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아신스
히아신스는 태양의 신 아폴로가 사랑했던 미소년이다. 또한 바람의 신 제프로스도 아폴로 못지 않게 히아신스를 좋아했다. 그러나 히아신스는 아폴로와 제프로스를 똑같이 좋아할 수가 없었다.
하늘을 달리는 수레 위에서 지상의 히아신스를 보고 단번에 반해서 접근해 온 아폴로가 제프로스보다 훨씬 더 좋았다. 바람의 신 제프로스는 아폴로가 자기보다 먼저 히아신스와 알게 된 것도 싫은 데다 히아신스가 아폴로를 더 좋아하는 눈치를 차리고 혼자 무섭게 질투했다.
아폴로와 히아신스가 원반던지기를 하는 주변에 숨어서 엿보던 제프로스는 아폴로가 던진 원반이 히아신스의 이마에 맞게 바람을 불었다. 이마를 맞은 히아신스는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불쌍한 히아신스, 너는 꽃이 되어 내 기억에 영원히 살아라!"
아폴로가 위로하자, 피가 스며든 자리에서 보라색 꽃이 피었다.
또 호머의 서사시 <오딧세이>에는 이렇게 나타나 있다.
트로이 전쟁에서 죽은 아킬레스의 시체를 지혜로운 유리시스와 용기있는 아작스가 구해냈다. 아킬레스의 어머니가 아들의 갑옷을 그리스 장군 중의 하나에게 물려 주기를 제의했다.
많은 장군 중에서 갑옷을 물려 받을 영광의 사람으로 아작스와 유리시스가 물망에 올랐는데 지혜는 용기보다 고귀하다는 결론으로 아킬레스의 갑옷이 유리시스에게 갔다.
실망한 아작스는 자살했다.
아작스가 흘린 피에서 히아신스꽃이 피었다 슬픔의 상징, 아작스의 화신이라는 히아신스는 전설에 나타난 슬픈 사연 때문인지 서쪽 유럽에서는 비석에 무늬로 새겨지는 일이 많다.
봉지처럼 피는 히아신스의 향기는 애수적이면서도 달콤해서 여자들이 즐기는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
히아신스의 꽃말은 '기억', '비애'.
# 수국(水菊)
중국의 유명한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작은 고을 군수로 있을 때 일이다.
어느 여름날, 고을 안에 있는 절 초현사(招賢寺)로 놀러 갔는데 그 절의 주지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도대체 본 적도 없는 꽃이 하나 피었는데 무슨 꽃인가 봐 주십시오."
주지가 이끄는대로 따라가 보니 옥색과 흰빛이 어우러진 공처럼 둥근 꽃이 있었다.
백낙천은 한참 동안 유심히 그 꽃을 바라보았다. 자기도 처음 보는 꽃이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시 한 수를 지어서 주지에게 주었다.
어느 해였을까
선인의 제단 위에 심어졌던 꽃이
이 절로 옮겨 온 것은
비록 이 꽃이 인간 세상에 있으나
사람들이 이름을 모르니
그대와 더블어 자양화라 이름짓노라
이 시는 <白樂天文集> 속에 실려 있다.
수국이 '변하기 쉬운 마음'이란 꽃말을 달고 있는 것은 꽃빛의 변화가 심해서 얻은 것같다. 희다가 분홍으로, 그러나 붉게 되는가 하면 희다가 하늘색으로, 그러다가 아주 파랗게 돼버리기도 한다.
절개없는 여자 같다는 경멸도 받고 칠변화(七變花)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도 갖고 있지만 꽃빛깔이 변하는 건 단순히 토질 관계인 것 같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수국의 꽃은 작고 형편없는 것이고 꽃처럼 보이는 넓은 잎은 악편(악片)이라는 것이다.
이 극성맞은 악편에 둘러싸여서 실제 수국은 제 구실도 못하는데 모이고 모인 악편이 꽃인양 으시대면서 소담스런 꽃으로 보인다.
무더운 여름날, 뜨거운 햇볕에 온통 녹아버린 듯 지쳐있다가도 시원한 빛깔로 피어 있는 수국을 바라보면 한가닥 서늘한 사잇바람처럼 가슴이 차가와진다.
수국의 꽃말은 '변하기 쉬운 마음', '처녀의 꿈' 이다.
# 양귀비(楊貴妃)
인도에 아름다운 꽃밭을 가진 왕자가 있었다. 어느날 꽃밭을 산책하다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새 한 마리를 잡았다. 발목에 금실이 매달려 있고 좋은 향내가 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어느 궁전에서 날아온 것 같았다.
왕자는 지극히 그 새를 사랑했지만 새는 왕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데도 한번도 노래하지 않았다. 노래하지 않는 것이 왕자의 큰 불안이었지만 끔직히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왕자는 꿈을 꾸었다.
시종 넷을 거느린 어느 나라 공주가 왕자의 꽃밭 속을 헤매며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었다.
"공주님은 어디서 오셨으며 무엇을 찾으십니까?"
정중히 묻는 왕자에게 공주는 자기가 아라후라에서 왔고 잃어버린 새를 찾고 있다고 대답했다.
왕자는 새 이름을 물었다.
"왕자님 그것은 안됩니다. 그 새 이름이 바로 나의 이름이고 나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나와 결혼하게 돼 있습니다. 그 새만 내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그 새의 노래소리가 바로 나의 이름이랍니다."
공주는 근심스럽게 꽃밭을 돌아보더니 그 새가 좋아하는 꽃이 없으니 새는 여기엔 오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공주님 그 꽃 이름이 무엇입니까?"
"그것도 안됩니다. 바로 내 이름이니까요. 나의 새는 그 꽃을 보면 내 이름을 부른답니다. 그리고 그 꽃은 나의 꽃밭에만 있지요."
공주는 사라졌다.
꿈에서 깨어난 왕자는 스스로 아라후라로 떠났다. 파수병을 가장해서 궁성으로 숨어든 왕자는 공주의 꽃밭에서 처음 보는 꽃을 따 가지고 돌아왔다.
"파파벨라! 파파벨라!"
새가 울기 시작했다.
꽃의 이름이자 새의 이름, 새의 이름이자 공주의 이름. 왕자는 아라후라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 파파벨라꽃이 양귀비다. 인도의 국화(國花)이기도 하다.
양귀비의 꽃말은 '꿈길', '위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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