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프란(Saffron Crocus)
보라색으로 꽃피는 꽃빛은 맑아 아름답고 그 향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이국 정취를 자아내는 사프란에 얽힌 이야기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늦가을의 해 질녘, 꽃의 신 플로라가 호숫가의 목장에 누워 생각에 골몰하며 쉬고 있었다. 그 때 돌연 발 아래에서 목초의 요정이 나타나 여신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듯 말했다.
"여신님, 무성했던 목장의 풀이 모두 서리에 시들고 말았으니, 가을의 마지막 꽃을 찾아 방황하는 어린 양들을 굽어 살피시어 낮잠 잘 보금자리를 주시옵소서."
그러자 여신은 목초의 요정을 가엾게 여겨 가을의 마지막 꽃으로 한송이 꽃을 피워 주었는데, 이 꽃이 사프란이었다고 한다.
사프란은 크로카스 속(屬)에 따른 꽃이므로 자칫하면 크로카스와 혼돈하기 쉽다.
봄에 피는 것을 원예상으로는 크로카스라 하며, 가을에 꽃이 피며 약제로 쓰이는 것을 사프란이라 하여 구분한다.
사프란과 크로카스를 구별하는 방법 중 이보다 쉬운 방법은 수술과 암술의 숫자로 구분하는 법이다.
크로카스는 수술이 셋이고 암술이 하나인데 반해, 사프란은 수술이 여섯에 암술이 셋으로 크로카스보다 숫자상으로 우세하다.
이 사프란의 암술은 귀중한 약제로 사용되며, 또한 사프란의 향기는 아주 강렬하여 이 작은 꽃에서 나는 것이 분명한가 의아해 하리만큼 인상좋은 꽃이다.
늦가을의 높은 하늘과 대조를 이루며 냉냉하기는 하나 춥지 않은 가을바람을 안고 피어 있는 사프란은 마치 화선지에 보라빛 물감을 번지게 한 듯 곱게 퍼져 있다.
솔잎같이 가늘고 실같은 잎에 마치 접시같은 꽃이 우아하며, 부푼 꽃망울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사프란의 꽃말은 '환희'이다.
# 과꽃(China aster)
'추상(追想)'이란 꽃말을 가진 이 꽃은 화려하기는 하나 고귀하고 품위 있는 꽃이라기보다는 대중적인 꽃으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들의 꽃밭을 수놓아 왔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어요/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어요/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우리의 귀에 익은 이 동요로 미루어 보더라도 과꽃은 대중적인 서민의 꽃임을 알 수 있다.
여름이 물러가고 제법 서늘한 초가을로 들어서는 문턱에서 드높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비취옥 같이 고운 빛으로 꽃피는 것이 과꽃이다.
국화과에 속하는 이 꽃은 싹이 돋아날 때는 배추잎의 모양과 같으나 성장하면서 잎이 좁은 댓잎처럼 꽃대에 돋아난다.
한 소녀가 과꽃을 좋아해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다시피했다는 동요의 내용과는 동떨어진 전설을 안고 있다.
옛날 중국 당나라에 정절을 지키며 홀로 살아가는 추금이라는 미모의 미망인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아들이 하나 딸려 있었다. 추금은 주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개가를 하지 않고 그 아들의 성장만을 낙으로 삼으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고을의 원님이 추금의 미모를 익히 소문들어 알고 있었던 터라 그녀를 불러 유혹하려들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의지는 대단했다.
몇날 몇일을 끙끙 앓던 원님은 그 아들을 그녀에게서 떼어 놓으면 혹시 마음이 허전하여 자신의 요구를 들어 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그녀의 아들은 원님의 계략대로 병정으로 뽑혀 멀리 싸움터로 나가고 말았다.
그러나 원님의 계산은 빗나가고 말았다. 추금은 그의 요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원님은 화가 나 그녀를 투옥시키고 말았다.
어느 날 원님은 마지막 수단으로 추금이 투옥된 옥으로 찾아와 열쇠를 옥 안으로 던지며 말했다.
"마음이 달라지면 이 열쇠로 문을 열고 나를 찾아오시오"
추금은 모욕을 참을 수 없어 옥문 열쇠를 옥 밖으로 멀리 던져버리고 홧병으로 옥사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고향에 돌아온 아들은 어머니의 그러한 소식을 듣고 옥 열쇠를 던졌다는 곳에 가 보니 열쇠는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에 많은 비취빛 꽃이 피어 열녀의 순결을 말해 주는 듯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녀의 정절을 높이 평가해 그 부인의 이름을 붙여 이 꽃을 '추금'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이런 전설이 있는가 하면 독일에서는 이 꽃으로 사랑을 점친다는 이야기도 있다.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를 보면 마가렛이 파우스트를 흠모해 과꽃을 한 손에 쥐고 꽃잎을 한 장씩 떼어내며 yes와 no를 반복하여 마지막 한 잎이 yes에 맞아떨어지자 마가렛은 기뻐 어쩔 줄을 몰라한다. 이를 지켜본 파우스트는 그녀의 가련한 모습에 그만 이성을 잃고 이끌렸다 한다.
사랑을 점치는 꽃.
한송이의 꽃에 죽을 때까지도 이해 못하는 사랑을 점친다는 것은 무리한 듯 싶으나 '사랑한다' 또는 '그렇지 않다'를 반복하여 길흉을 점치며 마음을 위로하는 꽃이 바로 과꽃이다.
과꽃의 꽃말은 서두에서 말했듯이 '추상'이다.
# 도라지(Balloon flower)
도라지꽃이 피면 우리는 가을을 느낀다. 마치 종 모양의 꽃은 말끔하고 파란 색이 감도는 보라색도 투명하게만 보인다. 끝없이 파란 우리의 가을 하늘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꽃이라 할 수 있겠다.
도라지 하면 우리는 꽃보다 뿌리에 더 관심이 있다. 가을철 한창 식욕이 고개를 들라치면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 도라지 나물이다. 그 산뜻하면서도 독특한 향기는 우리들만이 느낄 수 있는 미각인 것이다. 아작아작 씹히는 소리만 들어도 금방 군침이 입 안을 맴돌 정도로 우리를 유혹하는 가을의 별미인 것이다.
도라지꽃은 통상 보라빛이다. 개중에는 흰 꽃이 피는 것도 있다. 훤칠한 키에 말끔하면서도 우아한 그 모습은 마치 하얀 모자를 쓰고 언덕 위에 서 있는 소녀 같은 청순함을 느끼게 한다.
도라지는 우리나라 산과 들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다면 흔한 꽃이다.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다.
땅거미가 지며 서쪽 하늘에 황혼이 깃들면 으스름 속에서 아련히 떠오르는 도라지꽃의 모습이야말로 잊었던 정서를 되찾게 해 주는 그 무엇이라 할 수 있겠다.
도라지꽃의 꽃말은 '상냥한 미소'이다.
'꽃말 꽃의전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잔화/다알리아/엉겅퀴 (0) | 2013.07.25 |
---|---|
목련/작약/라일락 (0) | 2013.04.05 |
아이리스/무궁화 (0) | 2012.07.18 |
카네이션/봉숭아/벚꽃 (0) | 2012.05.15 |
팬지/오랑캐꽃/패랭이꽃 (0) | 2012.03.13 |