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의 歲時風俗(東國歲時記에서)
녹두포(청포묵)를 만들어 잘게 썰고 돼지고기, 미나리, 김을 섞고 초장을 쳐서 무쳐 매우 서늘한 봄날 저녁에 먹을 수 있게 만든 음식을 탕평채(蕩平菜)라 한다.
계란을 깨뜨려 끓는 물에 넣어 반쯤 익혀서 초장을 친 것을 수란(水卵)이라 한다.
황저합(黃苧蛤;노랗고 작은 조개)과 석수어(石首魚;조기)로써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소어(蘇魚;밴댕이)는 안산(安山) 내양(內洋)에서 나고, 제어(웅어), 속명으로 위어(葦魚)는 한강 하류 고양 행주에서 나온다. 봄이 다 갈 무렵 사옹원(司甕院; 임금의 반찬 및 대궐 안의 供饋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청)의 관리가 그물을 던져 잡아다가 진상한다. 생선장수들도 거리로 돌아다니며 이것을 파느라고 소리친다. 그것은 회(膾)의 재료로 이용된다.
복사꽃이 떨어지기 전에 하돈(河豚;복)에 파란 미나리와 기름과 간장을 섞어 국을 끓이면 그 맛은 참으로 진기하다.
노호(蘆湖;지금의 노량진 부근?)에서 나오는 복이 제일 먼저 시장에 들어온다. 그 복을 꺼리는 사람은 독미어(禿尾魚;숭어)로 대신 끓이는데 이 독미어 역시 시절 생선으로서 훌륭한 것이다.
서여(薯여;마)를 캐다가 쪄서 먹기도 하고 혹은 꿀을 발라 조각조각 썰어 먹기도 한다.
술집에서는 과하주(過夏酒)를 만들어 판다. 술의 이름으로 소국주(小麴酒), 두견주(杜鵑酒), 도화주(桃花酒), 송순주(松筍酒) 등이 있는데 모두 봄에 빚은 훌륭한 술들이다.
소주(燒酒)는 공덕(孔德;현 공덕동) 옹막(甕幕)에서 삼해주(三亥酒;정월 上亥日에 찹쌀가루로 죽을 쑤어 식힌 다음 누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서 독에 넣고 中亥日에 또 찹쌀가루와 맵쌀가루를 쪄서 식힌 다음에 독에 넣고, 下亥日에 또 흰 쌀을 쪄서 식힌 다음에 독에 넣어 익힌 술)를 빚어내는 술독에서 빚어진 천백(千百) 독의 술이 가장 이름이 있다.
평안도 지방의 감홍로(甘紅露)와 벽향주(碧香酒)가 있고, 황해도 지방에는 이강주(梨薑酒), 호남지방에는 죽력고(竹瀝膏), 계당주(桂當酒), 충청도 지방에는 노산춘(魯山春) 등이 가장 좋은 술이다. 또 이것들 중에는 선물로 오는 것도 있다.
떡집에서는 멥쌀로 희고 작은 떡을 만드는데 모양이 방울 같다. 그 속에 콩으로 소를 넣고 머리 쪽을 오무린다. 그 방울 같은 떡에 오색 물감을 들여 다섯 개를 죽 이은 것이 마치 연주(聯珠)와 같다. 혹 청백색으로 반원같이 만들기도 하는데 작은 것은 다섯 개를, 큰 것은 두세 개를 이어 붙인다. 이것들을 산병(산餠;꼽장떡)이라고 한다. 또 오색의 둥근 떡을 만드는데 송피(松皮)와 청호(靑蒿;제비쑥)를 섞어 둥근 떡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들을 환병(環餠)이라 한다. 이 중에서 큰 것을 마제병(馬蹄餠)이라 한다. 또 찹쌀에 대추의 살을 섞어 증병(甑餠;시루떡)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들이 모두 봄철의 시절음식이다.
생각컨대 <歲時雜記>에, '두 사일(社日)에 떡먹기를 좋아하는데 대추로 떡을 만든다'고 하였다. 지금의 풍속도 또한 그렇다.
남산 아래에서는 술을 잘 빚고 북부에서는 좋은 떡을 많이 만듦으로 서울 속담에 '남주북병(南酒北餠)'이란 말이 생겼다.
네 번의 말날(午日)을 이용하여 술을 거푸 담그면 봄이 지나자 곧 익고 일년이 넘어도 부패하지 않는다. 이런 술을 사마주(四馬酒)라 한다.
이동악(李東岳) 안눌(安訥)이 남궁적(南宮績)과 마신 <四馬酒詩>에 '그대의 집 이름난 술이 일년 넘어 저장되었으니 술 빚는 법은 응당히 옥계의 비전하는 법을 따랐으리라'는 대목이 있다.
인가에서는 뽕을 따다가 누에를 친다.
채소장수는 배추의 새 싹을 짊어지고 떼를 이루어 다니면서 소리쳐서 판다. 이를 청근상(靑根商;무우장수)이라 한다. 만청(蔓菁;순무)도 새로 나와 소리치며 파는데 시절 음식으로 좋다.
서울 풍속에, 산언덕 물굽이에 나가 노는 것을 화류(花柳;꽃놀이)라 한다. 이것은 곧 상사(上巳;삼짇날)의 답청(踏靑)하는 데서 끼쳐진 풍속이다. 필운대(弼雲臺;필운동 9번지, 곧 배화여자중고등학교 뒤에 있는 대)의 살구꽃, 북둔(北屯;현 성북구 성북2동 북쪽에 있는 마을, 어영청의 성북둔이 있던 자리)의 복사꽃, 흥인문 밖의 버들이 가장 좋은 곳이고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경외(京外)의 무사들과 동리 사람들이 모여 관역을 펼쳐 걸고 편을 나누어 활쏘기 대회를 열어 승부를 겨룬다. 그런 후에 음료수로써 즐긴다. 가을철에도 또한 그러했다.
아가씨들이 푸른 풀을 한 줌 따다가 머리채를 만들고 나무를 깎아 그것을 붙인 다음 붉은 치마를 입힌 것을 각씨(閣氏)라 한다. 이부자리와 머릿병풍을 쳐놓고 그것을 희롱하는 것을 각씨놀음이라 한다.
아이들이 버들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분다. 그것을 유생(柳笙;호드기)이라 한다.
강릉 풍속에, 노인을 공경하여 매년 좋은 계절을 당하면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청해서 명승지로 모셔다가 위로한다. 이를 청춘경로회(靑春敬老會)라 한다. 비록 종에 속하는 천한 사람이라도 칠십이 된 사람은 모두 모임에 나오도록 한다.(동국여지승람 권44 강릉대도호부 풍속'청춘경로회' 條)
경주 풍속에, 봄부터 네 계절마다 놀이하는 곳을 네 계절의 유택(遊宅;놀이집)이라 하는데, 봄에는 동야택(東野宅), 여름에는 곡량택(谷良宅), 가을에는 구지택(仇知宅), 겨울에는 가이택(加伊宅)이라 한다.
남원 풍속에는, 고을 사람들이 봄을 맞이하면 용담(龍潭) 혹은 율림(栗林)에 모여 술을 마시며 활을 쏘는 것으로 예(禮)를 삼았다.
용안(龍安;전북 익산) 풍속에, 읍의 사람들이 봄철을 당하면 모든 것을 갖추어 향음주례(鄕飮酒禮)를 행한다. 나이가 8,90 된 분을 한자리에, 6,70 된 분을 또 한자리에, 50 이하 된 분들도 또 한자리에 나이대로 앉히고, 사람으로 하여금 서문(誓文)을 낭독하게 한다. '부모에게 불효한 자를 물리치고, 형제 간에 불화한 자를 물리치며, 벗 사이에 불신한 자를 물리치고, 조정을 비방하는 자를 물리치며, 수령(守令)을 비방하는 자를 물리친다. 첫째 덕업(德業)을 서로 전하고, 둘째 잘못을 서로 깨우치며, 세째 예속(禮俗)을 서로 도와 이루고, 네째 환난을 서로 구휼(救恤)한다. 무릇 동향인은 각각 효우충신(孝友忠信)을 공고히 하도록 맹세한다'. 이렇게 읽은 다음 모두 두 번 절하고 술을 마시며 활 쏘는 예식을 행한다. 가을철에도 또한 같다.(동국여지승람 권34 용안현 풍속 行鄕飮酒禮 條)
제주도 풍속에, 매년 봄철을 당하면 남녀들이 광양당(廣壤堂) 차귀당(遮歸堂)으로 운집하여 주육을 갖추어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또 그 곳에는 뱀 독사 지네 등이 많다. 만약 회색의 뱀을 보면 차귀신(遮歸神)이라 하여 금기(禁忌)하고 죽이지 않는다. 가을에도 또한 이런 행사를 한다.(여지승람을 보라)
청안(淸安; 충북 괴산군 청안면에 있는 지명) 풍속에, 삼월 초가 되면 그 현의 우두머리 관리가 읍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국사신(國師神) 부부를 동면 장압산 위에 있는 큰 나무로부터 맞이하여 읍내로 들어온다. 그리고 무격(巫覡)들로 하여금 술과 음식을 갖추어 놓고 징을 울리고 북을 치며 떠들썩하면서 현아(縣衙)와 각 관청에서 그 신에 대한 제사를 행한다. 그렇게 하기를 20 여일 후에야 그 신을 도로 그전 큰 나무로 돌려보낸다. 이런 행사를 2년만에 한 번씩 행한다.
# 농가월령가 3월령
<三月令>
삼월은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이 재양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소리 각색이라
당전의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화간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 기니
미물도 득시하여 자락함이 사랑홉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잎 난다
우로에 감창함은 주과로나 펴오리라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풍비하여 때 맞추어 배 불리소
일군의 처자권속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후한 풍속 두곡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하고 그나마 삶이 하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싹 세워 낼 제 어린 아이 보호하듯
백곡 중 논농사가 범연하고 못하리라
포전에 서속이요 산전에 두태로다
들깻모 일찍 붓고 삼 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그루를 상환하소
보리밭 매어 두고 못논을 되어 두소
들 농사 하는 틈에 치포를 아니할까
울 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으고
담 근처에 동과 심어 가자하여 올려 보세
무우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 막아
계견을 방비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외 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 반찬 이밖에 또 있는가
뽕 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겠구나
어와 부녀들아 잠농을 전심하소
잠실을 쇄소하고 제구를 준비하니
다래끼 칼 도마며 채 광주리 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 하소
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목을 접하나니
단행 인행 울릉도며 문배 찜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자접이 잘 사나니
청다대 정릉매는 고사에 접을 붙여
농사를 필한 후에 분에 올려 들여 놓고
천한 백옥 풍설 중에 춘색을 홀로 보니
실용은 아니로되 산중의 취미로다
인간의 요긴한 일 장 담그는 정사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하소
전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일분은 엮어 팔고 이분은 무쳐 먹세
낙화를 쓸고 앉아 병술로 즐길 적에
산처의 준비함이 가효가 이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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