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싸움[투우,鬪牛]
소싸움은 경상남도의 거의 전역에서 주로 추석에 거행되었으며, 강원도 황해도 경기도 등지에서도 볼 수 있다. 서양의 투우경기와는 달리 소끼리 싸움을 붙이는 매우 단순 소박한 것이다.
우리나라 황소는 원래 유순하여 싸움이 그리 격렬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싸움 전에 소주 따위를 먹여 흥분시키면 평소 유순하던 소들도 사나와져서 제법 볼 만한 싸움을 전개한다.
싸움을 시키는 장소에는 모래를 깔고 적당한 넓이를 둥글게 새끼줄로 구획을 한다. 그 중앙에 선발된 부락대표의 소 두 마리를 세워놓고 소 사이는 포장으로 가린다. 포장을 철거하면 싸움이 시작되어 서로 뿔을 맞대어 상대를 떠받고 밀치고 한다. 이 때 부락의 농악대들은 자기편의 소가 이기도록 요란하게 농악을 울리며 부락민들은 함성을 지르며 응원을 한다. 승부는 무릎을 꿇거나 넘어지거나 하는 것으로 결정되는데, 크게 상하거나 죽는 일도 간혹 있다고 한다. 여러 마리의 소를 차례로 대결시킬 경우에는 시간제한을 하고 단판치기 싸움인 경우에는 승부가 날 때까지 계속시킨다.
한국의 소싸움은 스페인 등지의 투우와는 달리 농촌생활의 여가에 손쉽게 벌일 수 있는 오락의 한 가지이다.
# 닭싸움[투계,鬪鷄]
수탉끼리 만나면 꼭 싸우는 습성을 이용하여 특별히 길들인 수탉을 싸움시켜 구경거리로 삼고 또는 돈을 걸기도 한다.
이와같은 닭싸움은 동남아 여러 곳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적인 분포를 나타내고 있으나 특히 경상남도에서 성행되어 왔다.
싸움닭의 종류로서는 인도 원산의 <샤모>, 일본산인 <한두>, 그리고 한두와 한국 재래종의 잡종인 <우두리> 등이 있으며, 이들의 투지를 기르기 위하여 미꾸라지와 달걀 또는 배암까지도 먹이로 삼는다. 싸움닭은 목이 긴 것이 특징이며 동작이 민첩하다.
주둥이로 쪼고 발로 차면서 싸우는데, 앞치기 뒤치기 등의 명칭이 있으며, 주저앉거나 주둥이가 땅에 닿거나 하면 진다. 1년생이 가장 투지가 왕성하며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경우도 있다.
# 거북놀이
상원과 추석에 농촌 청년들이 하는 놀이. 예축의례(預祝儀禮)와 수확의례(收穫儀禮)에 관련된 민속놀이이다.
거북놀이의 유래는 신라 문무왕 때부터라고 하나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노인들의 속설에 의하면 장수동물인 거북은 동해 용왕의 아들로 여겼으니 일년에 한 차례씩 거북을 위로함으로써 모든 잡신을 몰아내고 가뭄과 홍수를 막고 무병장수하며 부락의 안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 놀이는 경기도 일원에서 집중적으로 전승되고 있으며 강원도, 충청남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제주도 일부지역에서도 연희된 흔적지가 있다.
충북 음성지방 거북놀이의 인원구성을 보면 기수 1명, 질라래비 1명, 거북역 2명, 시종 2명, 어릿광대 1명, 농악대 수행원 의사 1명으로 되어 있다.
용기(龍旗)는 적색바탕에 여의주와 함께 황룡을 그리고 가장자리에는 흑색천으로 주름을 잡는다.
질라래비는 잠방이에 오쟁이를 진다.
어릿광대는 정자관을 쓰고 백색도포를 입으며 수염으로 가장하고 담뱃대와 부채를 들고 다닌다.
수행원들은 주로 소년들이며 각기 수숫대 잎으로 치마를 만들어 두르고 용수를 만들어 쓴다.
거북이의 등은 수숫잎을 틀어 만들기도 하고, 맷방석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머리는 작대기 끝에 박속으로 거북이의 얼굴을 만들고 두 개의 귀는 꽃송이로 장식하고 위엄을 주기 위하여 밤송이도 섞어서 만든다. 꼬리는 막대기 끝에 수숫대의 잎을 한묶음 달아서 만든다. 이렇게 준비가 되면 맷방석 밑으로 장정 두 사람이 들어가 앞 사람은 머리를 들고 뒷 사람은 꼬리를 들고 거북이 걸음을 한다.
놀이의 방법은 용기수(龍旗手)를 선두로 하고 가장한 질라래비가 거북이를 이끈다. 그 뒤에 시종 둘이 따르며 그 뒤를 어릿광대와 농악대가 따른다. 이 대열은 집 대문앞에 모여 수문장 굿을 친다. 그때 질라래비는 덕담(德談)을 늘어놓는다. 즉 "천석 거북이 들어갑니다. 만석 거북이 들어갑니다.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오고 땅을 쓸면 황금이 쏟아져 나오니 이댁의 문을 활짝 열어주소서." 하면 주인은 문을 활짝 열어준다. 이어서 농악대만 마당에 들어가 질라래비의 덕담과 함께 용왕굿을 한다. "용왕님, 용왕님, 사해 용왕님, 동해용왕 광연왕, 남해용왕 광덕왕, 서해용왕 광진왕, 북해용왕 광태왕, 이댁에 샘물을 콸콸 솟게 하여주소서. 동에는 청연수, 남에는 정연수, 서에는 백연수, 북에는 흑연수, 중앙에 황연수 모아다가 이댁 가중으로 들어오게 하여 이 물로 밥을 지어 잡수시면 1년 열두달 과년 열석달 3백 65일 내내 갈지라도 근심걱정 무안질병 삼재팔난 하나 없이 천지 점지하여 주소서."라고 한다. 이어서 농악 상쇠는 "뚫어라 뚫어라 물구멍만 뚫어라."하고 꽹과리 장단을 치면 농악대가 따라 울린다. 다음으로 또 마당굿을 치고나서 거북놀이는 시작된다. 거북은 마당을 돌며 놀다가 쓰러지게 되는데 이때 질라래비는 "이 거북이 동해바다를 건너 이 산골까지 오느라고 과로해서 병이 났나보다."운운하고 종노를 시켜 의사를 불러오게 한다. 의사는 와 보고 병이 너무 중태라며 손을 떼려고 할 때 질라래비와의 해학적인 문답이 오간다. 결국은 많은 음식이 나오도록 유도해서 접대를 받은 다음 다시 덕담을 늘어놓으면 거북놀이를 한다.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 천량 거북아 놀아라. 만량 거북아 놀아라. 즐겁게 받으시고, 마음답게 받으시고, 헝그럽게 받으시고, 거북아 거북아 싫컨 놀고 놀아보자. 재주대로 놀아보자. 헝그럽게 놀아보자. 천금만냥 빌어주소. 우리 거북님 빌어주소. 모두가 거북님의 덕택일세. 지성이면 감천일세. 거북님의 덕택일세. 나라님의 만수무강, 백성들의 만사태평 이댁에는 여의대통. 거북님아... 거북님아..."라고 늘어놓고 다시 타이르는 조로 말을 잇는다. "거북아, 거북아, 이댁 문전에 들어왔으니 마당 돌고 울안 돌고 잡귀 잡신 훌 몰아다가 조선국 울릉도 깊고 깊은 물에 둥이 둥실 띄울지어다."하며 마당을 한바퀴 돌아 문턱에서 큰 절을 시킨 다음 조왕굿을 한다. "조왕님 조왕님 3만 6천 성주대신, 8만 4천 제대조왕, 3불제석 산신님네, 산신국사 토지지신, 조상부모 영혼님네, 조왕님, 조왕님, 검은 솥에 화식을 익혀 먹을 때도 아무 거침없이 수복다남 부귀영화 내려주소서."라는 덕담을 하고, 터굿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덕담을 한다. "말을 먹이면 용마가 되고, 소를 먹이면 억대우가 되고, 닭을 먹이면 봉황이 되고, 개를 먹이면 마구할미 청삽싸리 네눈박이 되어, 이집 문간 중방에 턱을 걸고 오시는 손님 받아들이고 가시는 손님 불러들이고 컹컹 짖는 소리 이 근방 만전복록 이댁으로 무럭무럭 떠들어오게 하여 주소서." 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같은 놀이는 30분 내지 1시간 걸린다.
이 거북놀이도 지방에 따라 놀이의 양상에 약간씩의 차이는 있다. 경기도 광주와 여주지방의 것을 보면 아래와 같다.
즉 광주지방에서는 거북이가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자, 이것을 본 집주인이 거북몰이에게 그 까닭을 묻는다. 그러면 거북몰이가 배가 고파서 그런다고 대답하면 집주인이 음식을 차려 내어놓는 것이다. 이 거북놀이는 밤 늦게까지도 노는 것인데, 지방에 따라서는 음식대접 외에 쌀, 보리 등 곡물 약간을 내어놓기도 한다. 이 때 거둬들인 곡물은 모아 두었다가 마을을 위한 공공사업에 사용한다.
여주군 전역에서 행해졌던 것으로는 추석에 수수잎을 따서 한가운데 모습을 지어 마치 지네발과 같이 길게 엮는다. 이것을 몇 개 이어서 멍석처럼 만들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꺼불거리며 걸어간다. 그러면 마치 거북이 걸어가는 것같다. 그리고 거북이 임자가 뒤에 서서 "거북아, 거북아, 만세 거북아, 잘도 먹고 잘도 노아라."하고 외치면 풍물도 여기에 맞추어 농악을 연주한다. 그리고 그 동네 부자집 마당에 가서 흥겹게 놀면서 갖은 덕담으로 그 집을 추켜세운다. 그러다가 거북이 쓰러지자 거북이 배가 고파 쓰러졌으니 먹을 것을 갖고 오라고 소리치면 이것을 신호로 그 집에서 미리 준비하였던 술 떡 과일 등을 푸짐하게 내온다. 그러면 여기서 배부르게 먹고 즐기다가 또 다른 집으로 간다. 이렇게 하여 온 동네가 술풍년 떡풍년 노래풍년이 든 듯하다.
이 거북놀이를 소놀이라고 하는 곳도 있는데 이 경우는 물론 거북 대신 소가 그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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