아 告身(관리로 임명된이에게 수여하는 증서)을 써 준 사람이 직무에 취임하게 되면 그로부터 堂參錢(수령이 새로 나가거나 또는 다른 고을로 옮길 때에 단골 서리에게 주는 돈)을 받는다. 그러면 그 아전은 통례에 따라 이 때 청장력(靑粧曆) 한 권을 그 사람에게 기증한다.
그러므로 서울의 옛 풍속이, 단오날의 부채는 관원이 아전에게 나누어 주고 동짓날의 달력은 아전이 관원에게 바친다. 이것을 "夏扇冬曆"이라 한다. 그러면 그 관원은 그 달력을 자기 출신 고향의 친지, 묘지기, 농토 관리인에게 나누어 준다.
내의원에서는 관계(官桂), 후추, 설탕, 꿀을 쇠가죽에다 섞어 삶아 기름이 엉기도록 만든다. 이것을 전약(煎藥)이라 하는데 이것을 진상한다. 각 관청에서도 이를 만들어 나누어 가진다. <東國歲時記>
# 11월의 풍속과 시절음식
청어를 종묘에 천신한다. 경사대부의 집에서도 이를 행한다. 생각컨대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季冬의 달에 천자는 물고기를 맛보시고 먼저 종묘에 천신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제도도 그와 같다.
청어의 출산지로는 통영과 해주가 가장 성황을 이룬다. 겨울과 봄에 진상하는데 어선이 경강(京江, 뚝섬으로부터 楊花渡 곧 제2한강교 근처)에 와 닿으면 온 시내의 생선장수들이 거리를 누비면서 청어 사라고 소리친다. 갑생복(甲生鰒, 전복)과 대구어도 진상한다. 진상하고 나머지는 예에 따라 재상들에게 선물한다.
제주목에서는 귤, 유자, 귤감을 진상한다. 그러면 종묘에 진상하고 각 궁의 하인들과 가까이 모시는 신하들에게 나누어 준다. 옛날 탐라의 성주(星主, 우두머리에게 주던 칭호)가 이를 바칠 때 치하하기 위하여 과거를 설치했었다. 조선시대에도 이를 답습하여 태학과 四學의 유생들에게 시험을 보이고 귤을 나누어 주었다. 그 과거 이름을 감제(柑製)라 했다. 고시 방법은 절일제(節日製)와 같았다. 수석 합격자에게는 반드시 사제(賜第)를 내렸다.
충청도 홍주(현 홍성군) 합덕지(合德池)에 매년 겨울이 되면 용이 땅을 가는 이상한 변이 있었다. 남쪽으로부터 북쪽으로 세로로 언덕 가까이 쪽으로 갈아 나간 자취가 있으면 다음 해는 풍년이 들고,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복판을 횡단하여 갈아 나가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혹 동서남북 아무데로나 종횡으로 가지런하지 않으면 평년작이 된다고 한다. 농삿군들은 이것으로 다음 해의 일을 징험한다고도 한다.
메밀국수를 무우김치,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를 섞은 것을 냉면(冷麵)이라고 한다. 또 잡채와 배, 밤, 쇠고기, 돼지고기 썬 것과 기름, 간장을 메밀국수에다 섞은 것을 골동면(骨董麵, 비빔국수)이라 한다. 평안도 냉면이 최고다.
생각컨대 중극의 나부영이 늙어서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을 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뒤섞어 삶아 골동갱(骨董羹)이라 하였다. 골동은 뒤섞는 다는 뜻이다. 지금의 잡면(雜麵, 비빔냉면)이 이와 같다.
중국의 강남 사람들은 반유반(盤遊飯)이란 음식을 잘 만든다. 젓, 포, 회, 구운 고기 등을 밥 속에 집어 넣는 것으로 이것은 곧 밥의 골동이다. 그러므로 옛부터 이런 음식이 있었다.
무우 뿌리가 비교적 작은 것으로 김치를 담근 것을 동치미(冬沈)라 한다. 곶감을 달인 물에다 넣고 생강과 잣을 넣은 것을 수정과(水正果)라 한다. 모두 겨울철의 시절 음식이다. 새우로 젓을 담가 결이 삭은 뒤 무우, 배추, 마늘, 생강, 고추, 청각, 전복, 소라, 굴조개, 조기, 소금으로 막김치를 만들어 독에 넣어 오래 두었다가 겨울이 지나 꺼내어 먹으면 몹시 매운 것이 먹을 만하다. 또 무우, 배추, 미나리, 생강, 고추로 장김치를 담갔다가 먹기도 한다 (이것이 오늘날 김장의 유래이기도 하다).---<東國歲時記>
# 11월령 농가월령가
십일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하였는고/ 몇 섬은 환자하고 몇 섬은 왕세하고/ 얼마는 제반미요 얼마는 씨앗이며/ 도지도 되어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시곗돈 장릿벼를 낱낱이 수쇄하니/ 엄부렁 하던 것이 나머지 바이 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농량이나 여투리라/ 콩길음 우거지도 조반 석죽 다행하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이 생하도다/ 시식으로 팥죽쑤어 인리와 즐기리라/ 새 책력 분포하니 내년 절후 어찌할꼬/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리하다/ 공채 사채 궁당하니 관리 면임 아니온다/ 시비를 닫았으니 초옥이 한가하다/ 단귀에 조석하니 자연히 틈 없나니/ 등잔불 긴긴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고 잡고 짜네/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 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지꺼리니 실가의 재미로다/ 늙은이 일 없으니 기직이나 매어 보세/ 외양간 살펴 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깃 주어 받은 거름 자로 쳐야 모이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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