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나
옛날 버마의 전설 중에 이런 전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데와더르라고 하는 악마가 있었는데 불타(佛陀)가 유명해지자 질투하기 시작해 어느 날 불타가 지나가는 길목의 언덕에 올라가 커다란 돌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악마의 계략을 전혀 모르고 있던 불타는 그곳을 지나려다 난데없이 언덕 위에서 떨어진 돌덩이가 발 아래에서 부서져 그만 파편에 발을 다치고 말았다. 파편 중 하나가 불타의 다리를 상처입혀 피가 흘렀는데 그 곳에서 칸나가 돋아났다고 한다. 악마는 대지의 노여움을 사 갑자기 땅이 움푹 패이며 그를 삼켜버렸다 한다.
대만에서는 약혼식 때 남자 쪽에서 여자의 집으로 사주를 보내면 여자 쪽에서 그 답례로 칸나꽃을 보내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뜻은 이 꽃이 연초화(蓮蕉花)라 하여 한 가족이 된다는 뜻의 '연초'와 발음이 비슷한 데서 연유했다 한다.
또한 이 꽃은 일본 에도(江戶)시대의 세시기(歲時記)에,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이"라고 표현되어 있듯이 그 피어 있는 모양으로 보아서도 '불꽃의 꽃'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인도가 원산인 관계도 있겠으나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칸나의 붉은색 꽃은 작열하는 태양을 연상케 한다. 이 꽃을 받치고 있는 넓고 시원스러운 잎은 언제 보아도 일품이다. 남양에서는 이 잎으로 음식물을 싸는 풍습도 있다. 이 꽃을 식용으로 쓰는 나라도 있는데 그들은 식용 칸나를 재배해 뿌리에 담긴 전분을 섭취한다.
칸나는 켈트(Celt)어의 카나(枚)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분명하지는 않다. 이와같은 종류의 식물은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열대에 약 50종류가 분포되어 있으며 종명인 네라리스는 '일반적인'이란 의미로, 많은 종류의 교잡의 결과 생겨난 것이기도 하다.
칸나의 꽃말은 '존경'이다.
# 오렌지
오렌지만큼 인간에게 있어 유용한 식물은 드물다. 꽃, 잎, 열매, 향기 등 그 무엇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는 것이다.
열매는 12월에 수확하여 이삼 개월 저장해 두었다가 단맛이 날 때 먹으면 좋다. 오렌지꽃에서는 향료인 네롤리(Neroli)유를 뽑아 사용하고 과일에서는 오렌지 마마렛을 만들 뿐 아니라 껍질은 한약의 약재로 쓰인다. 그런가 하면 오렌지는 그 고운 빛이 아름다와 과일을 까마득히 잊게 하리만큼 매혹적이어서 관상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인도와 구미 각국 중국 남부가 원산인 이 나무는 꽃말도 '관대'로 달콤하면서도 새큼한 맛은 인생살이의 고락과도 같다 하겠다.
오렌지는 과일의 향취도 일품이지만 여름이 깊어지면 유백색의 꽃이 피어 그 짙은 향기는 과일의 존재를 잊게 할 정도이다. 오렌지의 향료는 바로 이 꽃에서 뽑게 되는 것이다.
오렌지의 향기는 옛날부터 뭇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다. 여성들은 오렌지색의 사랑을 상대로부터 원해 왔으며 오렌지 향기와 같이 달콤하면서도 매혹적인 입김을 가슴깊이 심어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중국 남부에서는 이 오렌지에 관한 전설이 구전으로 전해내려 오고 있다.
옛날 중국 남부지방에 두 자매가 있었는데 언니는 운좋게도 부잣집에 시집을 가 잘 살고, 동생은 산지기의 아내가 되어 날마다 산에서 나무를 해 장터로 팔러 가는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장터에서 나무가 팔리지 않는 날이면 동생은 그것을 다시 이고 고개를 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동생은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은 나무가 팔리지 않아 그 나무를 바다에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일이 몇 번 계속되던 어느날 갑자기 바닷속에서 선녀가 나타나 용궁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무엇을 선물로 할까 하고 용왕님이 무르시거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검정고양이를 선물로 달라고 하세요." 선녀는 동생에게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 용궁에서 몇날을 후하게 대접을 받고 돌아가려 하자 용왕은 선녀가 가르쳐 주었듯이 무엇을 선물로 받았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마음씨 착한 동생은 아무런 생각없이 선녀가 가르쳐 준대로 검정고양이를 달라고 말했다. "이 고양이는 매일 팥을 다섯 홉씩 어김없이 먹어야 하느니라" 용왕은 말했다.
검정고양이를 안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매일 용왕이 가르쳐 준대로 했더니 고양이는 팥을 받아 먹는 즉시 다섯 홉의 황금을 똥으로 배설하여 동생은 금방 부자가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음씨 고약한 언니가 그 고양이를 얻으러 왔다. 동생은 워낙 마음이 착해 거절하지 못하고 언니에게 고양이를 건네 주었다. 집에 돌아온 언니는 검은 고양이에게 팥을 한 되씩 퍼 먹이고 황금똥을 싸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고양이는 황금똥은커녕 그만 과식하는 바람에 죽고 말았다.
동생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죽은 고양이를 찾아다가 묻어주었더니 그곳에서 오렌지나무가 돋아났다는 이야기이다.
오렌지의 꽃말은 '너그러운 마음'이다. 욕심없는 마음인 것이다.
# 사루비아
브라질이 원산인 이 꽃은 꽃잎도 꽃받침도 화포(花苞)도 모두 강인한 선홍색의 꽃으로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어느 화단에서나 볼 수 있다.
원래 남방계의 꽃이지만 온도 차가 심한 한냉한 지방에서도 선명하고 신선하게 꽃을 피운다. 보라와 핑크빛의 품종도 개량되어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사루비아는 선홍색이 최고이다.
이 꽃을 사람들은 흔히 '깨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잎의 생김새가 들깨잎을 닮았고 꽃이 핀 모양도 깨꽃과 흡사하며 씨앉음마저도 깨와 같기 때문이다.
약용 사루비아를 세이지(Sage)라고 하는 것은 로마시대에 이 꽃을 약으로 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라틴어의 Salvus(건강이란 뜻)라 하는 말이 프랑스를 거쳐 영국에 이르러 세이지로 변했다.
세이지는 '현인(賢人)'이라는 것과 똑같은 뜻으로서 이 약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데서 유래하여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그때문일까 간혹 우리는 동네 꼬마아이들이 화단에 핀 사루비아꽃을 뽑아 뒷꼭지에 입을 대고 빠는 것을 보곤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머리가 좋아진다거나 천재가 된다는 그런 이유 때문에 꼭지를 빠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루비아의 뒷꼭지는 달콤하고 향긋한 향기를 담은 꿀 같은 것이 녹아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루비아는 꽃빛도 곱지만 밀원(蜜源)식물로도 환영받으며 그 잎에 파인애플 같은 향기를 지녔다하여 파인애플 사루비아라는 통속명도 갖고 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란 작품에 보면 젊은 남녀가 사루비아잎으로 독사(毒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 쌍의 연인이 사루비아 밑에서 사랑을 속삭이다가 남자가 사루비아잎을 따면서 말했다.
"이 잎으로 치아를 닦으면 치아가 깨끗해진다오"
그리고는 보란듯이 이빨을 문질렀다. 그런데 갑자기 청년이 정신을 잃더니 이내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녀가 독살했다고 의심했다. 그녀는 너무도 억울해 자신도 청년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잎을 따 이빨을 문질러 죽었다. 사람들은 하도 이상해 나무를 뽑아보았더니 뿌리에 큰 두꺼비가 붙어 있었다. 그들이 죽은 이유는 두꺼비가 내뿜은 독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때부터 사람들 사이에는 잎을 따서 이를 닦는 풍습이 생겨났던 듯싶다.
연인들은 사루비아의 꽃빛과 같이 정열적인 사랑을 원하며 그들은 사루비아와 같은 달콤한 밀원의 보금자리를 원하는 것이다.
사루비아의 꽃말은 엉뚱하게도 '건강'이다.
'꽃말 꽃의전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네이션/봉숭아/벚꽃 (0) | 2012.05.15 |
---|---|
팬지/오랑캐꽃/패랭이꽃 (0) | 2012.03.13 |
꽃말과 꽃전설의 의의(意義) (0) | 2011.09.14 |
히아신스/ 수국/ 양귀비 (0) | 2011.06.16 |
네모필라/ 아네모네/ 크로카스 (0) | 2011.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