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신행기(立身行己)
입신행기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설씨(薛氏)가 말했다.
"대장부의 마음은 청천백일(靑天白日)과 같기에, 모든 사람들은 이것을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한 가지 선언(善言)을 듣거나 선행(善行)을 보고 하루 한 번 착한 일을 실천한다면 결코 세상에 쓸데없이 태어났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인후함과 각박함은 짧고도 먼 사이이며 겸손과 교만함도 곧 화와 복의 사이이며, 부지런함과 게으름도 빈부의 사이이며, 수양을 쌓음과 방자함도 인간과 귀신의 사이일 뿐이다. 부지런함은 값 없는 보배이고, 매사에 삼가함은 몸을 보호하는 문이 된다. 이익을 탐하는 자는 자기 몸을 해치고, 욕심을 즐기는 자는 사는 것을 해하며, 거만한 자는 남으로부터 욕을 당할 게 뻔하며, 자기 잘못을 감추는 자는 더 많은 악한 일을 한다."
또 소강절(邵康節)은 말하기를,
"남의 악함을 듣거든 마치 가시를 등에 진 듯이 여기고, 남의 착함을 보거든 난초를 옷끈에 찬 듯이 생각해야 한다."
하였으며, 황산곡(黃山谷)은 말하기를,
"백전 백승이라 해도 한 번 참는 것만 같지 못하고, 만 번 말해 만 번 모두 옳다고 해도 침묵하는 것만 못하다. 입을 지키기를 병(兵)과 같이 하고, 뜻을 막는 것을 성(城)과 같이 하라. 범의 가죽을 그릴 수는 있지만, 그 뼈는 그릴 수가 없으며, 사람을 아는 데는 낯을 알 수는 있어도 그 마음을 알 수는 없다."
이렇게 말하였으니 진실로 그는 말할 줄을 알았다 할 것이다.
군자는 사람을 고른 후에 사귀기 때문에 그 허물이 적고, 소인은 사귄 뒤에 사람을 고르기 때문에 원망이 많은 법이다.
위(魏)나라 왕창(王昶)이 말하기를,
"추위를 막으려면 갑옷을 여러 벌 입어야 하고, 남의 허물을 욕하고 비방하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먼저 자기 몸을 수양해야 한다."
하였고, 윤화정(尹和靖)은 말하기를,
"순간을 참지 못하면 큰 화가 생기니 모든 것에 삼가하고 참아야 한다. 이익을 취할 때는 혼자만 취하지 말고 여러 사람과 함께 취하며, 일을 할 때는 적은 사람으로 해야지 여럿이서 하지는 말아야 한다. 혼자서 이익을 취하게 되면 일이 그릇되고, 여러 사람이 일을 하게 되면 누설되게 마련이다. 자기 몸을 굽히는 자는 여러 사람의 위에 있게 되며, 이야기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그 적수를 만나게 된다. 남이 듣지 않게 하려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하며,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면 자기부터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일을 쉽게 승낙하는 자는 신용이 없고, 또한 남의 면전에서 그를 칭찬하는 자는 그를 욕하는 법이다. 남에게 주는 것은 아까워하고 남에게서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결국엔 남에게 보답을 받지 못하고, 귀하게 된 후에 천했을 때의 일을 망각하는 자는 그 지위가 오래 가기 힘들다. 부모를 섬기는 일을 처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같이 하면 어디를 가나 충신(忠信)타 할 것이며, 자신을 책망하기를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과히 잘못이 없을 것이다.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고 이해를 한다면 남과의 사귐은 완전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장무진(張無盡)의 석복설(惜福說)을 보면 이렇게 씌어 있다.
"사업을 할 때에는 있는 힘을 다해서 하지는 말 것이요, 세력을 부리는 데도 역량을 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말을 할 때에는 생각한 바를 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요, 복을 누리는 데도 또한 타고난 것을 다 받지 말아야 한다."
라고 했다. 진박(陳搏)은 말하기를,
"즐거운 일은 마음대로 만들어 얻을 수가 없고, 편안한 곳도 갈 수가 없으니, 득의한 곳일지라도 일찍 머리를 돌릴 것이다."
라고 했다.
장사숙(張思叔)의 좌우명(左右銘)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말을 할 때에는 반드시 충신스럽게 해야 하며, 모든 행동은 독실하고 공경하게 하라. 음식은 반드시 정도를 맞추어 먹도록 하고, 글씨는 해정(楷正)하게 쓰라. 얼굴은 항상 단정해야 하며, 의관은 엄숙하고 바르게 하라. 걸음은 의젓하고 편안하게 하고, 거처는 반드시 조용하게 하라. 일은 언제나 정확성 있게 하고, 행동은 여러 번 생각한 뒤에 옮겨야 한다. 떳떳한 덕은 굳게 가져야 하며, 남과의 약속은 절대로 어기지 말라. 남의 착한 일을 보거든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남의 악한 일을 보거든 마치 자기 몸에 병이 난 듯 생각하라. 이 14가지 글귀는 모두 내가 참된 반성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처하는 자리 오른편에 써서 붙이고 이것을 보면서 아침 저녁으로 주시하는 바이다."
라고 하였다.
처가이물(處家理物)
처가이물이란 무엇인가.
공자의 삼계도(三計圖)에 씌어 있기를,
"일평생 계획은 부지런함에 있고, 1년 계획은 봄에 있으며,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있다."
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어려서 배우지 아니하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만일 봄에 씨를 뿌리지 아니하면 가을이 되어도 거둬들일 것이 없으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 일을 이루지 못한다.
장마가 지고 가뭄이 심하다고 해서 어진 농사꾼은 결코 농사를 치워버리지 않으며, 큰목수는 못난 공장(工匠)들을 위해 먹줄을 바꾸지 않는다.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금덩이를 쌓아두었다고 해도 그 자손이 반드시 그 금덩이를 보관해둔다는 보장도 없으며, 책을 쌓아두었다가 물려준대도 그 자손이 완전히 그 책을 읽으리라고 기약할 수 있을까. 그러니 음덕을 쌓아두었다가 남모르게 자손의 장구한 계획을 세워주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은 경서 한 질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기 몸을 봉양하는 데는 100가지 계교도 한 예술을 익히는 것만 같지 못하다.
지극한 즐거움은 글 읽는 데 미칠 것이 것이 없고, 지극한 요령은 자식 가르치는 데 미칠 것이 없으며, 지극한 부자는 집을 해 이는 데 미칠 것이 없으며, 지극히 가난한 자는 전답을 파는 것보다 더할 것이 없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행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가 없으며, 아무리 자식이 착하다 해도 가르치지 않는다면 어두워진다.
호거인(胡居仁)은 집이 매우 가난했다. 아주 더러운 옷을 입고 표주박 밥을 먹으면서도 태연하게 말을 한다.
"어진 것과 의리는 몸을 빛나게 하고 선반에 가득 찬 서적은 집을 돋보이게 하니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소동파는 말하기를,
"이유없이 천금이 생기면 큰 복을 얻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화가 온다."
고 했다.
양소윤(梁蕭允)은 말하기를,
"화가 되는 원인은 반드시 이익을 구하는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진실로 이익을 생각지 않으면 무엇때문에 화가 생기겠는가."
라고 하고,육선공(陸宣公)은 또 말하기를,
"재물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절약하지 않으면 다 없어지게 마련이요, 아무리 주머니가 비었다고 해도 절약하면 반드시 차게 될 때가 올 것이다. 자식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하며, 며느리는 처음 들어올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사랑에 빠진 자는 처자에게 절제를 받고, 재물을 잃을까 근심하는 자는 부귀한 자에게 몸을 굽히게 된다. 은혜만 있고 위엄이 없으면 아무리 자비로운 어머니라 할지라도 그 아들을 능히 지도하기 어려운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일을 참고,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용서받는 것은 오직 지식과 도량을 지닌 자만이 행할 수가 있다. 멀리 있는 물로는 가까운 불을 끌 수가 없으며, 멀리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 책은 젊었을 때 저술해서는 안 되며, 쓸데없는 일은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 출세하는 데 있어서는 남에게 아첨하지 말아야 하고, 가정에서 호사스럽게 거처하지 말아야 한다."
하였다. 그는 또 말하기를,
"배가 고프면 맛을 가리지 않고 먹으며, 객지에서는 하인의 말도 믿어야 한다. 병이 들면 약을 믿어야 하고, 늙어서는 글을 믿어야 한다. 산골에 사는 일이 좋은 일이나 눈곱만큼의 부귀와 영화가 마음 속에 있다면 시조(市朝)나 다름없으며, 서화를 구경하는 것이 우아한 일이나 이것을 욕심내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이것은 한갓 장사치와 다름이 없다. 술을 마시는 일이 즐거운 일이라고 하지만, 잘못을 조금이라도 본받는다면 지옥과 같은 것이 되고, 손님을 좋아하는 것이 활달한 일이긴 하나 속된 자에게 조금이라도 끌리게 되면 이것도 역시 큰 해가 되고 만다."
라고 하였다.
홍만종(洪萬宗,1643~1725)
인조 21년 영천군수인 세주(世柱)의 아들로 태어남. 숙종 원년에 진사시에 합격, 부사정, 참봉을 지냄. 허견의 사건에 연루되어 유배됨. 역사, 지리, 가요, 시 등 연구에 전념하였고 시평에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81세로 세상을 떠남. 저서로 <역대총목> <시화총림> <순오지> 등이 있음.
'여강의 글B(논문·편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화기의 동물우화소설- 논문(발췌) (0) | 2011.07.18 |
---|---|
한국 고전문학과 골계 - 특강 초안 (0) | 2011.05.09 |
<순오지>의 도가적 건강 비법(神仙術, 養性保命) (0) | 2011.03.25 |
민속(民俗)의 부적(符籍)-국문학자료조사연구 (0) | 2011.01.17 |
동물의 문학적 발상과 우화소설 - 論文 (0) | 2010.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