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時風俗

섣달그믐날/ 설날/ 세배/ 세의

如岡園 2012. 1. 17. 21:33

          # 섣달그믐날

 음력 12월의 마지막 날인데 제석, 제야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이날이 되면 궁중에서 연종방포(年終放砲)라 하여 대포를 쏘았으나 근래에 와서는 보신각에서 삼십삼천에 울려퍼지는 제야의 종을 서른 세 번 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날은 연중의 거래 관계를 청산해야 하며, 자정이 지나면 정월 보름까지 빚 독촉을 하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

 이날에는 세찬이나 차례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여야 하고, 남자들은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한다. 특히 집 주변의 외양간과 거름을 퍼내어 설맞이 준비를 하는데, 이는 묵은 해의 잡귀와 액은 모두 물러가고 신성한 가운데 신년을 맞이하려는 마음의 준비이다.

 그리고 마당을 깨끗이 쓸고 난 쓰레기를 태운다는데 잡귀를 불사른다는 신앙적 속신이기도 하다.

 이날은 사당에 절을 하고, 어른에게도 절을 하는 일종의 묵은 세배를 한다. 이는 1년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사히 지나게 하였다는 뜻에서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이것은 궁중에서도 행하여졌다.

 이날 밤에는 곳간, 장독대, 축사 등 집안의 곳곳에 불을 밝혀놓고 잠을 자지 않는데 이것을 수세(守歲)라고 한다. 불을 밝혀 놓는 것은 잡귀의 출입을 막고자 하는 것이며, 수세를 하는 것은 이날 밤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하는 속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되기 위하여 놀이와 고담 등을 읽고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잠을 참지 못해서 잠에 들면 눈썹에 흰칠을 하여 설날 아침에 골려주기도 한다.

 평안도나 함경도에서는 빙등(氷燈)을 설치하고 세찬을 보내며 여러가지 놀이와 의례를 행하기도 하며, 또한 고사 등의 제의도 행하였다.

 한편 지방에 나가있는 관리들은 조정관리나 친척에게 토산품으로 세찬(歲饌)을 보내기도 하였다.

 

          # 설날

 한 해의 첫날이며 달력의 기점이 되는 날이다. '설'은 음력 1월 1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원단(元旦), 원일(元日), 정초라고도 불린다. '설'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만한 기원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단지 여러가지 의미의 이견들이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설계[元旦系] 語辭'라는 한 논문에 의하면 '설'이라는 말은 이미 신라시대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던 말이라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원효(元曉)의 이름에 대한 유래 즉 '元曉亦是方言也 當時人皆以鄕 言稱之始旦也'를 인용하고, 거기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즉 원효라는 말의 의미는 시단(始旦)이며 그것은 원단(元旦)을 뜻하는 것이므로 신라인들은 그것을 원단을 뜻하는 '설'로 발음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것은 정월 초하루를 지칭하는 '설'이라는 말이 이미 고대로부터 널리 쓰여졌고, 그리고 그것은 새롭게 출발한다는 신선한 의미로 젼해져 왔었음을 의미한다.

 이날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구분없이 일손을 놓고 새옷 즉 설빔으로 갈아입고 어른들에 세배도 하며 조상에게 차례(茶禮)를 지낸다.

 차례는 사당에서 모시는데 4대조까지 신주를 모셔두고 지낸다. 4대조 이상은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 10월에 시제(時祭)로 모시게 된다. 이 차례에는 원근의 자손들이 장손의 집에 모여들어 제사를 지내며 단란한 분위기로 한 해를 맞이한다.

 또 이날은 조상들의 무덤을 찾아가 성묘도 한다. 요즘은 한식과 추석에 주로 성묘를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생존한 어른에게 세배하듯이 돌아간 조상에게도 생존시처럼 성묘를 드렸다. 

 설날 절식으로 일반적인 것은 떡국이다. 조상에게 떡국 차례도 지내며 나이 먹은 것을 떡국을 몇 그릇째 먹었느냐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날 만두를 먹듯이 우리나라 북부지방에서도 만두국을 많이 먹는다. 또 영남지방에서는 지금도 세찬의 하나로 많이 쓰이는 것에 강정이 있다.

 세주로 마시는 초백주(椒栢酒), 도소주(屠蘇酒)는 중국에서 유래한 세주로서, 정초에 마시면 괴질을 물리치고 일년 중의 사귀를 없애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세주는 중국에서 이미 양대(梁代, 6세기) 이전부터 있어 온 것으로 우리나라에도 꽤 일찍부터 상부층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초백주는 후추 일곱개와 측백의 동향한 잎 일곱개를 한 병 술에 담가서 우린 술로 섣달 그믐날밤에 담가서 정초에 마시면 괴질을 물리친다고 한다.

 도소주는 산초, 방풍, 백출, 밀감피, 육계피 등을 조합하여 만드는데, 이것을 마시면 일년의 사귀를 없애고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둘 다 다분히 속신적인 요소가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세주로는 약주 또는 청주나 탁주가 쓰이고, 혹은 소주에 약미(藥味)를 가미한 것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인 것 같다.

 

          # 세배(歲拜)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웃사람들에게 드리는 새해 인사.

 이날 아침이면 남녀노소가 모두 설빔으로 갈아입고 큰집[長兄家]에 모여 차례를 지낸 후(직계 가족은 차례 이전),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은 먼저 집 어른들에게 절을 하여 세배를 올린다.

 그 다음 이웃과 친척집을 찾아다니며 웃어른에게 세배를 하는데, 세배하러온 사람들을 맞은 집에서는 젊은이들에게는 술과 음식을 내어 대접하고 아이들에게는 세뱃돈과 떡, 과일 등을 주며 덕담을 한다. 

 이 세배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풍습으로 해마다 정초가 되면 멀리있는 친척들까지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는 것이 예의로 되어 있다.

 먼 곳에 있는 분은 정월 15일까지 찾아가서 세배하면 예의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한편 섣달 그믐날 저녁에 존장자에게 '과세 안녕히 하십시오' 또는 '환세 안녕히 하십시오'라고 절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묵은세배'라 한다.

 

          # 세의(歲儀)

 세모(歲暮)를 맞이하여 그 지방의 특산물을 친척이나 친구에게 보내는 일을 말한다. 세찬(歲饌)이라고도 한다. 각 지방에 나간 벼슬아치가 조정의 벼슬아치에게 세의를 보내기도 했다.

 세의에는 토산물의 품목을 적은 편지도 함께 보내는 것이 관례이다.

 민간에서도 세의를 보냈는데, 어른이나 스승, 그리고 친정이나 처가에도 닭, 계란, 꿩, 과물 등을 보냈다.

 

                                                    이상 <한국민속대사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