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꽃의전설

카네이션/봉숭아/벚꽃

如岡園 2012. 5. 15. 23:02

          # 카네이션

 어머니의 사랑을 일깨워 주는 꽃.

 미국의 웹스터라는 작은 마을에 쟈비스라는 부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마을 어린이 누구를 막론하고 사랑과 정성을 베풀어 마을 어린이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쟈비스 부인을 어머니라고 생각했고 쟈비스 부인도 그들을 친자식 이상으로 대해 왔다. 

 그러던 중 그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을 어린이들은 부인의 죽음을 애도하여 그녀의 기일(忌日)에 추모회를 열기로 했는데, 그날 그 부인의 딸 안나는 어머니의 영전에 한아름 되는 흰 카네이션을 바쳐 그곳에 모인 마을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 갸륵한 안나의 정성이 널리 퍼져 모두 그 뜻을 지지하게 되었으며 그날을 잊지 않고 지켜준 것인데, 나중에는 정부에서 이 날을 '어머니날'로 제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미풍 양속은 전세계로 퍼져 우리나라에도 받아들여졌는데, 어머니가 생존해 계시면 붉은 꽃을 가슴에 달고, 돌아가셨으면 흰 꽃을 달게 되어 있다. 

 카네이션은 꽃꽂이의 여왕이라고 알려지고 있지만 품위있고 음전한 꽃이라 하는 것이 적당한 표현이라 할 만하다.

 원산은 남유럽으로 서양에서는 기원전 3백년 쯤 다이안서스라는 이름으로 재배되고 있었다하며, 이것이 지금도 학명으로 되어 있다.

 다이안서스의 다이(Dias)는 그리이스어로 '신'이란 뜻이며, 안서(Anthos)는 '꽃'이란 뜻으로, 즉 '신으로부터 주어진 꽃'이란 의미이다.

 통상적인 이름 카네이션은 라틴어의 카루나티오로부터 유래된 것인데, 카로(Carnis)는 고기 색깔(짙은 적색)을 뜻하며, 그러므로 원색은 고기색 계통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외국에서는 카네이션을 '시인의 패랭이꽃'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것은 옛날 로마에 소크니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그리이스 태생의 아가씨가 영예의 관(冠)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기술이 뛰어나 많은 시인과 화가들에게 사랑받고 있었지만, 동업자들에겐 눈에 가시인 터라 그들은 그녀를 끝내 암살해 버렸다. 

 아폴로 신은 항상 그녀가 자기의 신단을 아름답게 장식했음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가엾이 여겨 그녀를 작은 분홍색의 꽃으로 변하게 했다. 이것이 카네이션이라 한다. '시인의 패랭이꽃'이란 별명도 이러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유래된 것이다.

 카네이션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색깔도 분홍색, 흰색, 노란색 등 여러가지가 있다. 꽃이 아름다우며 향기가 좋아 온실에서는 거의 일 년 내내 꽃을 볼 수 있게 됐다.

 카네이션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봉숭아

 신들이 모여 사는 올림푸스 궁전의 연회석에서, 내방객인 모든 신들에게 선물할 금으로 된 사과 중 한 개가 사라졌다.

 시중을 들던 한 여신에게 누명이 씌워져 그녀는 천국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천국에서 쫓겨난 여신은 아무리 자기 몸을 뒤져 보았지만 금사과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 음모는 어느 마음씨 고약한 신의 장난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누명을 벗기 위해 미친듯이 지상을 헤매다 결국엔 지쳐 죽어 한포기의 꽃으로 변했다. 이 꽃이 바로 봉숭아이다.

 그래서 가련한 여신의 넋인 봉숭아는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씨주머니를 터뜨려 안을 뒤집어 내보임으로써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이 꽃을 봉선화 또는 봉숭아, 또는 속어로 봉사꽃이라고도 부른다.

 봉선화란 중국에서 붙인 이름이며, 군방보(群芳譜)에 봉선화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즉, "줄기와 가지 사이에서 꽃이 피며, 머리와 날개, 꼬리와 발이 모두다 우뚝하게 일어선 품이 봉(鳳)의 형상과 흡사하다"고 하였다.

 이 꽃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므로 우리도 봉선화라 부른 것이다. 봉숭아라 부르는 것은 봉선화의 발음이 와전하여 봉숭아가 된 것이다.

 봉숭아라 하면 우리는 두 가지를 머리에 선뜻 떠올리게 된다.

 그 하나는 애절하고 가슴을 찡하게 하는 '봉숭아'라는 노래의 가사일 터이고, 다른 하나는 소녀들의 꿈을 부풀게 했던 하얀 손톱에 빨갛게 봉숭아 꽃잎 물들이기일 것이다.

 손까락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는 풍습이 전해온 데는 이런 전설이 있다.

 고려 충선왕 때의 일이다. 충선왕이 원나라 공주보다 조비를 더 사랑한다 하여 원 세조의 칙령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나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꿈에 한 어여쁜 소녀가 자신을 위해 가야금을 켜주었는데, 그 줄을 뜯는 열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궁궐 안을 살피던 충선왕은 열 손가락에 흰 천을 댄 채 실로 동여맨 눈먼 궁녀가 눈에 띄었다. 왕은 소녀에게 눈이 먼 사연을 물었다. 소녀는 다소곳하게 앉아, 자신은 고려에서 온 몸인데 고국이 그리워 너무 울다 지쳐 눈이 멀었다고 했다.

 왕은 손가락의 헌겊은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다.

 "봉숭아로 물들이기 위해서랍니다."

 눈 먼 소녀는 정중히 말했다.

 왕은 소녀더러 원나라에 온 연유를 물으니, 아버지가 충선왕을 섬긴다는 이유로 관직을 쫓겨났고, 자신은 공녀(貢女)로 붙들려 와 있다는 기막힌 사연을 늘어 놓았다.

 그리고는 긴히 왕에게 들려 줄 가락이 있다며 가야금을 뜯기 시작했다. 그 곡은 "성공하시어 고국에 돌아가 주십사"하는 간곡한 격려의 곡이었다. 왕은 그만 이 노래에 감동되었다. 

충선왕은 그 후에 원나라의 무종을 도와 그 공으로 고려에 돌아와 왕위에 올랐다. 왕위에 오른 그는 신하에게 명령해 중국에 공녀로 끌려간 그녀를 데려오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죽고 없었다.

 그 후로 충선왕은 그녀를 잊지 못해 궁궐 뜰에 봉숭아를 심게 하여 소녀의 넋을 위로했다 한다.

 봉숭아의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이다.

 

          # 벚꽃

 벚꽃이라 하면 흔히 일본의 꽃으로 인식하기 쉬우나 중국과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꽃나무이며 품종 역시 다양하다.

 우이동 벚꽃은 지금으로부터 290여년 전 효종이 왕조의 부강을 염원하여 북벌을 꿈꾸던 때의 활의 재료로 사용하려는 심산에서 심어 놓은 것이라 한다.

 옛날에는 우이동의 능수벚나무가 이름이 높았으나 벚꽃의 진가를 인정하고 관광객을 끌게 된 것은 근세의 일이다.

 일제가 창경궁을 헐고 창경원에 벚꽃을 심어 동물원을 짓고 공원화하면서 창경원의 벚꽃 구경이 유명해졌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에고 봄철이면 벚꽃 천지가 되어 젊은이의 혼을 쏙 빼어 놓는다.

 벚꽃의 대표적인 벚나무는 사꾸라나무로 제주도가 원산지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원종이 발견되기도 하였으나, 어느 경로를 통해 일본에 들어갔는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어 제주도의 것이 일본벚꽃의 원조인지 아니면 일본 자생의 벚꽃이 따로 있었는지는 모른다.

 벚꽃이 흔히 일본 사람들 사이에 소메이요시노(染井吉野)라 이름붙여져 불리는 이유는 소메이라는 원예가가 이 꽃을 세상에 선보였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 한다.

 벚꽃에 얽힌 일본의 설화 가운데는 이런 것이 있다.

 산의 신 오오야마 즈미노미꼬또(大山祇命)와 들판의 신 쿠사노 히메노미꼬또(草野姬命) 사이에서 태어난 고노하나 사꾸야히메노미꼬또(木花開耶姬命)는 니니기 노미꼬또(瓊久杆尊)에게 시집가기 전까지 꽃의 궁전 안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구름을 밟고, 보라빛 구름을 뚫고 솟아 있는 후지산의 꼭대기에 내려와 종자를 뿌리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사꾸라의 안개꽃이 눈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 피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 땅에 신이 오셨다고 전해지는 신대(神代) 즈음의 이야기다.

 일본에서는 꽃이라 하면 사꾸라, 사꾸라 하면 야마사꾸라(山櫻)를 말하며, 많은 시가, 회화, 이야기 등의 제재(題材)가 되고 있다. 특히 일본 군국주의가 '벚꽃처럼 피었다 떨어져라'는 함의의 군가로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몰아 산화하게 한 꽃이기도 하다.

 벚꽃의 꽃말은 '절세의 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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