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꽃의전설

네모필라/ 아네모네/ 크로카스

如岡園 2011. 4. 26. 22:03

          # 네모필라

 한 남자가 있었다.

 한 여자가 있었다.

 둘은 열심히 사랑했다.

 그러나 서로 사랑할 수 없는 운명이 그들을 지켜 보고 있었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신이여. 아무 것도 원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아무 것도 그 이상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기원하오니 그저 우리의 이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만 허용해 주십시오. 제게 사랑하는 저 여자를 주신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 이상은 원하지 않습니다.이 목숨을 바쳐 맹세합니다."

 신은 젊은이의 애도를 이루어 주었다.

 아무 방해 없이 여자와 남자는 충분히 사랑할 수 있었다. 사랑은 점점 깊어지고, 뜨거워지고 그리고 여자와 남자는 결혼을 했다. 그러나 사랑에서 그 이상은 바라지 않겠다던 남자의 약속은 깨뜨려졌다. 

 화가 치솟은 신은 약속대로 남자의 목숨을 들어다가 지옥의 왕 부르터스에게 넘겨 주었다. 부르터스에게 남편을 빼았긴 젊은 여자는 남편을 찾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지옥으로 더듬어 갔다.

 헤매고 헤매어 찾아간 지옥 -. 남편을 내어달라고 울부짖는 젊은 여자는 지옥문에 들어서 보지도 못하고 쫒겨났다. 울다 지쳐 쓰러진 여인의 몸이 푸른 불빛으로 타버렸다. 그리고 여인이 타버린 자리에서 푸른 불꽃을 닮은 한 송이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이 네모필라다.

 네모필라의 꽃빛은 코발트색, 맑은 빛깔에 담겨 있는 애잔한 전설은 몰라도, 바라보고 있노라면 슬며시 가엾이 생각되는 꽃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덜 알려졌지만 화단용 꽃으로 널리 보급될 성질의 꽃이다. 바닥에 쫙 깔려서 흙을 보이지 않는 것이 특색이고 코발트빛 외에도 여러가지 빛깔이 있다.

 네모필라의 꽃말은 '그리움', '충렬'이다.

 

          아네모네

 미(美)의 여신 비너스의 아들 큐피트는 활 장난이 몹시 심했다. 아무리 감정이 무딘 사람도 큐피트의 화살에 심장을 맞기만 하면 곧 뜨거운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큐피트는 장난삼아 어머니 비너스여신의 심장에 화살을 꽂았다. 비너스는 사냥을 나온 아도니스와 알게 되고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져서 줄곧 아도니스와 같이 다녔다.

 그리스에 있어서 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자기는 여신이고 사랑하는 아도니스는 인간이라는 다름이 불안해서 비너스는 기회 있을 때마다 아도니스에게 간청했다.

 "아도니스, 제발 위험한 사냥은 그만 둬 줘요. 당신을 잃을 수는 없어요."

 그러나 아도니스는 사냥을 빼놓고는 살 수 없는 청년이었다. 힘도 세고 창 솜씨도 썩 훌륭했을 뿐 아니라, 비너스의 청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혈기왕성한 사내였다. 

 아도니스는 사냥을 그만 두지 않았다. 비너스는 마침내 사뭇 염려하던 슬픔의 날을 맞아야 했다.

 사나운 산돼지를 향해 던진 아도니스의 창이 정통으로 찌르지 못하고 빗나갔다. 있을 수 없는 실수였다. 상처를 입은 산돼지가 맹렬한 기세로 아도니스에게 덤벼들었다. 신음소리를 듣고 비너스가 달려갔을 땐 아도니스는 이미 들판에 엎드려져서 죽어 있었다.

 붉은 피는 사방에 뿌려져 있고 비너스가 왔는데도 움직일 줄 모르는 아도니스. 비너스는 아도니스를 안고 서럽게 통곡했다.

 "사랑하는 아도니스! 나의 슬픔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오. 그대가 흘린 피를 모두 꽃으로 피어나게 해서 봄이 되면 언제나 다시 피게 하겠어요. 그대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으로."

 비너스가 피 위에 방방방울 술을 떨구었다. 그 자리에 석류빛깔의 꽃이 피어났고 해마다 봄이 오면 바람을 타고 잠깐 피었다 바람을 타고 져버리는 꽃을 가리켜 뒷날 사람들이 이름지어 아네모네라고 했다.

 아네모네의 꽃말은 '속절없는 사랑'이다

 

          # 크로카스

 크로카스는 일명 샤프란이라고도 하며, 일반적으로 꽃만을 보는 봄에 피는 걸 크로카스라고 하고 약재로 쓰이는 가을꽃을 샤프란크로카스라 부른다.

 온도에 예민해서 기온이 섭씨 10도 이하면 봉오리를 열지 않는 고집을 가진 크로카스는 빛깔도 각색이다.

 그리스에 병을 잘 고치는 청년이 있었다. 반신(半神)인 헤르큐르타라는 여자의 아들인 그의 이름은 크로카스. 과로를 풀려고 테리샤 성의 온천에서 휴양하다가 아가씨 리즈를 만나 사랑한다. 리즈는 코린트수라는 과부의 딸이었고 크로카스가 과부 코린트수의 병을 고쳐주면서 리즈와 알게 된 거다.

 두 젊은이의 눈빛이 평범한 것이 아님을 눈치챈 과부는 두 사람 사이를 떼어놓으려  리즈를 데리고 데리샤의 온천을 떠나버렸다. 리즈에겐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리즈가 훌쩍 떠나버린 후 크로카스는 그 여자를 잊으려 무척 애썼다. 그러나 리즈를 잊어버린다는 건 크로카스에겐 불가능이었다. 궁리 끝에 크로카스는 미의 여신 비너스에게 통사정했다.

 비너스는 즐겁게 한 마리의 비둘기를 주었고 그 비둘기의 연락으로 리즈와 크로카스의 사랑이 다시 시작되려 했다. 그러나 리즈의 약혼자가 비둘기를 의심했다. 그는 질투심이 강한 남자였고 크로카스 못지 않게 리즈를 사랑했다. 

 결국 비둘기의 정체를 눈치챈 그는 리즈에게 날아온 비둘기를 활로 쏘았다. 비둘기를 정통으로 맞힌 화살은 리즈까지 쓰러뜨렸다. 그의 실수였다.

 실수로 사랑하는 약혼자를 잃은 그는 모든 것이 크로카스 때문이라 생각하고 크로카스도 죽였다. 

 미의 신 비너스는 자신의 실수가 빚어낸 참변을 슬퍼하면서 크로카스의 변치 않는 애정을 기특히 여겨 크로카스와 리즈를 모두 꽃으로 만들었다.

 리즈는 푸른 빛깔의 나팔꽃이 되고, 크로카스는 샤프란으로 그들의 사랑은 꽃이 되어 영원한 애인이 되었다.

 크로카스는 눈이 덜 녹은 3월 쯤에라도 햇볕 바른 곳에선 서슴찮고 피어나 리즈에로 향한 일념을 노래한다.

 크로카스의 꽃말은 '청춘의 기쁨', '힘', '환락'이다.            

'꽃말 꽃의전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말과 꽃전설의 의의(意義)  (0) 2011.09.14
히아신스/ 수국/ 양귀비  (0) 2011.06.16
매화(梅花)  (0) 2011.03.01
월계수/동백/시클라멘  (0) 2010.12.27
풍경초(캄파뉼라)/ 옥잠화/ 포도  (0) 201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