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Iris,붓꽃,꽃창포)
아이리스(붓꽃)과에 속하는 꽃은 세계에 수백여 종이 되지만 일본산 아이리스(Japanese iris)로 불리는 꽃창포가 특히 우아하다.
꽃창포는 원래 재배 개량된 것으로 지금은 많은 종류가 있지만 동일종으로 이와같이 많은 품종이 있는 꽃은 아이리스 속에서는 이 꽃창포 뿐이다.
꽃창포 하면 우리는 언뜻 단오날 여인네들이 잎을 삶아 그 물에 머리를 감는 창포로 알고 있는데 그 창포와는 거리가 멀다. 머리를 감는 창포는 꽃창포와 잎 모양은 같으나 창포 잎은 다소 좁고 섬유질이며 보잘것 없이 작은 꽃은 꽃인지 아닌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프랑스의 국화이기도 한 이 꽃창포는 그리스어의 아이리스(iris), '무지개'란 뜻이며 꽃빛이 무지개 빛처럼 찬란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역에 자생하고 있는 꽃으로 옛부터 궁궐이나 재상가의 정원 연못 주변에 운치를 돋구어 주었다.
그리스의 신화에 꽃창포에 관한 이런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하늘의 신에게 아이리스라고 하는 예쁜 딸이 있었다. 헤라는 첫눈에 아이리스의 품위있는 몸가짐에 현혹되어 자기의 시녀로 삼아 총애했다. 헤라의 남편인 제우스는 아이리스의 미모에 넋을 잃고 유혹하려 했으나 그때마다 아이리스는 용케도 제우스의 유혹을 뿌리쳤다.
그러자 헤라는 이러한 아이리스의 고귀한 인품에 감동해 인간세상에서 무지개라는 목걸이를 안겨주며 하늘에 다리를 놓고 건너는 영광을 부여해 주었다. 그리고는 향기로운 입김을 세 번 뿜어 축복하는 순간 그 몇 방울이 땅에 떨어져 그곳에서 꽃이 피니 이를 '아이리스'라 했다.
아이리스는 백합과는 또다른 품위를 지닌 꽃으로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은 지나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지개 빛과 같이 영롱한 그 빛은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한 힘을 간직하고 있다.
아이리스의 꽃말은 '우아한 심정'이다.
무궁화(木槿花)
무궁화는 짙은 향기를 가졌거나 화려하지는 않으나 은근하니 담백한 멋이 있는 꽃이다. 국화(國花)라는 선입감을 떨구고 바라보더라도 무궁화는 겨레의 얼이 숨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꽃이다.
문일평은 <花下漫筆>에서 무궁화가 우리 민족의 예찬을 받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목근화(木槿花)는 무궁화니 동방를 대표한 이상적인 명화이다. 이 꽃이 조개모락(朝開暮落)이라고 하나, 실지로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요 시드는 것이니, 조개모위(朝開暮萎)라 함이 차라리 가할 것이며 따라서 낙화 없는 것이 이 꽃의 특징의 하나로 볼 수 있거니와 어쨌든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어지는 것은 영고무상(榮枯無常)한 인생의 원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여름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까지 계속적으로 피는 것은 자강불식(自强不息)하는 군자의 이상을 보여 주는 바다. 그 화기(花期)의 장구한 것은 화품(花品)의 청아한 것과 아울러 이 꽃의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것인 바 한국인의 최고 예찬을 받는 이유도 주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무궁화는 우리의 국화이기는 하나 원산지는 시리아, 인도, 중국의 남부 지방 등으로 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는 문헌상으로 고려 예종 때 근화향(槿花鄕)이라 한 것이 현존한 사료로는 최초인 듯하며, 이로부터 백 년쯤 지난 신종~ 강종 연대 이규보가 근화(槿花)를 논한 것이 있다.
이규보의 친구 중에 문씨와 박씨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무궁(無窮)이 옳다 하고 또 한 사람은 무궁(無宮)이 옳다고 고집하여 서로 결정을 짓지 못하고 마침내 백낙천(白樂天)의 시운을 취하여 제각기 근화시(槿花詩) 한 편을 짓고, 규보에게 권하여 판가름해 주기를 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 것을 보면 무궁화의 명칭도 그 유래가 오랜 것임을 알 수 있다.
무궁화를 국화로 삼은 것도 이러한 사적(史的)인 것과 관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먼 옛날 큰스님 한 분이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어린 아이를 때리며 핀잔 주는 굵직한 사내 목소리에 멈칫 발길을 멈추었다. 소리나는 곳으로 가 보자 웬 험상궂은 사내가 자기 집 울타리에 핀 흰무궁화를 꺾었다고 어린애를 때리고 있었다. 대사는 이를 말리며 어린애에게 무궁화를 꺾게 된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어린애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름이 아니옵고 저는 요 아랫마을에 사는데 집이 가난해 겨우 어머니의 삯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전날 그만 실수하여 남의 흰 도포에 얼룩을 묻히고 말았지 뭡니까. 도포 주인이 얼룩을 보고 노하여 새것을 사흘 안으로 지어 놓든가 그렇지 않으면 물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집은 원체 가난해 새것을 지을 수 없어 고심하던 차에 어머니는 병석에 눕고 저는 얼룩 빼는 법을 묻고 다니며 알아 냈던 바, 다름 아닌 흰무궁화 꽃을 얼룩에 대고 비비면 빠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집에 와 이러한 사유로 흰무궁화가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구걸했지만 주인은 냉정하게 거절하더라는 것이다. 그래 할수없이 몰래 꺾으려다 이런 봉변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년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고 있던 대사는 벌컥 화를 내며 사내에게 소리쳤다.
"천 명의 중에게 시주하느니보다 이 아이에게 한송이 꽃을 베푸는 것이 백번 낫다."
"대사님, 이것은 무궁화꽃이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접시꽃이죠."
그러자 대사는 아이를 위로하며 돌아갔다. 사내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무궁화와 접시꽃도 모르는 바보대사 같으니라구......"
이 순간, 그 사내가 돌아섰을 때. 무궁화 울타리는 온통 접시꽃으로 변해 있었다. 그만큼 무궁화는 접시꽃과 흡사하다.
무궁화가 풍겨주는 미덕은 역시 끈기와 겸손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 단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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