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
11월령
십일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하였는고
몇 섬은 환자하고 몇 섬은 왕세하고
얼마는 제반미요 얼마는 씨앗이며
도지도 되어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시곗돈 장릿 벼를 낱낱이 수쇄하니
엄부렁 하던 것이 나머지 바이 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농량이나 여투리라
콩길음 우거지도 조반 석죽 다행하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이 생하도다
시식으로 팥죽쑤어 인리와 즐기리라
새 책력 분포하니 내년 절후 어떠할꼬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리하다
공채 사채 궁당하니 관리 면임 아니온다
시비를 닫았으니 초옥이 한가하다
단귀에 조석하니 자연히 틈 없나니
등잔불 긴긴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고 잡고 짜네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 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지꺼리니 실가의 재미로다
늙은이 일 없으니 기직이나 매어 보세
외양간 살펴 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깃 주어 받은 거름 자로 쳐야 모이나니
12월령
십이월은 계동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설중의 봉만들은 해 저문 빛이로다
세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고
집안의 여인들은 설빔 의복 장만하고
무명 명주 끊어내어 온갖 무색 들여내니
자주 보라 송화색에 청화 갈매 옥색이라
일변으로 다듬으며 일변으로 지어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렸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 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세육은 계를 믿고 복어는 장에 사서
납평날 창에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고
아이들 그물 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 대추 생율이라
주준에 술 들으니 돌틈에 새암 소리
앞뒷집 타병성은 예도 나고 제도 나네
새 등잔 세발심지 장등하여 세울 적에
웃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 세배 하는구나
결사(結詞)
어와 내 말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종년 근고 한다 하나 그 중에 낙이 있네
위로는 국가 봉용 사계로 제선 봉친
형제 처자 혼상 대사 먹고 입고 쓰는 것이
토지 소출 아니라면 돈 지당을 어이할꼬
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이 근본이라
배 부려 선업하고 말 부려 장사하기
전당 잡고 빚주기와 장판에 체계놓기
술장사 떡장사며 술막질 가게보기
아직은 흔전하나 한 번을 뒤뚝하며
파락호 빚구러기 사던 곳 터도 없다
농사는 믿는 것이 내 몸에 달렸으니
절기도 진퇴 있고 연사도 흉풍 있어
수한 풍박 잠시 재앙 없다야 하랴마는
극진히 힘을 들여 가솔이 일심하면
아무리 살년에도 아사는 면하느니
제 시골 제 지키어 소동할 뜻 두지마소
황천이 지인하사 노하심도 일시로다
자네도 헤어보아 십년을 가령하면
칠분은 풍년이요 삼분은 흉년이라
천만 가지 생각말고 농업을 전심하소
하소정 빈풍시를 지었느니
이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
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농가월령가는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쓴 월령체 장편가사이다. 11월령에서는 仲冬인 11월의 절기, 메주쑤기, 동지의 풍속, 가축기르기, 거름준비 등을 노래하고, 12월령에서는 季冬인 12월의 절기, 새해준비, 묵은세배 등을 묘사하였으며 끝으로 결사에서는 농업에 힘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상에서 농가월령가의 全文을 카테고리 <歲時風俗>에 절기에 맞도록 나누어 모두 수록하였습니다.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현대국어 철자법에 따랐으나 번잡을 피해 주석을 달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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