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지(Pansy)
팬지는 여러 꽃 중에서 로맨틱한 꽃으로 유명하다. 팬지는 프랑스어의 팡세(생각하다)에서 이름이 유래했으며, 특히 미혼녀에게 사랑받는 꽃이기도 하다.
'팡세 아모아!'라면 '나를 생각해 주세요!'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으며, 세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도 사랑에 정신이 나간 오필리아가 팬지를 손에 들고 그 꽃의 비유를 말하는 대목이 있다. 시에서는 하프스윗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동화적이면서도 인간의 깊은 심연을 그려 낸 화가 앙리 루소는 어느 부인에게 띄운 편지 속에 팬지를 그리고 그 위에 '그대에게 나의 모든 팬지를 바친다'라고 썼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 온다.
그리이스 민화에 따르면 이 꽃은 원래 흰 꽃이었다고 한다. 그리이스의 사랑의 신 쥬피트가 한 시녀를 연모하여 그녀의 가슴에 화살을 쏘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녀의 가슴을 빗나가 그만 곁에 피어 있던 오랑캐꽃에 날아가 꽂혔다. 그때의 상처에서 세 가지 색의 오랑캐꽃이 생겨났다고 한다.
또한 봄날, 들판에 내려 온 천사들이 무리져 피어 있는 오랑캐꽃을 발견하고 지상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나의 모습을 네게 선물하마. 사람들에게 천상의 정숙함과 청순한 사랑을 전하거라. 너의 장래가 영광으로 채워지고, 이 꽃을 보는 사람에게는 행복이 같이 하도록!"
천사들은 이렇게 속삭이며 그 꽃에 세 번 입맞추어 천사의 모습과 같은 세 가지 색을 안겨 주었다. 봄날의 기쁨을 알리는 사자로서 세상의 끝까지 우아하게 꽃피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천사의 모습을 닮았다는 팬지. 사람의 얼굴을 닮았는지 천사의 얼굴을 닮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왜소하나 우아한 자태는 젊은 아가씨의 다소곳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독일에서는 이 꽃이 여러 색깔의 꽃잎을 갖고 있는 데 대한 이야기도 있다.
맨 앞의 큰 잎은 계모고, 그 위의 두 장의 꽃잎은 데려온 자식이며, 맨 위의 두 장은 전처의 딸로서 한 집안에서 모두 살았다. 그런데 전처의 자식들은 호화롭고 남부러움 없이 생활했던 반면에, 전처의 딸은 매우 구박받고 비참한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신이 전처의 딸을 도와주었다는 흐뭇한 이야기도 전해 내려 온다.
제비꽃이라고도 불리는 팬지는 가장 쉽고 값싸게 구할 수 있는 꽃으로, 도시 아파트의 좁은 베란다에서도 대할 수 있는 꽃이다. 때문에 우리는 오랜 친구모양 정겹고 허물없이 대할 수 있어 가까이에 두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꽃이기도 하다.
팬지의 꽃말은 '사색', '나를 생각해 주세요'이다.
# 오랑캐꽃(Violet)
워즈워드의 시 중에 이 꽃을 칭송한 이러한 시의 한 구절이 있다.
"반쯤은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이끼긴 돌 아래 핀 오랑캐꽃
그 누구일까
하늘에 빛나는 별같은 아름다움을"
이 시는 루시라는 소녀를 별과 오랑캐꽃에 비유한 시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땅에서 미소짓는 오랑캐꽃" 이라는 서양의 노래 가사의 소재로 되어 있는 이 꽃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꽃으로, 봄날의 대표적인 꽃 중의 하나이다.
오랑캐꽃은 전세계에 분포되어 있으며 종류가 350여 종이나 되는데, 봄날의 안개에 싸여 3월의 언덕에 피기 시작한다. 이 꽃의 영어명인 바이오렛은 '보라색'이란 뜻으로 고운 보라빛으로 머리숙여 꽃핀 모습은 애처롭기조차하다.
도시의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스물스물 기어오르고, 동네의 언덕 위로 아지랑이가 퍼지기 시작하는 봄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귀여운 꽃이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들에겐 몸치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꽃이며, 소녀들에겐 향수를 느끼게 하는 꽃이다.
옛날 그리이스의 전설에, 아티스라는 양치기 소년과 이아라 불리는 소녀는 서로 사랑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티스는 미의 신 비너스가 가장 귀여워하던 소년이었으므로 그녀는 그들의 사랑을 눈에 티가 낀 듯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들 둘의 뜨거운 사이를 보다못한 비너스는 그녀의 아들 큐피트를 시켜 사랑에 불붙게 하는 황금의 화살을 이아의 가슴에 쏘게 하는 한편, 사랑을 잊게 하는 납화살을 아티스의 가슴을 향해 쏘게 했다.
이아는 아티스를 찾아갔으나 아티스는 이미 사랑을 잊은 후인지라 전혀 이아의 사랑이 전해지지 않았다. 이아는 견디다 못해 울며 서러워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비너스는 자신이 저지른 짓이기는 하지만 불쌍하게 여겼던지 이아를 작고 가련한 꽃으로 만들었는데 그 꽃이 바로 오랑캐꽃이라고 전해진다.
한편 이런 전설도 있다.
내[川]신의 딸 이오는 하늘의 왕 제우스와 즐기고 있었는데, 하늘의 여왕 헤라가 돌아오는 것을 눈치챈 이오는 어린 양으로 변신해 숨었다. 이를 가엽게 여긴 제우스는 어린 양의 식량으로 오랑캐꽃을 만들었다.
또한 이오는 제우스에게 사랑받았기 때문에 헤라의 질투에 괴로워하며 세계의 여러 곳을 헤매다가 병이 났기 때문에 제우스는 이오의 아름다운 눈을 못잊어 그 눈동자를 생각하며 이 꽃을 만들었다 한다.
시에서 노래말에서 이 하찮은 들꽃이 그렇게도 칭송받게 된 것은 여느 들꽃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 꽃만의 아름다운 보라빛 꽃색깔이 던져주는 가인(佳人)과도 같은 품위 때문이 아닐까.
오랑캐꽃의 꽃말은 '佳人'이다.
# 패랭이꽃(Superb pink)
"......화환에 어울리는 별을 수놓은 꽃......"
윌리암 모리스는 패랭이꽃을 이렇게 수많은 별을 수놓은 화환같다고 칭송하고 있다.
이름없는 들풀들 틈에 끼어, 그리 짙지도 그렇다고 엷지도 않은 붉은빛의 가련한 꽃에 대한 칭송으로는 꽤나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부드럽게 갈라진 잎 끝은 들꽃의 비속함을 떠나 우아함을 지니고 있고, 긴 꽃받침에 싸여 가냘프게 꽃핀 다섯 장의 꽃잎은 서로 잇대어 있어 마치 한 장의 꽃잎인 양 아담하게 느껴진다.
'순결한 사랑'이란 꽃말과는 달리 이 꽃은 슬픈 전설을 안고 있다.
옛날 그리이스에 부모를 일찍 여읜 리크네스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부모를 일찍 여읜 탓에 살 길이 막막하자 로마로 돈벌이를 나갈 결심을 했다.
그 당시 로마에서는 전공이 뚜렷한 개선 장병이나 영예로운 시민에게 월계수로 만든 관을 주었는데, 리크네스는 부녀자들이 만드는 면류관을 보고 곧 그것을 손에 익혀 생업으로 삼게 됐다. 그의 재주는 금새 소문이 나 로마 전역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업으로 삼고 생계를 유지하던 부녀자들은 자신들의 밥벌이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그를 몹시 시기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니크트라고 하는 마음씨 고약한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젊은 화가를 꾀어 끝내 리크네스를 살해한다.
로마 사람들은 그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하여 아폴로 신에게 기도를 올리자 아폴로는 리크네스를 붉은 패랭이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 후로도 로마 사람들은 새 면류관을 쓰는 것보다 리크네스가 만든 오래된 헌 면류관을 쓰는 것을 더 영광으로여겼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꽃을 패랭이꽃이라 한 것은, 옛날 상인이나 천인들이 쓰던 댓개비로 만든 패랭이를 거꾸로 한 것과 꽃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전설에서 비롯돼 석죽(石竹) 또는 구맥(瞿麥)이라고 한다.
옛날 중국에 힘이 세고 용감한 장사가 있었다. 그는 어느날 인근에 밤마다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못된 석령(石靈)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용기를 내서 산에 올라갔다. 힘이 장사인 그는 활에 화살을 메워 바위를 향해 힘껏 줄을 당겼는데, 너무 세게 쏘아 바위에 박힌 화살이 뽑히지 않았다.
그 후 그 돌에서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는 고운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바위에서 핀 대나무를 닮은 꽃이라 하여 '石竹'이라 이름붙였다 한다.
여기저기 패랭이꽃이 들풀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 때면, 우리는 가을의 속삭임을 가깝게 듣는 듯해 가슴뿌듯하지만, 이 꽃의 가냘픈 모습 때문일까, 가슴에 밀어닥치는 쓸쓸하고 적막함을 떨굴 수가 없다.
패랭이꽃의 꽃말은 '순결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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