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적의 개념, 기원, 형태
부적은 악귀나 잡신을 쫓고 재액을 물리치기 위하여 길상과 벽사의 주력을 표상한 특정한 문자나 기호를 붉은 글씨로 그리어 붙이는 종이, 혹은 인조의 모형, 자연물 등으로, 현세의 행복과 당면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원시적 신앙의 한 형식이다.
부적의 속신(俗信)은 원시 석기 시대의 암벽화에서 발견된다. 문자가 없던 시대에 당시의 사람들이 그들의 소망, 기원, 희망, 방지, 제거, 구축의 표현수단으로 해와 달, 별과 같은 천체, 샘, 나무, 짐승, 새, 사람 등의 사물을 암벽에 그려 붙인 것이 부적의 기원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민속 부적의 기원은 처용설화(處容說話)에서 찾아진다. 용왕의 아들로 서울에 따라 온 처용에게 왕이 미모의 여자로 아내를 삼아 주고 급간의 벼슬을 주었던 바, 처용의 아내를 탐한 역신(疫神)이 사람으로 변신하여 동침하는 것을 보고 노래로 꾸짖었더니 역신은 처용의 무릎 앞에 엎드려 잘못을 뉘우치고 이후로는 처용의 얼굴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집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한 일을 계기로 사람들이 처용의 모습을 그려 문에 붙여서 사귀(邪鬼)를 물리치고 경사스런 일을 맞이한 데서 부적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 후 부적은 시대, 역사, 사회구조의 변천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변천 소멸되면서 전래되어 오고 있다.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부적은 민간에서 그 나름대로의 권능을 가지고 소중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함부로 수정하거나 변형하여 쓰지 못한다.
부적을 만드는 재료에 따라 종이로 된 종이부적, 돌로 만든 돌부적, 나무로 만든 나무부적, 청동으로 만든 청동부적, 바가지로 만든 바가지부적, 대나무로 만든 대나무부적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에서 종이부적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부적의 글씨나 그림은 빨간색과 검은색, 경우에 따라서는 노란색이나 파랑색같은 것을 쓰는데, 그 중에서 빨간색의 적색부(赤色符)를 제일 많이 사용한다. 이것은 동물의 피를 사용한 데서 비롯하였는데 동물의 피는 잡귀들이 싫어하고 꺼리는 대상이라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된다. 그 후 천연 재료인 짙은 홍색의 광택이 나는 진사(辰砂), 주사(朱砂), 주묵(朱墨)으로 대체되었는데 붉은 주사를 주로 썼다.
부적의 그림으로는 용, 호랑이, 독수리 등의 동물과 해, 달, 별 등의 천체가 많으며, 글자로는 범어(梵語)의 '옴'(한문글자 인출되지 않음) 등 대명왕(大明王)과 천수다라니 같은 밀교적 주문구(呪文句)가 많이 쓰였다.
2. 부적의 종류
부적은 신앙적 측면에서 민간 신앙적 부적과 불교의 부적으로 나누어지고 쓰임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누어진다.
1) 민속- 신앙적 부적
이것은 크게 병부(病符), 천존부(天尊符), 소아야제부(小兒夜啼符), 몽부(夢符), 삼재부(三災符), 도살부(度煞符), 소원성취부(所願成就符), 화합부(和合符)로 나누어지는데, 병부는 부적을 태워서 먹거나 문 위에 붙이는데 날마다 달라서 한 달간의 부적이 날짜별로 있다. 병부적에서 재미있는 습속은 부적을 써 가질 때에 반드시 위 아래 이빨을 세 번 마주치고 깨끗한 물 한 모금을 머금어 동쪽을 향해 뱉고 주문을 외운다는 것이다.
천존부는 미친 사람을 치료할 때에 쓰는 것으로 오방(五方)에 붙이고 옥추보경(玉樞寶經)을 읽는다.
소아야제부는 어린아이들이 밤에 심하게 울 때, 이 부적을 써서 하룻밤 간직한 다음에 불에 태워 먹이면 효력을 본다고 한다.
몽부는 그 전날 밤의 꿈이 불길하다고 생각될 때 가지는 부적인데 12지(十二支)에 맞추어 날짜에 따라 12개가 있다.
삼재부(三災符)는 세 가지의 재난을 예방하고자 하는 부적이다. 삼재란 사람에게 나쁜 운이 드는 세 가지 재난인데 물, 바람, 불에 의한 재난을 물삼재(物三災)라 하고, 심화(心火), 풍병(風炳), 수종(水腫)을 병삼재(病三災)라 한다. 그러나 일생에 한두 번은 복삼재가 와서 탈없이 오복(五福)이 온다고도 한다.
도살부는 도살(度煞)이 끼어 우연히 죽는 것을 예방하는 부적이다. 이사를 잘못 가거나 묘소를 잘못 쓰거나 상가에 잘못 드나들면 주당살(周堂殺)을 맞아 죽는데 이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이 부적을 만드는데 한 장은 내실의 문 위에 붙이고 한 장은 본인의 몸에 간직한다.
소원성취부는 본인의 소원을 풀기 위한 부적으로 칠성부(七星符), 구령부(九靈符), 신농소원부(神農所願符), 만사대길부(萬事大吉符)가 있는데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화합부는 부부, 자손 등 가정의 화합을 만드는 부적인데 가족이 모두 하나씩 만들어 가지고 한 장은 문 위에 붙이는 부적이다.
2) 불교의 부적
전통적 불교부적에는 구도부(求道符), 당득견불부(當得見佛符), 염불부(念佛符), 왕생정토부(往生淨土符), 금강부(金剛符), 준제부(準提符), 관음부(觀音符)가 있다.
구도부는 불도를 구하는 사람이 여러가지 번뇌와 장애가 일어날 때 몸에 지니면 득도할 수 있다는 부적이고, 당득견불부는 이것을 꾸준히 가지고 있으면 부처님을 뵈올 수 있다는 것이며, 염불부는 원행(願行)이 지극하면 업보를 바꾸어 좋은 업(業)이 돌아올 수 있다는 부(符)인데 다른 이름으로 학인염불부(學人念佛符)라고도 한다.
왕생정토부는 죽은 사람의 왕생극락이나 장차 죽음에 임한 사람이 가지는 부적으로 이 부적을 지니고 아미타불을 염하면 극락세계에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고, 금강부는 금강저(金剛杵)를 부적화한 것으로 이 부적을 붙이면 모든 사악(邪惡)이 없어지고 건강과 장수가 보장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준제부는 불교의 준제진인(準提眞人)을 부적화한 것으로 복과 수명이 산과 바다와 같아진다는 부적이며, 관음부는 관음보살의 그림이나 조각을 몸에 지니거나 명호(名號)를 써 가지면 악귀가 침범하지 못하고 착한 신들이 수호한다는 부적이다.
3) 용도에 따른 부적
쓰이는 용도에 따른 부적은 길상부(吉祥符), 도덕부(道德符), 벽사부(벽邪符), 호신부(護身符), 옥새부(鈺璽符)로 구별되는데, 길상부는 좋은 일이 생기도록 하는 부적으로 주로 연말이나 정초에 장수, 행복, 길한 일을 기원하는 뜻을 가지고, 壽, 福, 囍자를 써서 대문간에 써 붙이는 부적이며, 도덕부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삼강오륜의 도덕률을 잘 지켜야 참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암시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부적이다.
벽사부는 집안의 잡귀나 사악한 모든 것을 미리 물리치기 위한 부적으로 섣달 그믐날이나 정초에 붙인다. 처용의 화상을 그려 붙인 것은 신라 때부터 내려 온 전통이다.
호신부는 자신에게 닥쳐올지도 모르는 불운을 미리 막고 자신에게 신의 가호가 있어 길운이 있기를 바라는 부적이며, 옥새부는 왕과 왕실에서 쓰는 부적으로 왕이 가뭄과 백성들의 질병을 내쫒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신앙행위로 사용한 부적이다.
3. 민속의 부적 자료
다음의 부적 자료는 필자의 조부께서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그 당시 전래되고 있던 부적을 직접 필사하여 <要覽雜艸>와 <寒暄箚錄>에 수록한 내용이다. 조부께서는 이것을 가지고 부적이 필요한 이웃들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모사(模寫)하여 무상으로 제공하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필자에게도 부적의 모사를 시켰던 기억이 아슴하다.
주사(朱砂)에 침을 발라 서툰 솜씨로 부적을 모사했던 것도 벌써 60년 전의 일이 되어 이런 자료도 한국 민속의 연구에 하나의 작은 도움이 될 것 같아 100여 년 전에 필사된 자료를 그 모습대로 영인하였고, 최덕원 교수의 <남도의 민속문화>를 참조하여 필자가 어릴 때 조부님으로부터 들어 온 기억을 더듬어 각종 부적 자료에 대한 간략한 해설을 붙였다.
* 부적 자료 (38점의 부적자료 실물사진은 전산입력 사정상 생략하고 자료의 해석만 수록하였음. 사진자료는 東義語文論集 제11집 如岡 金在煥博士 華甲記念號 pp388~394를 참조하기 바람)
* 자료의 해석
1. 動木符는 나무를 다룰 때 붙인다. 木神動症을 예방하기 위한 부적이다. 고소설 <변강쇠전>에서 변강쇠는 목장승을 패서 불을 때었다가 동티가 나서 죽었다.
2. 動土符는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지을 때 또는 벽을 수리하거나 부엌에서 흙일을 할 때, 땅을 팔 때에 붙인다. 새로 배를 지을 때도 이를 붙인다. 이 자료에는 2종이 있다.
3. 家鳴符는 집안에 우환을 없애고 만사형통을 위해 문 위에 붙이는 것이다. 또는 먼 곳에 가족이 출타한 경우나 배를 타는 사람을 위해 안방 벽에 붙인다. 이 자료에는 2종이 있다.
4. 砧頭符는 악귀를 쫓고 병마를 물리쳐서 유행병을 예방하고 모든 병에 안 걸리도록 하는 부적이다. 이 부적은 주서(朱書)하여 3매를 대문이나 문 위에 붙인다. 또는 몸에 간직하기도 하며 입안에 넣고 다닌다. 속병이 있는 자는 불에 태워 그 재를 생수에 타서 마시거나 환자의 옷고름 속이나 베개 속에 넣으면 온갖 병을 소멸케 한다는 부적이다. 이 자료에는 2종이 있다.
5. 安宅符는 가명부와 마찬가지로 집안에 우환을 없애고 만사형통을 위해 문 위에 붙이는 부적이다. 먼 곳에 가족이 출타한 경우나 가족 중에 배를 타는 사람을 위해 안방에 붙이기도 한다. 이 자료에는 2종이 있다.
6. 伐木符는 나무를 벌채할 때 붙인다. 나무는 음양구기(陰陽拘忌)가 있으므로 함부로 벌목할 수 없다.
7. 조王符는 굴뚝을 수리한 후 성조신(成造神)을 달래기 위하여 굴뚝벽에 붙이는 부적이다. 온돌 문화권에서 굴뚝의 조화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시신을 안치한 방의 굴뚝에 고양이 등 짐승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속신에서 굴뚝 단속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
8. 太歲大將軍符는 장군을 무서워하는 악귀를 물리치기 위하거나, 흉물이 있는 지역을 막아 달라고 일년 내내 대문이나 문 위에 붙이는 부적이다.
9. 三鷹逐三災符는 화재 수재 관재의 삼액(三厄)이 든 해에 이 부적을 문 위나 방 벽에 붙이고 불설삼재경(佛說三災經)을 읽으면 재앙이 물러난다는 부적이다.
10. 三殺五鬼方符는 오방(五方)의 삼살(三殺)을 방지하는 부적이다.
11. 草학符는 학질을 앓는 사람에게 필요한 부적이다. 이 자료에는 2종이 있다.
12. 雜鬼木神退去千里符는 잡신과 목신을 천리 밖으로 물리치는 부적이다.
13. 逐邪符는 주변의 사악한 일들을 몰아내기 위하여 붙이는 부적이다. 이 자료에는 2종이 있다.
14. 四方無方所符는 동서남북 사방 어떤 곳으로부터에서도 잡귀를 방비하는 부적이다.
15. 消病增壽福符는 병을 없애고 수명을 늘리고 복이 내리기를 바라는 부적이다.
16. 乙奇符, 丙奇符, 丁奇符는 모두 귀신의 침범을 방지하는 부적이다.
17. 成造符는 성조신을 달래어 집을 수호하도록 하는 뜻이 있다. 이 자료에는 2종이 있다.
18. 太歲方動土符는 동토부와 같은 기능을 가지는 부적으로 일년 내내 모든 방향에서 오는 재액을 방비하라는 뜻에서 붙이는 부적이다.
19. 時病조王符는 유행성 전염병이 돌 때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굴뚝에 붙이는 부적이다.
20. 火災不侵符는 화재를 대비하기 위하여 부엌이나 나뭇간에 붙이는 부적이다.
21. 大將軍動處符는 대장군이 있는 방향의 재앙을 예방하기 위하여 붙이는 부적이다. 3년씩 한 방향에 머무르므로 그 방향을 보아서 붙인다.
22. 斫木符는 베어 놓은 나무를 도끼로 쪼갤 때 재앙이 없도록 예방하는 부적이다. 장작을 팰 때 바탕나무에 붙여 도끼로 인한 상해를 방지한다.
23. 動井符는 우물가에 붙여 샘물이 잘 솟아 나오도록 기원하는 부적이다. 1년에 한 번씩 봄에 우물을 치고 붙인다.
24. 動石符는 돌담을 쌓을 때, 돌을 파낼 때, 돌을 운반할 때, 또는 돌일을 할 때 등 돌을 다루다가 생기는 재앙을 물리치기 위하여 돌에 붙이는 부적이다.
25. 太歲大將軍安宅安寧符는 태세대장군부와 안택부를 혼합한 부적이다.
26. 神符는 오래된 나무에 붙어 있는 목신의 방해를 예방하고 안녕을 도모해 줄 수 있도록 붙이는 부적이다.
27. 태神符는 새로운 일을 벌리고 나서 요소요소의 해당 신에게 뜻이 잘 이루어지도록 소원을 간청하는 부적이다.
28. 家中瘟病符는 집안에 염병이 있는 환자가 있을 때 염병을 물리치기 위한 부적이다.
29. 新家入符는 새로 집을 지어 들어갈 때, 집안에 붙여서 만복을 원하고 또한 집안에 잡귀의 침입을 막는 부적이다. 성조신을 달래어 집을 수호하도록 하는 뜻이 있다.
30. 조王動土符는 굴뚝에 흙일을 하고 굴뚝으로 연기가 잘 나가게 하기 위하여 붙이는 부적이다.
31. 路中得病符는 출타 시 예상되는 사고나 병마를 퇴치하는 부적이다.
32. 齒痛符는 치병을 앓을 때 입안에 넣고 다니는 부적이다.
33. 諸神違去符는 모든 잡신을 물리치기 위한 부적이다.
34. 地神符는 집터를 고를 때, 또는 땅위에 시설물을 설치할 때 지신을 위무 진정시키기 위하여 붙이는 부적이다.
35. 盲神符는 귀신의 눈을 멀게 하여 재앙이 없도록 하는 부적이다.
36. 臨産印朱書呑卽出符는 해산에 즈음하여 아이를 쉽게 낳도록 하기 위한 부적이다.
37. 失物自來符는 실물을 하였을 때, 그것이 되돌아 오도록 하는 부적이다.
38. 마지막에 있는 2종의 부적은 산모가 난산에 처했을 때 아이를 쉽게 낳도록 하기 위한 부적이다.
자료에서 보았듯이 부적은 길상(吉祥)과 벽사(벽邪)의 주력을 표상한 환각적 상징으로 특정한 기호, 문자 등이 어울려 신의적(神意的) 메시지를 담고 있는 형이상(形而上)의 전승신부(傳承神符)다.
부적은 주로 기호와 전서(篆書) 또는 범어(梵語)로 구성되어 있다.
부적에 사용되는 대표적 문자를 보면 尸, 鬼, 木, 火, 土, 天, 地, 日, 月, 人, 王, 弓 등인데
尸는 '죽음 시(尸)'字가 뜻하는 바와 같이 '죽인다, 피한다, 소멸시킨다, 막는다'는 뜻이 있는데 이를 강조하기 위하여 여러 겹으로 겹쳐 쓰이는 경우가 많다.
鬼는 악령사귀(惡靈邪鬼), 액살(厄煞) 등을 총칭하는 것으로 '鬼'자를 약자화 해서 '田'으로 쓰기도 한다.
火는 재화(災火)를 뜻하며 태워 없애는 소멸의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축귀부(逐鬼符)에 많이 쓴다.
弓은 활로 쏘아 없앤다는 뜻을 담은 무서운 주술성을 가지고 있어 백병불입부(百病不入符) 등에 자주 사용된다.
(金在煥, '民俗의 符籍', <東義語文論集 11집>pp383~400, 1998.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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